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2016년 5월 17일 이후.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고, 나의 세계는 어떤 변화를 겪어야 했는가.

지난해 5월,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는 가해 동기를 밝혔다. 또한 가해 범위를 '여성'으로 한정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에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답했다.

사건 보도 이후, 수많은 여성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라 주장하며, 스스로 피해자가 되지 않는 '우연을 겪었다'라는 표현으로 분개와 애달픔을 게워냈다. 곧이어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각종 차별의 일상이 곳곳에서 고백되어졌다. 이후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으로 치부하며 인식하지 못했던 가장 보통의 사회 현상에 대입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됐다.

문화예술계 또한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묵살되거나 묵과해야만 했던 문제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본지는 5.17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맞아, 지난 1년간 이슈가 됐던 영화 작품을 살펴본다.

 

1. 여성 참정권 운동영화 상영 중 일어난 폭행 사건, '서프러제트'
지난해 6월 23일 개봉한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단체 '서프러제트'를 이끈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캐리 멀리건, 메릴 스트립, 헬레나 본햄 카터 등이 열연한 작품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 중 40대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후,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SNS에는 "20세기 배경의 영화 '서프러제트'에 나오는 내용이 21세기 한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라는 글이 있었다.

 

2. 여성 노동자의 연대가 소중한 이유, '야근 대신 뜨개질'
지난해 11월 개봉한 '야근 대신 뜨개질'은 "자신의 노동환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고통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 연대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0대 여성들이 연대할 때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라는 아시아여성영화제네트워크인 나프(NAWFF) 어워즈 수상 심사평을 받았다. 박소현 감독은 본지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이 '강남역 사건' 이후, '내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주는 내 편이 있다'라는 연대감에 목소리를 이전보다 더 많이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 [문화 人] '야근 대신 뜨개질' 박소현 감독 "여성연대 영화가 소중한 이유"

 

3. 여성의 외모 비하에 웃지 못했다, '형'
지난해 11월 개봉해 조정석과 도경수 주연의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형'은 '여성의 외모 비하' 개그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동생에게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며, 클럽에 동생을 데려온 형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 여성의 외모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동생이 호감을 보이자, 자리에 나타난 형은 '예쁘지 않은' 여성을 쫓아낸다. 이 장면은 시각장애인, 여성 모두를 비하할 수 있는 유머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4. '너의 이름은.', '미츠하'의 셀프 가슴 만지기는 옳았나?
올해 초 35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남녀 주인공이 몸이 바뀌는 설정으로 '여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타키'가 '미츠하'의 가슴을 만지거나, '미츠하'의 '쿠치카미자케' 의식을 비웃는 주변 사람의 모습 등이 그 대목이었다.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법에서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다양한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내한 기자회견 당시 "타자에 대해 상상해보는 건 인간의 배려를 하는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 [양기자의 추적3분]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 '미츠하'는 위로받았나요?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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