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윤성호 작 이강욱 연출의 누수공사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윤성호(1983~)는 작가 겸 연출가다. 故 윤영선 작가의 아드님이고 훤칠한 미남이다. <화학작용 선돌 편 1주차> <외계인들> <이방인>을 연출하고 <이런 꿈을 꾸었다> <안티고네>를 각색했다. 희곡으로는 <옥상 위 카우보이> <해맞이> <누수공사>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를 발표 공연한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이강욱(1984~)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으로 미남 연극인이다. <과학 하는 마음 숲의 심연> <무한동력> <템페스트> <말들의 무덤>에 출연하고, <드림타임>과 <누수공사>를 연출한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무대는 원룸 건물의 1실이다. 정면에 출입문, 하수 쪽에도 외부로 통하는 문이 있다. 방 가운데에 낮은 탁자가 있고 컴퓨터가 객석에 등을 보인 채 놓여있다. 상수 쪽에는 3단으로 된 옷걸이가 있어 옷이 차곡차곡 걸려있다. 공사를 하며 내는 공구소리, 휴대전화 소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수공사에 필요한 공구와 호스, 쟁반에 담은 음료수와 컵, 중국집 배달음식, 양푼에 담은 미장도구, 트렁크에 담은 각종 우산 등 다향한 대소도구가 등장한다.

원고 마감 날이라 주인공은 독촉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자 글쓰기를 하려는데, 문을 두드리며 말끔하게 차린 개신교 전도사 같은 인물이 등장해 설교하듯 하는 모습에, 주인공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문을 닫으며 돌려보낸다. 잠시 후 건물주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뒤이어 아래층에 산다는 인물이 비옷을 입고 등장한다.

 

걸친 비옷은 누수 때문에 입은 것으로 설정이 되고, 누수장소를 찾아내 보수공사를 하려는 인물 두 사람이 등장을 한다. 신을 벗고 들어와야 하는데도 모두들 신을 신은 채 들어오고, 원고마감 때문에 작업을 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의 일과는 상관없이, 주인공에게 아랑곳하지도 않고, 개개인의 일을 비좁은 방에서 공사작업과 함께 펼쳐가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다급한 상황과 계속 울리는 휴대전화소리와 원고독촉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를 부르는 격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잠시 후 주인공의 여자 친구인지 연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붉은색 원피스를 착용한 미모의 여인이 등장을 해 중요한 일로 왔음을 알리지만, 주인공은 여인이 온 것조차도 반갑다기보다는 방해를 받는 듯싶은 태도를 보인다.

여인이 안타까워하며 돌아가고, 집주인은 쟁반에 주스를 받쳐 들고 등장을 하고, 비옷을 걸친 아래층 남자는 정신이 나간 사람인 듯한, 모습을 보이며 배회하듯 등장한다. 여기에 중국집 배달원이 음식을 잔뜩 가져와 쌓아놓고 가고, 보수공사를 맡은 사람들은 공사작업도구를 잔뜩 들여다 방에 늘어놓는다. 조금 뒤에 건물주가 커다란 양푼에 작업도구를 들고 들여다 놓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방바닥에 팽개치듯 옮겨놓고, 비닐 방바닥을 젖히고 작업을 펼친다.

이런 북새통에 주인공의 여자 친구가 다시 등장해 난잡한 방으로 들어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주인공은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으니, 여인은 다시 떠난다. 공사담당자가 누수장소를 찾다가 선을 잘 못 건드렸는지 정전이 되어 방안이 캄캄해진다. 어둠속에 회중전등을 켜서 작업이 계속되고, 암전 속에서 휴대전화의 벨이 계속 울리고, 인부 한 명이 전화를 받는다. 불이 다시 들어오면 누수지점을 제대로 찾아, 보수공사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위층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공연장 천정에서 물이 샤워장처럼 떨어져 내린다. 공사담당자나 집주인 아래층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위층으로 달려 올라간다. 인부가 전화가 온 것을 알리며 위층으로 올라간다. 주인공이 다시 전화를 하니, 원고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상대의 답신이다.

 

결국 북새통에 원고를 못 보내게 되고, 결국 글이 게재가 되지 않게 되니, 고료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셈이다. 이때 여인이 등장해 주인공에게 내일이 자신의 결혼 날 임을 고백하고 떠나간다. 주인공의 처연해 하는 모습에 관객도 저마다 같은 심정이 된다.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주인공이 문을 열면, 처음에 등장했던 말끔한 정장차림의 전도사 풍의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 낙담한 주인공에게 교회에 나와 믿음을 가지라는 소리를 하겠거니 했더니, 이 인물은 여러 가지 제품이 든 우산 트렁크를 들고 등장해 우산을 하나하나 펼쳐 보이며 우산선전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문을 닫아버리고 안으로 돌아선다. 방안에 마냥 쏟아져 내리는 물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은석, 권택기, 송재룡, 김보나, 박세정, 한기장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돋보여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신승렬, 음악 음향 유옥선, 의상 김미나, 분장 김영아, 조연출 최성현 이재원, 초고수정 배삼식, 장면연출 고선웅, 움직임연구 장재키 등 스텝진과 지도위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윤성호 작, 이강욱 연출의 <누수공사(漏水工事)>를 작가의 창의력, 연출가의 기량, 출연자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연극성, 작품성,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걸작연극의 탄생이라 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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