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강영석, 박수현, 박란주, 윤석현 정재은, 박시환, 송광일, 허민진, 손유동, 김히어라, 박정원, 황호진, 이휘종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16일 청춘 뮤지컬 '찌질의 역사'가 제작발표회를 열고 넘버 공개와 여러 궁금증을 풀었다.

총 8곡의 넘버 시연과 포토타임, 기자간담회로 이뤄진 이번 제작발표회는 약간의 스토리가 포함된 넘버 시연을 통해 청춘들의 흑역사를 진솔하게 담아낸 뮤지컬 '찌질의 역사'를 살짝 맛볼 수 있었다.

세 명의 설하들과 그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민기의 모습과 함께 기혁, 광재, 준석, 희선, 연정, 유라 등 주변 친구들의 로맨스가 자연스레 넘버 하나에 얽히며 방대한 원작 분량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김풍, 심윤수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웹툰 '찌질의 역사'는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 명의 설하(권설하, 윤설하, 최설하)를 만나며 점점 성장하는 찌질남 서민기를 그려내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안재승 연출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고 서민기 역에 박시환, 강영석, 박정원, 설하 역에 김히어라, 정재은, 기혁 역에 송광일, 이휘종, 광재 역에 박수현, 황호진, 준석 역에 윤석현, 손유동, 희선, 연정, 유라 역에 박란주, 허민진이 출연한다.

시연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윤호진 에이콤 대표, 안재승 연출, 원작 스토리 작가 김풍, 원작 그림 작가 심윤수와 전 출연진이 함께해 작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 심윤수 원작 그림 작가, 김풍 스토리 작가, 안재승 극본/연출

대극장만 하다가 소극장에 도전하게 됐다.

ㄴ 윤호진 대표: 대학로에 좋은 작품 하나 만들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찌질의 역사가 선택됐다. 사실 제가 웹툰을 잘 들여다보는 나이는 아니라서 나중에 자료로 봤는데 이 이야기는 단순히 웃고 즐기기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젊은 사람들의 성장통이 아닌가. 여기에 90년대 노래를 잘 매치시키면 웹툰의 재미보다 훨씬 큰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노래 가사에 줄거리를 잘 안맞는 경우가 많다. '찌질의 역사'도 노래 선곡하면서 정말 딱 떨어지게 맞출 수 있을까해서 고민했고 어느정도 좋은 성과 있으리라 믿는다.

'발암'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민기'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뭐가 어울릴지.

ㄴ 안재승 연출: '발암'보다는 '고구마'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보기 드물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고 큰 목표가 아니라 산뜻한 청춘물을 하는 소감은.

ㄴ 윤호진 대표 : 저도 스케일이 크고 애국심이 담긴 작품을 하다 풋풋한 젊은 배우들과 함께 하니까 기분도 젊어지는 것 같다. 작품을 보고 흔히 '발암'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저 어렸을 때도 저렇지 않았었나 싶다. 남자들은 여자 앞에만 가면 찌질해지고 그걸 만회하려다 더 찌질해지고 그러지 않았나. 그게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주지 않을까. 그 순간은 찌질했지만, 지나갔을 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고 자기도 모르게 어른으로 성장됐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 가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사람에게 많은 공감대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민기가 '발암'이다. 답답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관해 어떻게 보는지.

ㄴ 김풍 작가: 의도한 대로 잘 나온 것 같다(웃음). 다들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키지 못한다. 물론 객관성이 있는 분들은 이거 보며 많이 깨닫고 반성하는 분도 계시고. 어린 분들은 욕하시겠지만 사실 미래의 자기 모습일수도 있고(웃음) 그렇게 생각된다.

공연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닌다는데 어떤 걸 보는지. 웹툰을 무대화한 다른 작품을 보면 어떻게 느꼈는지. 작가들이 작품 제작에 참여하고 간섭해서 망하기도 했는데. 또 시즌3까지 나온 웹툰에서 왜 시즌2까지만 담았는지.

ㄴ 김풍 작가: 시즌3도 많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시즌2까지의 내용이 디테일하게 들어 있다. 원래 뮤지컬 무척 좋아했다. 처음 봤던게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였고 '토요일 밤의 열기'도 초연부터 봤었다. 좋아하는 공연을 몇번씩 보기도 하고 새 작품이 오르면 꼭 보러 가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게 저도 뮤지컬을 좋아하니까 재미가 있고 없는 느낌이란 걸 안다. 그런데 처음에 이걸 에이콤이 한다길래 역사물을 하는 회산데 그래서 '찌질의 역사'를 하는 건가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웃음). 대본을 우선 보자고 했는데 저도 글쟁이니까 감각이 있는 사람인지 딱 보면 안다. 그런데 초고부터 너무 잘 쓰셨다. 이후 재고, 삼고하는데 빨리 쓰는데도 점점 좋아져서 이 분(안재승 연출)도 이를 갈고 하시는구나. 에이콤이 역시 괜히 명성이 있는게 아니구나 해서 믿고 맡겼다. 저도 참견 안하고 싶어서 가급적 멀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저번에 한번 연습실 찾아갔는데 저를 정말 하나도 신경 안쓰셔서 마음 편했다(웃음). 그래서 정말 잘 되겠구나 생각했다.

배우들 보니 누가 싱크로율 높은 것 같은지.

ㄴ 심윤수 작가: 역시 광재 역이…(웃음).

무대 봤을텐데 어떤 점이 원작과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점은 웹툰보다 좋거나 선명해진 게 있는지 궁금하다.

ㄴ 김풍 작가: 사실 웹툰이 드라마타이즈라서 뮤지컬로 녹였을 때 이게 과연 이야기가 다 녹아날까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뮤지컬의 강점 중 하나는 음악과 조명, 무대, 연출을 가지고 이야기를 압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걸 절묘하게 잘 활용한 것 같다. 제가 볼 땐 원작과 비교할 때 제 기분에는 싱크로가 잘 맞는 것 같다. 캐릭터가 거의 비슷하고 오히려 설화 같은 경우 1인 3역인데 과연 이 세사람을 다른 느낌으로 나올까 하는 부분이 기대되는데 저도 아직 못 봐서 공연 올라간 뒤 확인해보겠다.

웹툰을 무대화하신건데 가장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어디였고 호흡이 짧은 편인 웹툰을 뮤지컬로 만들며 어떤게 어려웠는지.

ㄴ 안재승 연출: 호흡이 짧은 것보단 사실 시즌3까지 가는 방대한 분량을 2시간 정도의 극으로 압축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고 그 속에서 각각 캐릭터가 가진 에피소드를 개연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작업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그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져서 지금도 연습실에서 그런 부분을 압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강조하려던 건 시간의 흐름을 조정해서 두 개의 장면을 하나의 넘버를 통해 동시에 전달되는 그런 연출적 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루함 없이 속도감 있게 극을 전개하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 부연설명하자면 시즌2까지는 준석의 사랑 이야기가 안나와서 시즌3의 준석 이야기를 가져와서 압축했고 그 안에서 연하의 여성과 썸을 타는 내용을 연상녀를 만나는 것으로 변화하는 등 좀 달라진 점은 있다.

▲ 뮤지컬 '찌질의 역사' 시연 장면

원작 웹툰이 인기가 많았다. 뮤지컬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비결이 뭔지.

ㄴ 김풍 작가: 사실 처음부터 인기가 많진 않았다(웃음). 거의 바닥이었는데 입소문을 많이 탔다. 사람들이 이거 니 이야기다. 오빠 이야기다. 하면서 올라온 케이스다. 웹툰계에선 약간 특이하게 인기를 끌었다. 다같이 공감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민기 캐릭터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ㄴ 강영석: 민기의 악행? 찌질한 모습과 완벽하게 똑같은 짓을 한적이 없다. 비슷하게는 있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간다. 그때 느낀 경험을 연습하며 녹여내려고 한다.

ㄴ 박시환: 역할 하면서 저는 많이 공감하는 씬이 있다. 이런 부분까지 나와 닮아있구나 하면서 몰입이 됐었고 이외의 씬들은 계속 연기하다보면 조금씩 웃음이 터진다. 이게 웃겨서 웃는것도 있는데 대부분 공감하며 웃는 부분들이다. 남자분들이라면 어지간해선 공감하는 것들을 민기와 친구들이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ㄴ 박정원: 저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감을 하게 된다. 무릎을 꿇는다던가. 근데 그땐 정말 사랑이 아니면 죽을거 같단 생각이 들지 않나. 지나고 보면 찌질하단 생각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늘 진심을 다하면 더 찌질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더욱 진심을 다하려고 한다.

준비한 공약이 혹시 있는지.

ㄴ 박시환: 첫공때 매진하면 프리허그하시면 어떠냐. 6월 6일, 7일, 8일 마다 회차별로 매진되면 공연 배우들이 프리허그 하겠다고 지금 합의를 봤다(웃음).

안재승 연출은 '페스트' 원고도 썼는데 그땐 서태지 음악을 베이스로 썼고 지금은 웹툰 스토리에 맞춰서 글을 써야 했는데 서로 다른 원작의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왜 굳이 스토리를 연결하기 어려운 주크박스 뮤지컬인지. 음악 선곡도 스토리에 맞게 선택했겠지만 공통점이 뭔지.

ㄴ 안재승 연출: '페스트' 이야기하셔서 머리가 하얘졌다(웃음). 아시겠지만, 서태지의 음악은 가사가 추상적인 게 많다. 또 워낙 본인 보컬색이 뚜렷해서 그걸 '페스트'란 소설 안에 엮어내는 과정들이 상당히 힘들었다면 '찌질의 역사'는 그보다 대중적인 곡들로 넘버를 엮다보니 좀 더 자연스럽게 드라마와 넘버들이 연결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넘버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드라마와 가장 자연스레 연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또 원곡이 솔로곡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그걸 듀엣 혹은 합창곡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체 넘버가 각 캐릭터 솔로로만 진행되면 지루해질 수 있기에 가사들이 여러 캐릭터들의 상황을 보편적으로 대변하는 곡으로 선택해서 무대에 올리려고 노력했다. 주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90년대부터 2013년까지 노래를 찾았고 색깔을 통일하기 위해 처음엔 가수를 통일하려 했는데 그럼 제한사항이 많아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작곡가를 찾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 넘버들이 나왔다.

처음부터 주크박스 뮤지컬로 만든 이유가 뭔지.

ㄴ 윤호진 대표: 스토리에 정확히 맞는 곡을 새로 만드는게 아니라 기존 곡을 쓴 건 우리가 사랑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별했거나 했을 때 유행가 가사가 절절하게 와닿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이별, 아픔에 대해 정확한 표현을 가진 게 가요가 아닌가. 그래서 저희는 괜히 노래하지 말자. 인물이 가진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하자. 대사가 아니라 그걸 절절하게 표현한 노래를 같이 엮어준다면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지 않을까 했다. 어려운 작업이지만,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성취감도 있을 거 같고 그동안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나왔는데 보면서 저기서 노래를 왜하지? 저기서 뮤지컬 형태로 왜 가져갔지? 그런 작품도 많았다. 저희 작품을 보는 관객이 그런 생각이 안들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회의도 오래 했다.

▲ 뮤지컬 '찌질의 역사' 시연 장면

남자중에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ㄴ 김히어라: 저는 그래도 민기가 아닐까 한다. 민기가 찌질하기도 하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용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ㄴ 정재은: 저는 민기도 민기인데 광재가 제일 좋다. 가장 성공한 캐릭터 아닌가. 마침내 결혼도 하고 실수했던 여인에게 만회해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런 면에서 성장한 광재가 제일 나은 거 같다.

ㄴ 박란주: 너무 짠 것 같은데 저는 기혁이가 제일 좋다(웃음). 제 파트너라 그런지 몰라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순수한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한다는 게 제겐 감동이 있는 캐릭터였다.

ㄴ 허민진: 모든 캐릭터가 다 매력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준석이를 뽑겠다. 준석이가 참 답답하지만 그 답답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상처가 많은 캐릭터인데 그걸 보듬어주고 싶더라.

이 뮤지컬이 기대되는 건 대부분 작품에서 남자주인공이 멋있게만 그려져 공감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입체적이고 공감되게 그려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여배우도 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면서 좀 더 입체적인 부분을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ㄴ 김히어라: 말씀하신 것처럼 여자 캐릭터가 평면적인데 반해 남캐릭터가 대중적으로 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은 게 장점이고 그래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무대에서 내가 아닌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이건 굉장히 현실적이고 남자들도 찌질하지만, 여자들만 바르고 그렇지도 않다. 같이 찌질하다고 생각하다. 저희도 자신을 내려놓고 진짜 솔직한 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얼굴도 계속 빨개졌다. 그전에는 어둡고 다른 사람. 역사 속의 뮤즈같은 걸 하다가 그냥 김히어라가 옛날 연애할 때의 찌질함을 보여주려고 하니까 무척 어렵더라. 그걸 깨는 과정이 있었고 그만큼 너무 재밌고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게 됐다. 작품 분석하고 어렵게 머리 싸매기보단 재밌게 노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ㄴ 정재은: 다른 대작들. 예를 들어 '영웅'의 설희 같은 캐릭터는 그 옷을 입고 캐릭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노력하고 주는 메시지가 있지만, 그렇게 되기가 힘든데 이건 반대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있다면 애교부리는 건 쉬운데 왜 무대 위에선 어려운지(웃음). 그냥 솔직하게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는 게 참 어렵다. 제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해야한다. 재밌게 준비하고 있다.

남자들의 브로맨스가 강조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ㄴ 박수현: 우선 연령대가 좀 낮고 민기역 영석배우나 휘종배우랑 동갑인데 캐릭터도 다 다른캐릭터를 맡고 있어서 진짜 친구처럼 잘하고 있고 형들도 다들 너무 편하게 해주시고 있다. 케미는 어느 공연 못지않게 잘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ㄴ 윤석현: 엠티갔을 때 저희가 박정원배우가 좀 늦게 오는 바람에 몰래카메라를 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저희가 진지하게 했는데 박정원 배우가 보기 좋게 속아주셔서 다들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연출님까지 같이 연기해주셨다. 명대사가 있다. '야. 니네는 나 안보이냐?'.

ㄴ 박정원: 억울한 건 아니고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제가 몰래카메라 같은 거 진짜 안 속는데 인생 처음으로 속았던 기억이 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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