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브레인 컨트롤' 후기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브레인 컨트롤'은 '나'라는 한 주체가 두뇌부, 마음부, 신체부 등 조직화된 단위로 구성돼있다고 상상한다. 연극은 이 중 두뇌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취업 기계로 전락한 한 청년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함으로써 혹사당했던 '나'의 두뇌와 마음과 신체를 되돌아본다.

"합격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어"라며 주체성을 유예시킨 취업준비생 '나'는 취업할 그날까지 스스로에게 조그마한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한 생일 케이크를 살 의지도, 친구와 전화 한 통 나눌 여유도, 프라푸치노를 마음 놓고 마실 여력도 가질 수 없다. '나'의 이성과 마음과 신체는 매번 전투 상황 혹은 긴급 상황을 치루고 있다.

'나'의 구성원들이 두뇌부 수장과 매번 갈등을 겪는 근원은 '쉼'의 여부이다. 더 나아질 미래의 '나'를 위해 두뇌부는 스스로에게 휴식을 부여하지 않고 과거의 '나'를 지워간다.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앞으로 덜 실패하는 선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두뇌부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쌓여가는 절망의 기억들이 미래의 희망을 포기하게 만들 때, '나'는 삶에 애착을 가질 만한 행복했던 추억을 소환할 수 없다.

연극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배우 3명이 '나'라는 남성의 구성원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남성배우가 함께 출연했던 2015년 두산아트랩 공연과 비교했을 때, 이번 공연은 2년 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여성혐오' 이슈를 놓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여성배우는 '나'가 자위행위를 실행하게 되는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는 주체가 된다. 또한 이들이 군대의 상명하복식 소통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 '나'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혐오 블랙리스트'를 떠올릴 때 혐오 대상으로 '취업한 여자 동기'를 택한다는 점 등은 전복된 섹슈얼리티의 재현으로 우리 사회가 지속해서 고민해야할 젠더 문제를 상기하게 해준다.

 '자신을 이해한다'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한 일인가. 연극은 '나'를 한 사회로 구성함으로써, 내가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일이 저속하거나 이기적인 일이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브레인 컨트롤
- 공연날짜 : 2017. 5. 9 ~ 14..
- 공연장소 : CKL 스테이지
- 작, 연출 : 정진새
- 드라마터그 : 전강희
- 출연배우 : 장유화, 김민주, 오시원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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