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공작소 공식블로그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당신에게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가사와 가사 사이 호흡을 느끼는 것, 노래마다 달라지는 아티스트의 감정을 느끼는 것, 아티스트들 간의 호흡을 느끼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찰나에 지나간다. 어떤 '찰나'는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일상을 이끌어 갈 힘을 주기도 한다. 

나를 위해 꾸며 놓은 듯한, 그러나 타인의 공간에 놓여있다는 이질감이 들지 않는 공간에서 '김사월X김해원'의 공연이 진행됐다. '김사월X김해원'은 싱어송라이터 김사월과 김해원이 결성한 포크 듀오다. 홍대를 중심으로 각자 활동해오던 두 사람이 2013년부터 함께하기 시작한 것. 지난 2014년 EP '비밀'을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해원, 김사월이 평소 자신이 쓰는 물건들을 가져와 공연장에 배치했다.

지난 14일 (일) 문래동에 위치한 재미공작소에서 '김사월X김해원'의 '리빙 룸 셋 (Living Room Set)' 공연이 열렸다. 공연장이었던 '재미공작소'는 이름 그대로 재미있는 일들을 기획한다. 2011년 4월 상수에서 시작한 재미공작소. 2013년부터는 재미있는 일, 이를테면 공연, 전시, 창작 워크샵, 출판 등과 관련된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재미공작소는 예술가와 공간이 힘을 합칠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예술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또한 그것들이 얼마나 어렵지 않고, 거창하지 않고, 쉽게 닿을 수 있는 것인지를 증명한다. 재미공작소가 꾸미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날 공연은 '리빙 룸 셋'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작은 공간 안에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김사월, 김해원은 각자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가져와 배치하는 등, 관객들이 최대한 편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목할 지점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이들의 라이브는 마이크 없이도 충분했다.

▲ (왼쪽부터) 김해원, 김사월

첫 곡은 'Fafafa'. 이 곡은 벨기에 싱어송라이터인 시오엔(Sioen)과 함께 작업한 곡으로, 지난해 8월 발표됐다. 이들은 이 곡에 대해 "먼 곳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겨있는, 같은 듯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라고 전한 바 있다. 김사월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기반이 되어 곡의 무드를 형성하고, 그 위에 김해원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김해원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 멈춰 멀어져가는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는 사람의 것을,  김사월이 읊조리는'Fafafa'는 서로가 머문 곳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이의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이어 '안아줘'와 '비밀'을 선보였다. 이 두 곡은 모두 '김사월x김해원'의 미니앨범 '비밀'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다부문인 5개 후보에 올랐고, '최우수 포크 음반상'과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 연주 중인 김사월

'김사월x김해원'의 음악은 한국 포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포크란 무엇인가. 음악용어에서 포크(Follk)란, 사전적으로는 '민속음악'을 뜻하는 것이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는 몇몇 음악가들에 의해 '모던포크(Mordern Folk) 운동'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피트 시거(Pete Seeger), 앨런 로맥스(Alan Lomax) 등이 있다. 1960년대로 넘어오면서 이들의 영향을 받은 음악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밥 딜런 (Bob Dylan)'이 대표적 주인공이다. 한국 포크음악의 태동은 196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 분위기와 암흑의 정치 분위기 속에서, 개성 넘치는 문화를 향유하고자 했던 이들 사이에 포크음악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이정선, 한대수, 신중현, 산울림, 양희은 등이 있다.

포크음악은 거추장스럽지 않다. 통기타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고, 부를 수 있다. 그렇지만 모자라거나 가볍지 않다. '김사월X김해원'의 음악이 그러하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음악안에는 한국 포크 음악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자의식이 있다.  그것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힘이 되고, 대체할 수 없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김사월X김해원'을 이야기 할때 ,'궁금한', '관능의', '신비로운'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김사월X김해원'의 커버곡은 과하지 않고, 흔하지 않다. 이날 공연에서는 장현의 '석양'을 연주했다. 앞서 이들은 이 곡을 지난해 '콘서트 7080'에서 선보이기도 했는데, 대중들 사이에서 기존 곡의 무드를 해치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분위기로 재해석 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곡의 리스닝 포인트는, 잘 짜여진, 그러나 인위적이지 않은 김해원의 도입부 연주다.

장현의 석양은 애달프다. '김사월X김해원'이 부르는 '석양'은 애달프지만은 않다. 당연한 것을 말할 때의 담백함이 있다. 단지 김사월의 목소리가 '여성의 것'이기 때문에 장현과 다른 분위기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사람이기에 안녕'이라고 말해야 하는 당연한 이치를, 김사월은 내던지듯 고백한다. '김사월X김해원'은, 서로의 목소리가 어떤 곡에 어울릴 수 있는지 정확하게 간파한다. 김해원의 눅진하고 울림있는 목소리와 김사월의  나직함. 이들은 곡 안에서 서로의 목소리가 함께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이들이 부르는 '사의 찬미' (원곡 윤심덕) 또한 반짝이는 커버곡이다. 

▲ 노래하는 김해원

앞서 '김사월쇼'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아티스트의 미공개곡을 듣는 일은 귀한 것이기에 이날 관객들은 미발표곡 앞에 집중했다. '아카시아'는 이들의 공연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곡이었고, '나를 위해'나 '우리가 모르는'의 경우는 처음 듣는 관객들도 많았을 터. 이날 선보인 미발표곡 연주의 감상포인트는 '나를 위해'를 선보일 때 기타를 놓고 노래하는 김해원의 모습이다. 기타도 마이크도 없이 노래하는 김해원.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에 대해 설명하는 김해원

'김사월X김해원'은 "평소 공연은 늦은 저녁이나 밤에 진행됐다. 이렇게 밝은 날 햇빛 받으면서 공연을 한 것은 처음같다. 어디에 눈을 둬야할 지 모르겠다. 눈을 감아보지만 어색하다"며 웃었다. 이들의 말마따나 평소 '김사월X김해원'의 공연은 조명이 밝지 않은 곳에서 진행됐다.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가 그들 음악의 '관능미' 같은 것들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지엽적 관점이 아니었나 싶다. 빛 없는 공간에서 만났던 그들의 음악, 그리고 밝고 나른한 날 만났던 그들의 음악. 두 편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다. 후자의 경우 이들의 음악을 통해 '일상적인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는 관객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된 듯하다.

한편 '김해원X김사월'은 자신들의 근황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김해원은 오는 6월 1일부터 개최되는 '제 19회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의 화제작인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음악 작업에 함께했다. 그는 "여성에 생리에 대해 다룬 좋은 다큐멘터리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사월은 "곡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느리더라도 잘 준비해서 앨범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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