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그대 가신 곳 머언 나라를 뚫어지도록 바라다보면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 하염없어라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귀에 적시어 눈썹 기슭에 번지는 불꽃 피눈물 들어 어룽진 동정 그리운 사연 아뢰려하여 벙어리 가슴 쥐어뜯어도 혓바늘일래 말을 잃었다

땅을 구르며 몸부림치며 궁그르다가 다시 일어나 열리지 않는 말문이련가 하늘 우러러 돌이 되었다

   
 

[문화뉴스] 석상(石像)은 돌을 조각하여 만든 형상으로 이 시에서는 임을 기다리다 돌이 된 망부석을 의미한 것으로 이 시는 석상을 소재로 죽은 임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행갈이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두점도 찍지 않아서 화자의 쉬지 않고 이어지는 숨 가쁜 호흡을 느낄 수 있다.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라는 구절은 이러한 기다림이 이미 오랜 세월을 두고 날마다 되풀이됨을 암시한다. 온몸으로 구르며 몸부림치는 극한의 슬픔 끝에 말문이 열리지 않은 채 하늘을 우러러 돌이 된다'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는 화자의 슬픔과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작자 : 김관식
성격 : 서정적, 애상적
어조 : 그리움과 한이 담긴 목소리
화자의 정서와 태도 : '석상'을 소재로 하여 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노래하고 있다. 한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구성 : 
노을이 지는 ~ 깊은데 하염없어라 – 먼 곳으로 떠난 임을 그리워함
출렁거리는 물결 ~ 말을 잃었다 – 애타는 그리움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쥐어 뜯음.
땅을 구르며 ~ 돌이 되었다 – 사무치는 한으로 '돌(석상)'이 됨

제재 : 석상
주제 : 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한(恨)

문화뉴스 이밀란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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