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 류정한 배우·프로듀서, 구스타보 자작 연출이 '시라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처음 배우로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긴장되고, 떨린다."

'몬테크리스토', '잭 더 리퍼', '마타하리' 등 데뷔 후 지난 20년간 수많은 작품의 주연으로 활동 중인 배우 류정한이 뮤지컬 프로듀서로 도전한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CJ E&M 센터에서 뮤지컬 '시라노'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프로듀서 류정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이 참석했다. 뮤지컬 '시라노'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1897년 작 희곡인 '시라노 드 벨쥐락'을 원작으로 했다. 

'시라노'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시라노'의 입체적인 캐릭터와 세태를 풍자하는 이야기 때문이다. 시를 사랑하는 검객, 자유롭고 괴짜답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내, 매사에 당당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당당하지 못한 남자인 '시라노'는 그 누구보다 여인 '록산'을 진실하게 사랑하는 낭만주의자다. 여기에 비겁하고 권력욕에 물든 귀족들을 비판하고 세태를 풍자하는 희곡의 스토리는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뮤지컬 '시라노'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대본 및 작사가인 레슬리 브리커스 콤비에 의해 2009년 일본에서 초연이 열렸다. 순수한 사랑 이야기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호평을 받은 뮤지컬 '시라노'는 2013년 도쿄에서 재연을 열었고, 오는 7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된다. 제작진의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 '시라노'를 살펴본다.

▲ (왼쪽부터)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 류정한 배우·프로듀서, 구스타보 자작 연출이 '시라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인사말을 부탁한다.
ㄴ 류정한 : 뮤지컬 '시라노'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배우로도 출연하게 됐다. 1997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했다. 그때는 어려서, 내가 배우로 데뷔하는 것이 낯설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몰랐다. 20년간 배우 활동을 했는데, 프로듀서로 데뷔하는 느낌은 다르다. 긴장되고, 떨리고, 기대도 된다. 여러분들한테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잘하고 싶다. 지금까지 배우로 관객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 좋은 프로듀서로 작품을 소개하는 사명감이 있어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프랭크 와일드혼 : 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 기쁘다. 곧 한국에 아파트 하나를 얻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중이고, '마타하리', '시라노' 연습 중이라 정신이 없는 때다. 오늘은 특히 영광스러운 자리다. '시라노'의 대본·작사가인 레슬리 브리커스를 대신해서 왔다. 감사하다.

구스타보 자작 :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 한국에서의 4번째 작품이다. 가장 훌륭한 작품이 되길 원한다. 클래식한 이야기로 다가오게 될 것인데, '시라노'는 이미 증명된 작품이라 저희가 따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좋은 이야기와 가장 훌륭한 음악도 함께한다. 옆에 있는 천재 작곡가(프랭크 와일드혼)분이 쓰셨다. 한국 뮤지컬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배우와도 함께하고 있다. 매우 열심히 공연을 펼치는 앙상블과 캐스트를 보게 될 것이다.

저희가 이 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훌륭한 요소들을 모두 담는 좋은 공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류정한 프로듀서의 첫 번째 작품이다. 20년 동안 뮤지컬계에서 일했는데, 스타 배우가 이렇게 나의 프로듀서가 된 것은 처음이다. 일부 프로듀서는 뮤지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큰 행운이다. 아티스트이면서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뮤지컬이 가슴으로부터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

▲ 류정한 배우·프로듀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라노' 뮤지컬 프로듀서를 하게 된 계기는?
ㄴ 류정한 :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라노'를 하게 됐다. 지난해 3월경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나와 많은 작품을 했고, 좋은 친구로 여태까지 지내왔다. 우연한 기회로 오래 알고 있었지만, 당시 처음으로 낮에 식사를 같이했다. 프랭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라노'라는 작품을 처음 듣게 됐다. 그때는 '시라노'에 대해 잘 몰랐다. 프랭크가 "너무나 좋은 작품이 있는데, 한국에서 공연하면 네가 '시라노'를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물었다.

대본과 음악이 있는지 물었고, 있다고 해서 살펴봤다. 대본을 읽는 순간, 이 작품은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캐릭터는 앞으로 배우를 하면서 만날 수 있겠느냐는 기대감과 흥분이 있었다. 이 공연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언제 공연할지 몰랐다. 농담으로 제작을 내가 할 테니 날 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는데, 흔쾌히 웃으며 "네 도전에 손뼉을 친다"라면서 감사하게 라이센스를 줬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작품 오디션 심사에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다. 
ㄴ 류정한 : 지난해 10월 구스타보 자작 연출과 같이 오디션을 했다. 항상 나는 선택을 받는 입장인데, 내가 선택을 해야 하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주 재밌었던 것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반 이상이 다 아는 배우였다. '같은 배우인데, 내가 어떻게 저들을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점수를 매기지 않았고, 한국 연출가에게 맡겼다.

그러다 오래 알고 지낸 대선배님이 오디션을 보러 오셨다. 그래서 내가 오디션장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선배님이 연기하는 것을 밖에 나가서 연기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을 남겼다. 만감이 교차했다. 모든 배우를 뽑고 싶었지만, 굉장히 곤란했다. 다음부터 오디션장에 나타나서 심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캐스팅을 추천하고 싶나?
ㄴ 류정한 : 앙상블부터 '시라노'까지 모두 완벽한 캐스팅이다. 연습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났는데, 내가 많이 부족하다. 나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류정한 배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면?
ㄴ 프랭크 와일드혼 : 먼저 나는 따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다. 나 역시 음악을 하루하루 배우는 입장이다. 재밌는 백그라운드 이야기가 있는데, 첫 번째로 류정한 배우와 지금까지 다섯 작품의 공연을 했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카르멘', '몬테크리스토', '마타하리'를 같이 했다. 그래서 외국의 작곡가인 나와 한국의 류정한 배우 사이에 굉장한 케미와 특별한 관계가 성립됐다고 본다.

류정한 배우도 보면 학생처럼 매일 배우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게 공통점이어서 잘 맞지 않았나 싶다. 류정한 배우 말처럼 점심을 같이 하면서,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도전과제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정한 배우도 이제 다양한 캐릭터를 두고 실험해보고 싶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프로듀서와 배우를 겸한 아이디어를 내게 된 것 같다.

두 번째 뒷이야기는 작품의 역사다. 레슬리 브리커스 작사·작곡가 이야기다. 내 커리어에서 아버지, 스승, 멘토 같은 존재다. 모르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어 번 후보에 올랐고, 그래미상도 받은 바 있다. 내가 태어나기 3년 전인 1956년, 레슬리 브리커스가 작가로 발돋움할 때, 그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1960년 '시라노' 희곡의 초판본을 레슬리에게 주면서 여자친구는 "언젠가 너는 이 책을 꼭 뮤지컬로 만들게 될 거야"라는 편지를 썼다. 그래서 '시라노' 작품을 만들게 됐는데, 레슬리라는 분이 굉장히 젊어 보이지만 87세다. 전 세계에 생명력을 불어줄 수 있도록 지금 내가 노력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서 영광스럽다. '시라노'의 좋고 서정적인 음악이 있는 것도 이유이지만, 레슬리 브리커스를 대신해 이 자리에 와서 영광이다. 그래서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사랑으로 태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문화 生] 뮤지컬 '시라노' 매진 공약, 류정한 "대통령도 프리허그 했는데" ②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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