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이동화 skyscout@mhns.co.kr 前 이월삼십일일 카피라이터現 퍼틸레인 카피라이터'순진한 프로패셔널'을 꿈꾸는 광고인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이동화]  오늘은 제 이야기 잠깐 해보겠습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무엇다워야 한다는 말, 나는 그게 싫다. (중략) 계집애 같다는 말도 물론 싫지만 남자답다는 말 역시 재미없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많은 사람이 '성별'이라는 잣대로 판단합니다. 그런 편견의 잣대 중 하나가 '눈물'.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말과 함께 나오는. 그러니까 울지 말라는 말.

어릴 적 저는 울보였습니다. 사소한 일 하나만으로도 슬퍼져서, 또는 어떤 일에 억울해서, 또는 너무 화나는데 주체할 수 없어서, 또는 누군가가 너무 슬퍼서, 또는 어떤 이야기가 너무 슬퍼서. 어떤 이유에서든 곧잘 우는 아이였습니다.

저의 그런 점은 부모님께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남자 새끼가 저리 잘 울어서 어떡하나' 하는 고민의 대상이었죠. 때문에 나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눈물 참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눈물 흘리는 건, 남자답지 못한 일이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어느 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깨닫습니다. '아. 나는 이제 눈물 흘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눈물을 참는 아이가 아닌,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구나.' '슬픈 장면을 보고도 눈물 흘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이 광고를 보면서. 눈물 흘리고 싶어도 눈물 흘리면 안 됨을 강요받았던 소년이었던 남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슬픔을 보면서 그때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남자'라는 편견 때문에 울지 않길 강요받았던 그때의 저를. 눈물을 참다가 눈물 흘리지 못했던 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눈물 흘린다는 건, 죄일까요? 남자는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남자는 언제나 강한 척해야 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규정은 그 누가 정의 내린 것인지.

앞에서, 영화관에서의 일이 있었던 뒤. 저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눈물 흘리려 노력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의 슬픔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래서 그날 이후 저는 눈물을 참지 않기로 했습니다. 눈물이 나면 나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남자다운 척하는 저보다 차라리 그런 내가 더 좋으니까.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내가 더 좋으니까.

이번에 소개한 이 광고, 영국 NGO 단체 Lynx의 'Men In Progress'에서는 이런 저와 같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기법을 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죠. 여기서 새삼 깨닫게 됩니다.

1. 진정성 있는 메시지는 날것 그대로도 임팩트있다.

2. 세상에는 아직 수많은 문제가 있고, 그만큼 광고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또한 무궁무진하다.

저 역시 저런 문제들을 다루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광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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