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송수진 artietor@mhns.co.kr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연극인, 연출 송수진입니다. 극단 묘화 대표.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송수진] 공연을 기다리며 공연장 입구 매표소 앞에서 들어오는 관객들을 보게 됐다. 계속해서 티켓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니 어쩐지 잠시 그들의 표정을 구경하고 싶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정장 차림에 가방을 메고 들어오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 사람의 통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응~ 여보. 공연보고 들어갈게. 늦지 않을 거야 응~ 알겠어"

혼자가 아니라 직장 동료와 함께였다. 여자 둘이 아니라 남자 둘이었다.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동료와 잠시 짬을 내 공연을 보러오는 그 사람이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괜스레 마음 졸였다. 공연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 사람의 표정에 나도 덩달아 들뜨기도 하면서 마음 졸여졌다.

공연장에 앉아 있으니 관객들이 점점 꽉 들어차기 시작했고 관객들의 소란스러움과 함께 배우들이 등장했다. 극중 떡볶이 장사를 하는 부부로 나오는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떡볶이를 나누어 주며 친근한 말투와 표정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그렇게 공연은 시작되고 과장되지 않은 편안한 몸짓과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았다. 그리고 단순하면서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로 하루의 피로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잡았고, 배우들의 열정적인 즉흥성과 적절한 소통으로 끊이지 않는 웃음을 유발했다.

어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다문화, 밀린 월세, 갑질, 직업의 귀천 등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이 겪을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구성하였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적절한 거리감을 두어 일상의 에피소드로서 이 비극들을 잘 포장하여 함께 살아가는 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참 재미있었다. 많이 웃었고 또 웃었다. 한참 웃다가 관객들을 보니 관객들은 모두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듯 집중하여 너무도 즐겁고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극장 앞에서 본 커플도 나이 많은 중년 부부도 친구끼리 온 사람들도 직장 동료와 술자리가 아닌 같이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도 모두가 웃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참 감사했다. 연극이라는 것을 힘들고 거리감 있게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렇게 많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와서 함께 웃고 손뼉 치며 즐거워 하는 것에 참 감사했다. 

공연 중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코미디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배우들의 즉흥성이 공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데 관객의 반응에 흥겨워 배우들이 자칫 오버한다면 극에서 보여주려 하는 서사 부분이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을 본다는 것이 특별한 데이트 코스가 아니라 그저 일상의 환기로 가볍게 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연이었던 것 같아 좋았다기 보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매표소 앞에서 부인과 통화하던 직장인이 웃으며 집에 가서 즐거운 공연을 보고 왔다며 부인과 아이들에게 신나서 이야기할 것을 생각하면 덩달아 내가 마음이 행복해졌다. 

이러한 공연에 누가 상업극이라 돌 던질 수 있으랴. 더 네 편 내 편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대중들이 보여주고 있다. 장르의 구분과 특수성에 대해 인정하고 화합해야 한다 생각한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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