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 작 연출의 말 잘 듣는 사람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김수정(1983~)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이수한 미모의 여류작가이자 무용가 겸 연출가로 극단 신세계 대표다. 혜화동1번지 동인이기도 하다.

연출작은 <귀신의집> <우리동네,미쓰리> <로미오&줄리엣> <어린왕자의지구보고서> <그러므로 포르노> <인간 동물원 초> <두근두근 내 사랑> <멋진 신세계> <세월호 - 사랑하는 대한민국 & 국가에게 묻는다> <보지체크> <망각댄스> < 망각댄스 – 세월호편> 등을 발표 연출했다. 안무로는 <해빙> <프록스> <실연> <핼리혜성> <꿈꾸는 거북이> <페리클레스> <세익스피어IN광주> <싸이코패스> <의붓기억> <멸> <빨간시> <왕의의자> 등이 있다.

<말 잘 듣는 사람들>은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으로 농락을 당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전화기나 휴대전화를 사용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보낸 메시지인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 및 신용카드 정보와 통장비밀번호 같이 기밀을 요하는 정보를 부정하게 얻어 이득을 취하거나, 애꿎은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사회공약적(social engineering) 사기의 한 종류이다. '피싱'(phishing)이란 용어는 fishing에서 유래하였으며 private data와 fishing의 합성어이다 즉 점점 더 복잡한 미끼들을 사용해서 사용자의 금융 정보와 패스워드를 '낚는'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피싱 사고에 대한 신고가 늘어감에 따라, 피싱을 막으려는 방법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방법들에는 법, 사용자 교육, 그리고 기술적인 도구들이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피싱외에도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이라고 하여 전화를 이용한 사기도 등장하고 있다.

 

무대는 대중음식점의 내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고, 사물함 대신 바구니를 층층이 쌓아 종업원들의 소지품을 넣어두고, 의자, 술 상자, 양념단지, 그 외의 가재도구 등을 방 가장자리에 늘어놓았다. 상수쪽에는 식당과는 별도로 마루가 가로 깔리고, 객석 가까이에 화분이 한 개 놓였다. 식당주인은 택시운전을 하는 인물로 설정이 되고, 그의 처가 운영을 맡아서 한다. 동생 역할을 하는 종업원 여인이 등장을 하고, 중년의 주방장과 젊은 남자종업원, 그리고 신입 여자종업원이 있다. 보이스 피싱이 창밖의 형사라고 설정된 인물을 통해 휴대전화 음성이 객석에 확대되어 전달된다.

바로 이 음식점에서 돈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여주인에게 휴대전화로 형사라는 인물의 음성이 들리면, 새로 들어온 여종업원에게 혐의를 두고 보이스 피싱이 시작된다. 형사가 현장으로 오고 있는 중인데,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걸리겠다며 여주인에게 전화로 지시를 한다. 우선 여종업원의 소지품을 담은 바구니를 검사하도록 시킨다. 그리고 여종업원의 유니폼이라든가, 옷을 검사하도록 한다. 여종업원이 반발을 하니, 부친이 현재 범죄를 저지른 사실까지 거론하며 여종업원을 압박한다. 그리고 겉옷을 벗게 하고 내복까지 벗겨 조사하도록 지시한다.

식당에 손님이 들어차 바빠지니, 주방장이 달려와 일손이 바쁜데 내실에서 무엇들을 하느냐고 들어와 버럭 역정을 낸다. 여주인은 택시기사인 남편을 부른다. 남편이 잠시 후 들어와 여주인 대신 여종업원과 대면을 하고, 내키지는 않지만 형사의 지시대로 옷을 벗기려 든다. 형사의 질문에 남편은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친구들과 만나 한잔 하던 중이라고 무심결에 이야기를 하니, 형사는 음주운전으로 식당까지 차를 몰고 왔느냐며 꼬투리를 잡는다. 형사가 음주음전으로 입건하겠다는 말에 남편은 고분고분하게 형사의 지시를 따라 옷을 벗기려든다. 물론 여종업원은 막무가내로 몸을 움츠린다. 게다가 여종업원은 소변이 몹시 마렵지만 참고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형사는 따귀를 때리라고 지시한다. 남편은 따라서 한다. 여종업원은 하나하나 옷을 벗고 알몸이 된다. 그래도 돈지갑은 나타나지를 않는다. 형사는 여종업원의 은밀한 곳까지 조사하라고 한다. 남편은 엎드려 그곳을 살핀다. 아무것도 없다고 이르니, 형사는 구강성교까지 하도록 이른다.

행위 후에도 물론 돈지갑은 나타나지 않는다. 주방장이 들어와 휴대전화를 바꿔든다. 그리고 형사와 통화를 하며 네가 진짜 형사냐며, 형사면 직접 수색을 할 것이지 어찌 다른 사람을 시키고, 범인도 아닌 용의자에게 혐의를 두고, 갖은 못된 짓과 가혹한 행위를 가하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며 냅다 욕설을 퍼 붇는다. 형사행세를 하던 인물은 낄낄거리며 휴대전화를 끊는다. 창밖으로 보이던 형사의 모습이 사라진다. 마지막 장면은 상수 쪽 마루에 보이스 피싱을 하며 자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형사라 칭하던 인물이, 팬티만 입은 채 웃음 띤 얼굴로 화분 가까이 다가와, 조루로 꽃에 물을 주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현재까지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에게 혐의를 두고 탄핵과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현 시국을 보는 느낌이라, 관객은 연극을 시종일관 몰입해서 관람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두진, 김보경, 김선기, 김시영, 김정화, 김형준, 박경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드라마터그 김연재, 조연출 이종민 하재성, 무대 이상호, 조명 윤해인 안베잇먼, 의상 김미나, 그래픽 윤종연, 음악 이율구, 음향 전민배, 사진 신재환, 영상 박영민, 기획 박미르 이강호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 작 연출의 <말 잘 듣는 사람들>을 현 시국에 어울리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상징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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