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을 꿈꾸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그리고 바라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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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결혼하는 연인들이 많아지는 5월.

서로를 동반자로 평생의 인연을 약속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면, 그들을 축복하기 위해 모인 이들까지도 행복해지는 봄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을 그들의 주변에는 이들을 축복하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악의는 없을지언정 스스로 처지를 한탄하며 의도치 않게 초를 치는 기혼자들도 즐비하다.

"내가 이미 경험해보았는데, 정말 그때 같은 행복한 순간은 앞으로 다시 없을 테니 충분히 잘 즐겨둬",

"결혼하면서 그게 내 인생의 바닥인 줄 알았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에…그 밑으로 아직 바닥이 더 남아 있더라"

이런 이야기는 앞서 결혼과 육아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하라는 걸까, 하지 말라는 걸까. 사랑에 빠져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을 바라보고, 또 이렇게나 결혼이 현실이라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미혼남녀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사랑, 그리고 결혼을 왜 하는 걸까.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과연 이건 행복해지는 길이 맞을까. 그 행복이라는 것은 환상일까, 아니면 지속 가능하다고 꿈꾸어도 괜찮은 것일까. 고민과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사랑이 마법과 같은 것인지, 그 마법같은 사랑 속에서 우리가 계속 꿈꾸어도 되는지에 관해 묻고 생각하게 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우리에게 얼굴을 알린 '엠마 스톤'과 영국 로맨스의 대명사 '콜린 퍼스'가 '우디 앨런'과 함께 한 영화라는 사실부터 기대감을 자아냈던 영화. 극 중 '콜린 퍼스'는 우리가 이제껏 알았던 것과는 영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초반 중국인 분장을 한 스타 마술사로서의 모습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그 이후의 모습도 그리 익숙지 않다.

만약 일전의 로맨틱하고 신사적인 그의 모습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만큼 극 중에서 그는 예의 없고 시니컬하며 자기본위적인 부정적인 인성의 소유자이다. 그는 마술하며 사람들을 놀래주고 기쁨을 주지만 그것이 정말 신기한 '마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훌륭한 머리로 고안해 낸 일종의 과학적인 장치임을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심령술사라 주장하는 이들의 트릭을 밝혀냄으로써 그들이 가짜임을 증명해내는 일을 하는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의 친구가 남부 프랑스 어느 마을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한 여인의 정체를 밝혀 달라고 부탁하면서 그의 인생은 조금 바뀌게 된다. 여주인공 '소피'는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내 무엇이든 알아내고, 그들과 산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도 하며 돈 많은 명문가의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젊은 심령술사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신내림'을 받은 여자라 할 수 있겠는데, 신통함에 더해 미모까지 갖춘 그녀는 그 일가족 모두를 사로잡아, 집안의 모든 중요한 사안은 그녀에게 의논하고, 그 집의 아들은 그녀에게 반해 일생의 동반자가 되어 달라는 청혼까지 해 둔 상태다. 그런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겠다고 자부하며 나선 스탠리는 오히려 그녀가 진짜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계속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온 것을 전면부인하며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만은 진짜였다'고 공식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영화가 더 전개되면서 그녀의 능력 뒤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이 속은 것임을 깨닫지만, 그녀의 귀여운 속임수로 행복해진 지금의 자신에서 마법 따위는 믿지 않던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과정에서 자신이 소피를 좋아하게 되었음을 깨달은 그가 그녀와 함께할 수 있을지를 그려내는, 조금은 독특한 소재와 전개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라 볼 수 있겠다.

너무도 '우디 앨런'스러운 화면과 배경음악들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 즐겁지만, 사실 '콜린 퍼스'와 '엠마 스톤'이 그리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으로 와 닿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또한, 굳이 이 둘이 로맨틱한 관계로 가야 한다는 설정도, 스탠리가 소피를 만나기 이전에는 자신과 꼭 맞는 운명이라 여겼던 약혼녀와의 관계가 너무도 어렵지 않게 정리되어 버리는 상황도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귀엽고 매력적인 것은 바로 '사랑' 그리고 '마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치료자 어빈 D. 얄롬은 그의 저서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에서 '실존적 소외'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과 타인 사이에 결코 연결될 수 없는 틈을 갖고 있어서, 아주 깊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메꿀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존적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 그의 책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이 보이는 시도는 바로 '혼합'이다. 즉 자신의 자아 경계를 엷어지게 하여 다른 이의 것에 녹아버리는 것인데, 쉽게 말해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이런 인간 본질적인 외로움으로 고독해 하는 대신, 타인을 사랑하며 그 관계에 젖어들어 그 고민에서 잠시나마 도망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그의 내담자뿐 아니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종종 시도하는 것인데, 이러한 혼합의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 그리고 그 관계에 흡수되어 버리는 축복받은 상태에 들어가, 잠시나마 외로운 나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이 녹아 없어져 버리게 된다. 그래서 나 스스로 자아를 되돌아보는 데 소홀해질지언정 '나는 사랑에 빠졌고, 아무런 고민도 불안도 없어요'라는 행복한 상태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자아가 강한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결혼을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일종의 답을 얻을 수 있겠다.

혹자는 '혼자여도 괜찮은 두 사람이 함께해서 더 좋은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원체 그렇게 완벽하기 어렵다. 나 홀로도 완벽한데 당신과 함께면 더 좋으니까 함께 한다는 말, 어쩐지 비인간적이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혼자서도 완전한 것만 같았지만, 당신과 함께 더 완전해졌고, 이제 그가 없이는 완전하지 않을 것 같은 정도의 영향력은 주고받아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로 결혼이란, 무엇보다 이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이 인연이 끝이 나거나 앞으로 더 나은 누군가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원 가족과는 다른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어 그 누구와 맺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앞에서 이야기했던 '실존적 소외'와 그로 인한 고독감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종족번식'과 같은 일차적 욕구로 인해 인류가 결혼한다는 것보다는 좀 더 믿고 싶은 설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의식·무의식의 바람을 통해 선택한 사랑과 결혼으로 인해 '덜 외롭고 행복해진 상태'가 지속하려면 그저 손 놓고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그 순간의 해피엔딩을 넘어서 계속 삶을 살아야 하고, 그 관계를 깊이 그리고 오래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결국 그들 자신과 상대방을 돌아보고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마법 같은 일이지만, 그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하는 것은 그저 '마법 같으리라' 손 놓고 기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계속된 노력과 통찰,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어렵고 힘든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낭만적인 사랑은 신비로워야 지속되고, 그 사랑을 조금 더 들여다본다면 언제까지나 신비로운 상태로 지속될 수 없는 게 당연한 순리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낭만적인 사랑'으로만 유지되지는 않더라도, 사랑에 있어 '낭만적인 요소'는 여전히 놓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소피와 스탠리는 낭만적으로 이어졌지만, 그 시점에서 멈춰버린 영화는 그들의 이후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의 사랑은 그리고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결코 평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꼭 맞는다고 생각했던, 혹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리라 여겼던 각자의 피앙세를 미련없이 버리고 마주한 두 사람은 그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간절했던 마음으로 'True Love'가 되기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혀가며 서로에게 맞는 짝이 되어가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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