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김현우-이상혁 합쳐 홈런 4개, 매 순간 위기 속 값진 준우승

▲ 준우승 직후 학부모, 코칭스태프, 후원회 동문들과 함께 한 마산용마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15일 끝난 제71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겸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 대회 우승팀은 서울 덕수고등학교로 결정이 났다. 그러나 경기 결과를 떠나 우승/준우승팀,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학교들의 노력까지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특히, 경상남도 대표로 참가한 마산용마고등학교는 몇 차례 고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직력으로 극복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서 김성훈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헹가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경기 직후 눈시울이 붉어진 김성훈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단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와 고개를숙이는데? 그러지 마라. 어깨 당당히 펴라.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한 거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 대회에서 더 좋은 모습 보이자!"라며, 잔뜩 기가 죽어 있는 선수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일을 잊지 않았다. 고교야구계에서 '덕장'으로 잘 알려진 모습 그대로였다.

악조건 속에서 얻은 황금사자기 전국 본선 준우승,
마산용마고등학교 야구부에 박수를!

이후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인터뷰에 응한 김 감독은 "1회, 오영수의 잘 맞은 타구가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옆으로 빗겨 갔으면 아마 홈런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잡히더라. 그것을 보고 정말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참 우승 어렵다는 것을 또 느끼게 된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 마산용마고는 최선을 다 했다. 우승은 커녕, 사실 4강 도전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든 악재를 극복하고 2년 연속 동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것이다.

일단,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유망주들이 드물었다. 나종덕, 홍지훈(이상 롯데)도 없고, 이정현(kt), 강병무(NC), 이성규(단국대)도 없었다. 특히, 홍지훈이나 이성규 같은 발 빠른 선수가 크게 눈에 띠지 않는다는 점은 김성훈 감독에게 악재였다. 실제로 1회전부터 김 감독은 "경북고나 덕수고는 빠른 아이들이 많다. 그만큼 감독이 작전을 걸기 쉽다. 그런데 우리는 방망이가 좋아도 발 빠른 친구들이 드물다. 작전을 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많았다."라며, 쉽지 않은 여정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 NC 다이노스는 응원단을 파견하여 연고지 학교의 건승을 바라기도 했다. 이러한 지원이 있기에, 고교야구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런데 그 악재를 극복하고, 마산용마고는 매 경기 승승장구했다. 4강 후보끼리의 맞대결이라는 1회전 유신고와의 경기에서 완승하더니, 청담고와의 32강전과 율곡고와의 16강전은 모두 타력의 힘을 바탕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잠잠하던 4번 타자 오영수의 방망이도 힘껏 돌아가며, 이틀 사이에 무려 2홈런, 6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러는 사이에 마운드에 오른 에이스 이승헌-사이드암 이채호 듀오도 3승을 합작했다. 바로 이 순간, 가장 큰 고비였던 경북고와의 8강전이 진행됐다.

8강전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강우 콜드게임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7회 말 1사 2루 상황에서 마산용마고 공격 때 갑자기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미 정식 경기(5회)로 인정이 되어서 경기 감독관의 판정에 따라서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되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스코어는 6-5로 경북고의 리드 상황이었다. 그런데, 1시간 정도가 지난 이후 점차 빗줄기가 멎었던 것이 마산용마고 입장에서는 행운으로 다가왔다. 결국 속개된 경기에서 마산용마고는 9회 말 터진 이상혁의 결승 1타점 적시 2루타로 역전에 성공,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앞서 터진 2학년 김현우의 만루 홈런은 내년을 더 기대할 수 있는 '보너스'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4강전 상대는 더욱 버거웠다. 경남고등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석정우, 예진원, 한동희, 노시환 등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경남고는 8강전에서 대회 첫 5회 콜드게임 승리를 완성할 만큼 상당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최민준-서준원 듀오가 지키고 있던 마운드 역시 수준급이었다. 당연히 객관적인 전력 자체만 놓고 보면, 경남고의 결승행이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산용마고에는 또 다른 히든 카드, 좌완 박재영이 있었다. 주장이면서도 그 동안 이렇다 할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던 박재영은 1, 2회 수비서 경남고 타선에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5이닝 1실점 10탈삼진의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박재영이 마운드에서 힘을 내자 타선에서는 또 다시 이상혁이 일을 냈다. 이상혁은 5회 말 공격서 광속구 사이드암 투수로 정평이 나 있던 경남고 서준원의 몸쪽 143km짜리 빠른 볼을 그대로 당겨 쳐 결승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가장 타격감이 좋은 인재를 톱타자로 배치한 김성훈 감독의 용병술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 마산용마고 이승헌-이채호-박재영(사진 좌측부터) 트리오. 내일을 더 기대할 수 있기에, 지금의 준우승에 대한 추억을 가볍게 여길 필요는 없다. 사진ⓒ김현희 기자

마산용마고의 황금사자기 2연속 준우승은 당사자들에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학교들이 무려 37개나 된다는 사실까지 잊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기에, 정말로 최선을 다 했고, 그 도전은 후반기 주말리그와 청룡기 선수권대회에서 계속하면 된다. 내일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산용마고 야구부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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