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양창섭, 감독상 정윤진 감독까지 '우리가 주인공'

▲ 결승전 직후 상대팀 마산용마고 응원단에 예를 표하는 덕수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제71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겸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팀은 서울 덕수고등학교로 결정이 났다. 그러나 경기 결과를 떠나 우승/준우승팀,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학교들의 노력까지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또한, 황금사자기를 빛낸 스타들은 개인상 수상으로 그 이름을 드높이기도 했다. 황금사자기 결산 첫 번째 시간으로 개인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 대회 MVP에 선정된 덕수고 투수 양창섭. 사진ⓒ김현희 기자

대회 최우수 선수(MVP), 덕수고 투수 양창섭 : 황금사자기 대회 '괴물'로 공식 인정 받았다. 지난해에는 2학년의 몸으로 모교를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끌더니, 올해에도 팀이 거둔 5승을 모두 책임지면서 2년 연속 같은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5경기 모두 구원으로 등판, 100개 미만의 투구수로 5연승을 거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MVP로 선정될 만했다. 그런데 사실 덕수고 투수들의 상태가 좋았다면, MVP의 주인은 바뀔 수도 있었다. 덕수고가 자랑하는 에이스 군단, '양백김 트리오(양창섭-백미카엘-김동찬)'에 사이드암 박동수가 주말리그를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금사자기 본선에서는 이상할 만큼 이들이 100% 정상가동되지 못했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도 "양백김, 박동수 중에서 그나마 정상 컨디션은 (양)창섭이 뿐이다."라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사정 속에서 양창섭은 매 경기 마지막 투수로 나서며 스승의 믿음에 보답했다. 안우진(휘문고), 성동현(장충고), 박신지(경기고), 곽빈(배명고) 등 서울권역 동료이자 라이벌들이 본선 무대 진출에 실패하여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지 못했던 반면, 양창섭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자신의 진가를 전국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우수투수상, 덕수고 투수 박동수 :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덕수고 마운드에서 그나마 양창섭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원래 주말리그에서는 당초 전국 본선 무대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휘문고와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쳤던 경험이 있다. 싸움닭 기질이 있고, 과감한 승부를 좋아하지만 이번 본선 무대에서는 좀처럼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비율도 거의 1:1에 가까웠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양창섭의 투구 숫자를 줄여 줬다. 전국 3학년 사이드암 투수들 가운데 가장 정면 승부를 좋아하는 인재라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 우수투수상을 받은 덕수고 투수 박동수. 사진ⓒ김현희 기자

감투상, 마산용마고 투수 이채호 : 대회 전, 마산용마고의 에이스로 손꼽혔던 이는 정통파 우완 장신 투수 이승헌이었다. 실제로 유신고와의 1회전에서는 이승헌이 에이스로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용마고 김성훈 감독은 "(이)승헌이가 첫 경기에서는 집중력 있게 던졌지만, 구위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 때 이채호가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32강전을 포함, 16강과 8강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고, 경남고와의 준결승전에서도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서면서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패전 투수로 기록됐지만, 부경고에서 용마고 전학 이후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게 패하기는 싫었다. 청룡기에서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황금사자기 대회를 통하여 '큰 경기에 강한 사이드암 투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수훈상을 받은 덕수고 내야수 김민기. 사진ⓒ김현희 기자

수훈상, 덕수고 내야수 김민기 : 보통 수훈상은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에게 수여한다. 이러한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이로 김민기가 선택되었다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김민기는 대구상원고와의 8강전 경기에서 선제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이후 꾸준히 리드 오프로 활약하며,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결승전에서는 2회 말 2사 2, 3루서 자칫 무득점으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2루수 왼쪽 내야 안타를 기록하면서 결승전 첫 타점을 냈다. 체구는 작지만, 팔목 힘이 좋아 간간이 장타를 생산해낸다. 지난해 리드 오프로 활약했던 박정우(KIA)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인재다.

타격상, 경남고 내야수 석정우(13타수 7안타 타율 0.538) : 말 그대로 불방망이 실력을 선보였다. 32강 첫 경기를 빼면, 매 경기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주로 2번 타자로 나서며 맹타를 기록,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를 기점으로 시즌 4할 타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4강전에서도 팀이 패하는 과정 속에서도 3안타와 팀의 유일한 득점을 기록했다. 만약에 결승전 진출팀이 바뀌었다면, 최다안타상 수상자도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발빠르고,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한다는 점도 꽤 인상적인 부분이다.

▲ 타점상을 받은 덕수고 포수 윤영수. 사진ⓒ김현희 기자

최다타점상, 덕수고 포수 윤영수(9타점) : 덕수고의 캡틴, 4번 타자 겸 안방 마님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띠는 모습을 보여줬다. 32강전부터 결승까지 5경기 연속 타점 기록을 선보인 결과가 황금사자기 타점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홈런상을 받은 강준혁(고려대)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인 셈이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2017 전국 고교 포수 4천왕'중 한 명으로서 자기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특히, 4강전에서는 루상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같은 팀 동료 김주승(2학년)의 1-2간 안타성 타구에 옆구리를 맞으면서도 포수 마스크를 쓰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윤영수는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경기 내내 정말로 아픈 줄 모르고 뛰었다. 이제는 정말 괜찮다. 아직 우리가 이번 시즌에 패가 없는데, 후반기와 청룡기에서도 반드시 전승에 도전하겠다."라며,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모습은 장충고 시절 캡틴이자 '싸움닭 에이스'로 활약했던 친형 윤영삼(넥센) 못지 않았다

▲ 최다안타상을 받은 마산용마고 2학년 박수현. 사진ⓒ김현희 기자

최다안타상, 마산용마고 내야수 박수현(9안타) : 아직 2학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우(포수)와 함께 용마고 타선에서 '무서운 2학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1회전에서부터 16강전까지 세 경기 연속 멀티 히트 행진을 기록했고, 4강전에서도 3타수 2안타로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8강전 무안타 기록만 아니었다면, 내심 타격상까지 노릴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일단, 이번 대회를 통하여 용마고는 '포스트 3번 타자'를 얻은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1루수로 출장했지만, 오영수가 졸업하면, 그 뒤를 이어 3루수를 맡을 가능성도 크다.

▲ 홈런상을 받은 오영수(사진 좌)와 감투상을 받은 이채호(사진 우). 모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최다홈런상. 마산용마고 내야수 오영수(2개) : 타율은 저조했지만, 월드 파워 쇼케이스에 출전했던 경험과 힘은 단연 최고였다. 청담고와의 경기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기록하더니, 율곡고와의 경기에서도 쓰리런 홈런을 가동하며, 이틀 사이에 무려 6타점을 기록했다. 내야 수비의 핵심이자 팀의 4번 타자로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 용마고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동작이 크고, 쇼맨쉽도 상당히 강하여 향후 프로 무대에서 '좋은 스포테이너'로 거듭날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이번 대회 활약을 통하여 연고팀 NC 다이노스에 상당히 강한 어필을 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최다도루상, 경북고 내야수 배지환(5개) : 비록 팀은 8강전에서 마산용마고에 발목을 잡혔지만, 그것이 배지환의 가치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매 경기 도루를 기록하며, 본인이 왜 '2017 고교 유격수 4대 천왕'중 필두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황금사자기에서의 맹활약으로 인하여 배지환의 시즌 타율도 거의 5할에 육박하게 됐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충분히 이영민 타격상을 노려 볼 만하다. 팀 내에서 가장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 올해 반드시 청소년 대표팀으로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후반기 경북고 타선의 키 맨이다.

▲ 감독상을 받은 덕수고 정윤진 감독. 사진ⓒ김현희 기자

감독상, 덕수고 정윤진 감독 : 고비 때마다 과감한 작전과 지도로 모교 덕수고의 황금사자기 2연패를 이끌었다. 모교 감독 부임 이후 여러 차례 우승을 이끈 배경에는 덕수고에 갓 입학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실전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 데에 있다. 양창섭 역시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황금사자기 대회 활약으로 전국구 스타로 이름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늘 기본을 강조하는 야구를 하며, 그것이 가장 덕수고다운 야구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다. 그래서 크게 이긴 경기라고 해도 실책이 많으면 선수들을 잘할 수 있게 독려하고, 근소하게 이긴 경기라고 해도 기본을 철저히 했다면 박수를 쳐 준다. 늘 경기할 때마다 "작전 성패에 따른 결과는 모두 감독 책임이다. 그러니, 부상 없이 연습 할 때처럼 하자."라며 선수단을 격려한다.

▲ 지도상을 받은 덕수고 장성준 야구부장교사(사진 좌), 공로상을 받은 덕수고 차상록 교장(사진 우). 사진ⓒ김현희 기자

지도상 덕수고 장성준 야구부장교사, 공로상 덕수고 차상록 교장 : 지난해 이상원 교장, 김창배 부장교사에 이어 올해부터 덕수고 야구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살림꾼으로 자리잡았다. 부임 첫 해에 전국 본선 우승을 경험한 만큼, 향후에도 야구부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목동,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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