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전서현 기자] 동양 고전 강의 '논어'는 한문 고전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정평이 난 심경호 교수가 쓴 '논어' 입문서다. 매 구절을 해설하고 오늘날 우리가 성찰해 볼 만한 논점을 제시, 논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민음사 편집팀 신새벽은 "졸업 등으로 스승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추천했다.(©민음사)

 본문은 총 459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강의는 번역 및 해설 부분과 원문 및 주석 부분으로 나뉜다. 강의마다 주제 한자와 제목을 제시하여, 한눈에 해당 강의의 의미를 파악하게 해 준다. 따라서 독자는 차례차례 읽으며 '논어'의 본래 맥락을 음미할 수도 있고, 원하는 대로 책을 펼쳐 자신의 처지와 해당 강의의 주제를 연관 지어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인이 말하는 추천포인트]

신새벽 편집인은 본 도서에 대해 "졸업 이후로 가까이에 선생님이 없는 직장인에게 만고의 스승 공자님의 소중한 말씀을 모은 '논어'를 권한다"며 "심경호 선생님의 해설을 공자 입문자에게 보물일 될 것이다"고 추천 포인트를 말했다.

[작품 속 밑줄 긋기]

힘이 부족한 사람은 길을 가다가 쓰러지나니, 지금 너는 금을 긋고 있다.

금여획! 이보다 우리를 아프게 질책하는 말이 또 있을까? 염유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는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지금 너는 금을 긋고 있다."라고 엄하게 꾸짖었다. ---1권「093강 금을 긋지 말라」

통하려 애쓰지 않으면 열어 주지 않고 애태우지 않으면 펴 주지 않되, 한 귀퉁이를 들어 주는데도 남은 세 귀퉁이로 반응하지 않으면 다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논어』를 처음 공부할 때 「술이」 편의 이 장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던 기억이 난다. "불분불계, 불비불발." 통하려 애쓰지 않으면 열어 주지 않고 애태우지 않으면 펴 주지 않는다는 이 말은 오늘날의 교육자와 학생들도 깊이 새겨 두어야만 할 것이다. 이 구절에서 계발이란 말이 나왔다. ---1권「109강 교육의 방법」

나는 무엇을 전문으로 할까? 말 모는 일을 할까? 활 쏘는 일을 할까? 나는 말 모는 일을 전문으로 하겠다.
달항(達巷)이라는 마을의 사람이 공자를 평해 박학하지만 어느 한 가지도 이름난 것이 없다고 애석해했다. 공자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제자들에게 위와 같이 겸손하게 말했다. 공자의 말에는 유머가 담겨 있다.
공자가 말 모는 일이나 전문으로 하겠다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겸손한 표현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도란 아득히 높고 먼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현실의 어디건 도가 없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2권「002강 도는 삶 속에 있다」

계로가 귀신 섬기는 일을 여쭈어 보자, 공자께서는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자신의 뜻을 다 펴지 못하고 단명하는 것은 정녕 불행한 일이다. 일생의 수명을 다하고 죽는 경우라 해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이럴 때 우리는 죽음 너머에 어떤 세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 뒤의 일을 천착하지 말라고 공자는 가르쳤다. 현세의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라고 한 것이다. ---2권「034강 사람의 일」

내가 너희보다 하루라도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려워 마라. 평소 너희는 말하기를 남이 나를 몰라준다고 하지만, 만약 누군가 너희를 알아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 등 네 제자가 공자를 모시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공자가 "어려워하지 마라."라고 다독이고는 "만약 누군가 너희를 알아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었다. 자신의 존재가 미미해서 남들이 몰라줄 때 불만을 품게 되고 심지어 초조해지는 것이 상정(常情)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그 초조한 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스스럼없이 포부를 말해 보라고 권한 것이다. "내가 너희보다 하루라도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려워 마라." 이 말은 곧 제자들을 힘 닿는 데까지 계발해 주고자 했던 참스승의 언어이다. ---2권「047강 스승의 격려」

삼태기 멘 은자가 이윽고 말했다. "비루하다, 잗단 소리여!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거든 그만둘 뿐이다. 물이 깊으면 옷 벗고 건너고 물이 얕으면 바지 걷고 건넌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과감하구나! 그런다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으리라."
오늘날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따라야 할 자세가 바로 이것이다. 세상에서 도피하지 않고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나와 내 주변부터 빛을 밝히는 일, 그리하여 온 세상이 밝아지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 일. 이것을 우리는 공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2권「157강 세상을 잊지 않는 뜻」

함께 말할 만한데도 함께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함께 말할 만하지 못한데도 함께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니,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남과의 관계에서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실인(失人)하거나 남의 잘못을 제대로 일러 주지 않아 실언(失言)을 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장에서 공자가 가르친 내용이다.
실인이란 흉금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을 만났는데도 그와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아 사람을 놓치는 것을 뜻한다. 실언이란 타이르면 잘못을 고칠 텐데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아 그 사람이 죄악에 빠지게 만들거나, 타이른다고 잘못을 고칠 리 없거늘 잘못을 지적해 말만 허비하는 것을 뜻한다. 곧 아름다운 바탕을 지닌 사람을 도의 영역으로 인도하지 못하는 것이 실인이요, 충고의 말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실언이다. ---3권「010강 할 말은 하라』

여러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고, 여러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우리는 일생 남을 평가하고 또 남에게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남을 사심 없이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 장에서 공자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나 뭇사람의 부당한 논단에 휘둘리지 말고 내 스스로 상대방의 인격을 정밀하게 살펴보라고 권고한다. 차근차근 살펴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법인 것이다. ---3권「029강 인물 평가의 방법」

[저자 심경호]
1955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일본 교토(京都)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중국문학)을 수료하고, 1989년 1월에『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으로 교토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조교수, 강원대 국문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2년 성산학술상과 2006년 일본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 선생 기념 제1회 동양문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선정 제1회 인문사회과학 분야 우수학자에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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