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전서현 기자]  미국의 졸업 시즌인 5~6월경에는 졸업 축사가 연일 화제에 오른다. 연사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 성공한 사업가에서부터 유명 정치인, 심지어 코미디언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졸업 축하 연설은 졸업생을 격려하기 위한 희망찬 수사로 가득한 주례사 연설이지만, 드물게는 역사에 길이 남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이 1946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한 그 유명한 철의 장막 연설이나, 존 케네디 미 대통령이 1963년 미국 워싱턴 주 아메리칸대학에서 발표한 핵무기 감축 계획이 바로 그 예다.

▲ 스승의 날을 맞아 각 출판사에서 추천하는 도서를 모아보았다 . '너는 특별하지 않아' 민음사/데이비드 매컬로 저/ 박중서 번역(©민음사)

그런데 유명 연사가 아닌 어느 고등학교 교사의 졸업 축하 연설이 화제가 되었다. 매컬로는 우리로 치면 강남 8학군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스턴 근교의 명문 웰즐리고등학교의 문학 교사이다. 대입 위주의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삶의 지혜와 유머가 담긴 이 짧은 유튜브 영상은 전미를 강타했다. 2012년 졸업식 연설의 확장판인 이 책은,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 없이는 할 수 없는 지극히 설득력 있는 고언 그 자체다. 학생에게, 자식에게 들려주고 싶지만 행여 잔소리가 될까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여기 담겨 있다.

[출판인이 말하는 추천포인트]

민음사 편집부 양희정은 "본 도서는 교사가 제자에게 들려주는 졸업 연설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것을 계기로 쓰게 된 교육 에세이"라며 책을 소개했다. 이어서 "넓은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학생들을 향한 스승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책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에게 있어 스승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어서 추천한다"고 추천 포인트를 말했다.

[작품 속 밑줄 긋기]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해서 아이의 미래가 평생 장밋빛으로 유지될 리는 없는 노릇이다. 하버드 졸업생이라고 모두가 훌륭할까? 매컬로는 필리스 휘틀리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경한 흑인 시인이 하버드 학생들에게 쓴 시(350~355쪽)를 들려준다.

"휘틀리는 백인 독자의 관점이 무지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뉴잉글랜드 소재 케임브리지의 대학에 드'에서 그녀는 하버드의 부유하고 젊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특권을 누리며 앉아만 있지 말라고, 몸을 움직이라고, 각자의 편협한 이득 너머를 생각하고 뭔가 좋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즉 '본능적인 열의’만큼은 활활 타오르지만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이중 공세 때문에 여러분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탕진하는 바로 그런 특권을 부정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녀는 자기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권한다." (352쪽)

"소로는 교사이기도 했는데 그 지역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실패한 교사였다. 왜냐하면 교과 과정이 아이들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매우 이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도보 여행, 수영, 나뭇잎 관찰은 가치 있는 지적 노력으로 간주했다. 엇나간 아이를 매질하는 것은 단지 끔찍한 관습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중략) 1845년 소로는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느 호숫가에 있는 에머슨 소유의 숲에다가 자기가 직접 오두막을 하나 짓고 한동안 살아도 괜찮을지 물어보았다. 에머슨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해 3월 소로는 숲으로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다. 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은 오늘날 당연히 전설의 재료가 되었으며 또한 역사와 문학의 재료가 되었다. 아울러 나는 교육의 재료가 되었다고도 주장하는 바이다. 그가 그곳에서 떠올린 생각들은 결국 세상을 바꾸었다." (242~243쪽)

[저자 데이비드 매컬로]
저자 데이비드 매컬로는 30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베테랑 교사로서 현재 보스턴 명문 웰즐리고등학교 문학 교사로 재직 중이다. 2012년 졸업식 축하 연설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퍼지며, 일약 '너는 특별하지 않아 아저씨’("YOU ARE NOT SPECIAL" GUY)로 유명해졌다. 퓰리처상을 2회 수상한 저명한 역사학자인 아버지의 서재에서 어릴 적부터 고전을 읽으며 인문학 소양을 다졌다. 교양 교육의 힘을 믿는 그는, 대학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십 대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역자 박중서]
역자 박중서는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일했고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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