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사조와 가천대 길병원이 함께하는 연극 유승봉 프로듀서 이상용 작 예술감독 이재성 연출의 사랑해요 당신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사랑해요 당신>은 알츠하이머 병, 다시 말해 치매와 관련된 연극이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Alzheimer disease)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75%의 치매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며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른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에 의해 알려졌다. 대부분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은 65세가 넘어 발병하지만, 드물게 그 이전에 발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70세 이상의 인구 중 약 21%가 치매 양상을 보이고, 이 중 63%가 알츠하이머 형 치매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의 특성은 개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일부 공통적인 증상을 가진다. 발병 초기에는 이름·날짜·장소와 같은 것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공통된 단기 기억 상실을 겪는다. 질병이 악화되면, 혼란, 격한 행동, 조울증, 언어장애, 장기 기억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신체기능이 상실되고, 치사에 이른다. 개개인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면 보통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능력을 검사하는 진단이 행해지고 가능한 경우 뇌 검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신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도 완전히 확인될 때까지는 보통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채로 수년간 병이 진행될 수 있다. 발병할 경우 평균 기대 수명은 7년이며 3%미만이 진단 이후 14년을 넘긴다.

치매를 소재로 한 연극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국공립극단과 각 개별극단에서 공연된 치매 소재 연극이 20편이나 공연되었다. 국립극단에서는 다른 나라의 치매 작품 <아버지> <어머니>를 들여다 공연할 정도로 치매연극은 현재 한국연극의 대세를 이루는 느낌이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상수쪽에 싱크대 조리대가 있고, 식탁과 의자가 있다. 중앙에 긴 안락의자와 받침대 위에 전화기가 놓였다. 하수 쪽 중앙에 흔들의자가 있다. 정면에 현관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현관 벽에 문을 여는 버튼이 달렸다. 상수 쪽 벽에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과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하수 쪽 문을 나서면 화분이 잔뜩 놓인 테라스로 연결된다. 중간 막 대신 실크스크린을 설치해 극의 도입과 극 중간에 스크린을 올리고 내리며,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전원풍경이라든가,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과 그 주변에 깜빡이는 수많은 별의 영상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후반에는 환자이동의자에 부인을 태우고 가는 교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70대 교수와 60대 후반의 부인이 연극을 펼쳐간다. 노부부는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딸은 어려서 사고사를 당해 어머니의 회상장면을 통해 등장한다. 딸은 어리고 예쁜 모습으로 요정이나 유령처럼 극에 등장해 집안을 돌아다니지만, 산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들은 노모의 치매소식에 달려와 등장한다. 훤칠한 모습에 진정성과 효성 심을 갖추고 있어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아들은 노모를 치매 요양원에 입원을 시키자고 부친에게 권하지만 노부는 완강히 반대를 하고 직접 돌보겠다고 한다.

실제로 7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는 나이든 부모를 산 속에 가져다 버리는 옛날 고려장 설화가 머릿속에 새겨져 있어, 치매 요양원에 부모를 입원시키면, 고려장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치매요양원이나 노인 요양원을 가볼 생각도 않고, 힘이 들어도 직접 환자를 돌보고 병수발을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치매환자인 노모를 4년 동안 직접 돌봐드렸는데, 은사가 입원한 요양원에를 방문하고 나서야 비로소 요양원이 좋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노모는 돌아가신 후였으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노교수의 부인 간병하는 모습이 관객의 안타까움 속에 펼쳐지고, 사랑하는 부인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장면에서 객석 여기저기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관객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대단원에서 노교수가 밀고 다니는 환자이동의자에 앉은 노부인이 고요히 숨을 멈추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나지만, 객석에 불이 환하게 들어와도 관객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글썽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연출을 한 이재성은 한국외대 독일어교육과, 동 대학원 독일어과에서 독일희곡 전공, 동국대 대학원 연극과에서 연출전공, 극단 {교극}.교사극단 {연극놀이}.극단 {제3무대} 연출, 現 서울 국악예고 음악연극과 학과장, 現 공연집단 '현'의 대표이자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춘풍의 처>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 <주길남> 연출 -극단 제 3무대 25주년 기념공연,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창립 30주년 자선의 밤>, 타악 공연 <최종실의 打 > 연강홀 및 대만 화강 예술학교 초청공연, <주길남> -공연집단 '현' 창단공연- 연출 <김영재교수 음악인생 40주년 기년공연> 연출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이순재와 정영숙이 노부부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이며 관객을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장용과 오미연이 노부부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문용현, 김동규, 서상원, 김민채, 문고운이 함께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임민, 영상디자인 이남훈, 조명디자인 김건영, 음향디자인 김성욱, 작곡 음악 황호준, 의상디자인 박정원, 분장디자인 임영희, 영상오퍼 김다윈 이다연, 조연출 전예정 류소연, 영상조연출 강지수, 영상기술 강지수 이상명 유지혜, 조명감독 김혜란, 음향감독 조현지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사조와 가천대 길병원이 함께하는 연극 유승봉 프로듀서, 이상용 작 예술감독, 이재성 연출의 <사랑해요 당신>을 연극성과 대중성을 갖춘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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