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접미사 '-적(的)'의 문제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가급적', '간접적', '감각적', '감동적', '감상적', '감정적' 등 한자 접미사 '~적'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고 있어서 우리말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적'이라는 부사형의 접미사 '적'이 남용되는 가운데 원래 '적(的)'은 한자어에서 사용되는 접미사다. 뜻은 '가깝다', '비슷하다', '그러한 성격' 등을 나타낸다. 사전에서는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일상에서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많은 경우 '비슷하다'의 의미가 아님에도 이를 사용하고 있어 마치 '근사치'의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말하고자 하는 원래 뜻이 되지 못하고 '가깝다' 내지 '비슷하다' 정도로 그쳐 신빙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적'이 '성질'의 뜻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이 '-스럽다'는 의미를 나타낸다면 '적'을 '스럽다'로 대체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스럽다'란 접미사로 이뤄진 말 가운데 '적'을 대체해 보자. '대견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대견+스럽다'로 이뤄진 이 말은 '대견'의 성질이 있음을 나타낸다. 여기서 '스럽다' 대신 '적'을 사용해 '대견적'이라고 하면 어색하다. 이는 '적'이 '스럽다'는 말과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적'을 사용한 낱말을 예로 들어 보자.

'가급적'의 경우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가능한', '가능한 한', '되도록', '될 수 있는 한' 등으로 할 수 있다.

'간접적'에서 '간접'은 '스럽다'라는 뜻이 전혀 없는 말이다. 이 경우 '간접(의)'라는 관형형으로 사용하거나 '간접으로'로 충분한 말이다.

'감각적' 역시 '감각'이 '느낌'을 나타내는 말로서 그에 가까운 어떤 '느낌'이 아니라 '느끼다와 느끼지 않다'의 양면성만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이 경우도 관형형으로 쓰이면 '감각(의)', '감각 성격(의)', '감각을 자극하는', '감각에 호소하는'으로 하거나 '감각 기관처럼' 또는 '감각 기관같이' 등 부사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조사 '의'에 괄호를 한 것은 뒤에 오는 말이 체언임을 나타낸다. '감각'의 경우 '감각의 성격'이라는 형태가 될 경우 '감각'과 '성격'이 동등한 세력을 형성하는 관계라면 '의'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에 오는 체언이 앞의 체언에 예속되는 관계가 된다면 조사 '의'가 있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감동적'은 '감동(의)', '감동으로', '감동하다' 등으로 표현해야 할 것으로 '적'을 과용한 것이다.

감상적 → 감상(의), 감상에 젖은, 감상에 빠진, 감상 성격인, 감상에 젖어, 감상에 빠져

감정적 → 감정(의), 감정 어린, 감정에 젖은, 감정에 빠진, 감정으로, 감정에, 감정에 빠져

이처럼 '적'의 사용은 '적'과 관련된 말을 관형형이나 부사형으로 하면서 앞에 위치시켜 주격의 상태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언어 습관 때문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주격의 질서가 파괴되면서 문장이 이상하게 구성되고, '스럽다'는 뜻이 없는 말이 '적'을 사용하게 되면서 문장 전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 결과를 빚게 된다.

예를 들어 '적극 노력했다'라고 하면 노력에 정말로 힘을 기울였다는 뜻이 되지만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라고 하면 '적극'에 가깝게 내지 형식으로만 '적극' 노력했다는 뜻이 된다. 또한 '~적' 자체가 사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다른 표현으로 충분한 경우도 이를 '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문장 전체의 의미를 제한시키고 엉뚱한 문장으로 이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적'의 잘못 사용과 관련해서는 많은 사례와 그에 해당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소유격 조사 '의' 또는 '의'가 필요없는 체언과 체언의 동격 관계, 중복 표현으로서의 사족성, 보조 주어로의 기능, 수식어와 피수식어 관계의 전도 등 '적'의 잘못된 적용은 우리 한국어의 어법 질서를 어지럽히고, 풍부한 표현을 제한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 '적'의 설명은 황당하다. 억지로 표제어로 올려서 뜻을 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적'은 '개인', '사사로이' 등으로 할 수 있다. '공적'은 '공식', '공공', '공사'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가능하면 '적'을 사용하지 않고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리] 문화뉴스 홍진아 기자 hongjin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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