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다 도라히코 저/ 민음사

[문화뉴스 MHN 전서현 기자] 오늘날 '글을 쓰는 과학자'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지만, 여전히 '물리학자가 쓴 수필'이라 하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물리학자' 데라다 도라히코가 작가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그의 존재는 물론 이색적이었다. 여러 문사(文士)들과 교류하고 문단 주변에서 활발히 활동했음에도 전업 작가이기는커녕,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두어 개의 필명으로 글을 쓰며 과학자로서의 삶과 문필 활동을 병행했던 데라다 도라히코는 과학자뿐 아니라 문학가로서의 전형(典型)에서도 상당히 벗어나 있다.

▲ 본문 중 '나쓰메 소세키 선생님을 추억하다'를 필히 펼쳐볼 것'을 김혜원 출판 담당자는 당부했다.(©민음사)

그래서일까? 다른 누군가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물리학자'만의 예리한 시선으로 세계와 인생을 매우 날카롭고 시정 넘치게 묘파해 낸 그의 수필은,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두각을 드러내며 수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데라다 도라히코의 특이하면서도 독보적 위상은 그의 작품에 풍부한 생명력과 생각거리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현대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출판인이 말하는 추천포인트]

민음사 편집부 김혜원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라히코는 물리학자이자 일본 문학의 독보적 문필가"라며 저자를 먼저 소개한 후 "그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생으로 알려져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본문 중 '나쓰메 소세키 선생님을 추억하다'를 펼쳐 보기를"권했다ㅣ

[작품 속 밑줄 긋기]

내 속에 있는 극단적인 에고이스트를 대변하자면, 나쓰메 소세키 선생님께서 하이쿠를 잘 지으시건 못 지으시건, 영문학에 통달하시건 그렇지 않으시건, 그런 것은 어찌되어도 좋았다. 말하자면 선생님께서 대문호가 되건 안 되건, 그런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선생님이 언제까지고 이름 없는 일개 학교의 교사로 있어 주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선생님께서 대가가 되지 않으셨더라면 적어도 좀 더 오래 사셨으리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여러 불행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을 때에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다. 불평이나 번민으로 마음이 어두워졌을 때에 선생님과 마주하고 있으면 그러한 마음의 먹구름이 말끔히 날아가 버리며, 새로운 기분으로 내 일에 전력을 쏟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존재 그 자체가 마음의 양식이 되고 약이 되었다. 그러한 신기한 영향이 선생님 안의 어느 부분에서 흘러나왔는지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선생님을 객관시하기는 어려우며, 그리하려고도 생각지 않는다.-「나쓰메 소세키 선생님을 추억하다」에서

[저자 데라다 도라히코]
데라다 도라히코는 1878∼1935. 물리학자이자 문필가. '글 쓰는 과학자'란 수식어가 말하듯,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과 문학가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글을 쓰며 이야기꾼의 면모를 발휘한 그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등장인물인 괴짜 물리학자 간게쓰 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jun0206@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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