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과' 출신, 작가준비생이었죠…'삼미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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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김라라는 대학 시절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샴푸 광고모델로 데뷔해 CF와 뷰티모델로 이름을 알렸다.

아시아모델협회 '미스에코 베스트탈렌트' 상을 받았고, SBS '스타킹'의 <자연미인선발대회>을 통해 존재감을 어필했다. 최근 온게임넷에서 MC와 패널로 활동하면서 '4대 여신'으로 불리고 있는 김라라. 상큼한 매력이 톡톡 터지는 그녀를 [그녀의 문화생활 엿보기]에서 만났다. 모델은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어떤 하루를 보낼까.

 

김라라 씨를 즐겁게 하는 것들에 관해 얘기해 보려 해요. 친구들과 만나면 주로 뭐하세요?
ㄴ 촬영 일정 때문에 틈이 없어 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해요.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렵고, 정말 베스트 프렌드도 몇 개월 만에 만나곤 하죠. 그래서 만나면 한참 동안 얘기를 해요. 자주 못 보니까 할 말이 쌓여있죠. 친구들이 전부 술을 못 마시는 편이라 술은 거의 마시지 않고 밥이나 디저트를 먹거나 하면서 계속 얘기를 해요.

 

저는 원래 많은 사람을 곁에 두려고 하지 않는답니다. 진짜 제가 좋아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만 곁에 두죠.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와서 친구들 직업도 다 예술 계통이라 시인, 소설가, 에디터들이라 다들 자기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드라마가 따로 없어요. 얘기하고 사진 찍고 그런 것만으로도 아주 즐겁고 스트레스가 풀려요.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세요?
ㄴ 저는 술 담배 커피를 안 해요. 일단 저를 중독되게 할 수 있고, 다이어트와 피부에 좋지 않은 것들은 다 멀리하는 편이에요. 누가 다이어트에 관해 묻는다면 일단 술 담배 커피를 끊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술은 칼로리가 높아서 안 되고 담배는 피부노화와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과 카페인의 악영향 등을 생각하면 끔찍해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걸 안 하는 게 가장 기본이죠. 과자나 초콜릿 같은 것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적게 먹는답니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요. 전생에 너구리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과일을 좋아해요(웃음). 음식을 가리지 않는답니다. 식당에서 백반을 먹으면 반찬을 남김없이 먹어 주인아주머니가 놀라실 정도라니까요. 칼로리와 영양소를 체크해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도 틈틈이 하려고 노력해요. 하루에 보통 2~3킬로는 걸어 다니거나 조깅을 해요. 집 앞에 청계천이 있어서 강아지 '메롱'이와 산책도 많이 하죠. 몸 상태가 좋을 때는 헬스장 가서 운동한답니다. 11자 복근이 갖고 싶어서 복근운동을 틈틈이 하고 있어요. 몇 년 후에 생길지 모르겠지만. (웃음)

 

친구를 만나 전시회를 보셨다면서요, 무슨 전시회이고 어땠나요?
ㄴ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린다매카트니' 전시회를 보고 왔어요. 비틀즈 폴 매카트니의 아내인 사진작가입니다. 큐레이터가 둘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무척 좋았답니다. 린다매카트니가 비틀즈의 사진이 찍고 싶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런던에서 뉴욕으로 날아갔대요. 비틀즈 사무실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근처 바에서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었다는데 바의 문을 열고 폴 매카트니가 들어왔다고 하네요.

린다는 폴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느꼈지만 모른 척했대요. 그러다 폴이 끝까지 말을 걸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그 순간 폴이 인사를 했다네요. 린다는 비틀즈의 사진이 찍고 싶어서 런던으로 날아가는 용기 있는 여성이죠. 하지만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폴이 용기를 내서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바란 거겠죠. 그들이 서로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사진들을 볼 수 없었을 거에요.

1초마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1초의 선택이 모여 운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글을 읽거나 어떤 사진을 찍거나,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답니다.

 
▲  김라라의 추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키치'를 지향하는 듯한 표지나 떠벌떠벌대는 작가의 문체에서 가벼운 유쾌함을 얻을 수 있지만, 곱씹어 보는 뒷맛은 꽤 씁쓸한 작품이다.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로 이어진다.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읽으시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ㄴ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추천해요. 처음 읽었을 때 정말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깔깔대고 웃었거든요. 대학교 내내 도서관에 갈 때마다 박민규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게 있나 없나 검색창에 검색해보고는 했어요. 좋아하는 작가나 소설책이 뭐냐고 물으면 너무 많아서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래전에 쓴 소설도 좋아하고, 박민규, 정미경, 배수아, 전아리, 주하림 작가도 좋아해요. 다들 멋지고 대단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우울할 때는 박민규, 전아리의 소설을 읽고,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는 정미경의 소설과 주하림의 시를 주로 읽는답니다.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ㄴ 일단 여성스럽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어요. 차분하다, 말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죠. 이런 말들은 주로 낯선 사람한테 듣는 말이고 친구들은 "재밌다", "웃긴다", "상남자다", "신사임당이다"라고 말해요.

저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모델이나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으로 변신해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상반되고 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요. 학교는 문예창작과를 나왔는데 하는 일은 연예계 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네요.

글을 쓰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인데 제가 지금 하는 일은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보수적이거나 대담할 때도 있고, 의외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성격은 무지 급하고, 일에서는 꼼꼼하려고 노력하죠. 친한 사람을 대할 때는 엄청나게 털털하고, 낯선 사람에게는 완전히 무관심해요. 그리고 뭐든지 준비해 가능한 한 완벽하게 해내려는 성격이 있답니다. 온게임넷에서 의상이나 대본연습을 철저히 하려고 해서 그런지 막내 작가는 저를 두고 '준비의 여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모델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에요?
ㄴ "예쁘다"는 말을 원 없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사실 저는 기가 막히게 예쁜 얼굴은 아니에요. 눈은 양쪽 비율이 다르고, 코는 약간 매부리코예요. 입도 작고, 얼굴형이 갸름하게 잘 빠지지도 않았죠. 부족한 얼굴인데 제가 고집이 있어 성형도 안 했답니다. '성괴'라는 말이 진짜 듣기 싫었거든요. 저는 "돌아가신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귀에 박히게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 애착이 많아요. 제 얼굴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기쁘죠. 부족한 점이 많은 얼굴이지만 저는 표정과 포즈로 제 얼굴을 더 예뻐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답니다. 촬영장에서 헤어와 메이크업도 해주고, 다들 잘 찍어주셔서 예쁘게 보이니 행복하죠.

운 적도 있나요…

ㄴ 울기도 많이 울었죠. 순전히 얼굴과 몸매로 평가받는 직업을 몇 년씩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용돈 벌이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요. 항상 오디션과 미팅을 봐야 하고 합격·탈락을 반복하고 컴카드, 포트폴리오, 전단을 수도 없이 제출해야 해요. 타인 눈에 비치고 입에 오르내리는 걸 견디면서 계속 웃고 있어야 해요.

전공과도 다른 일을 하려니 괴리가 심했죠. 작가가 되겠다고 수도 없이 말했는데 "여기서 난 대체 뭘 하는 거지?" 촬영을 마치고 혼자 집 앞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외로워서 눈물이 난적도 있어요. 사는 게 너무 외롭다고 생각했어요. 외롭지 않은 건 카메라 앞에 있을 때에요. 앤디 워홀처럼 유명해져서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기왕 태어난 인생 대충 살다가 끝날 순 없잖아! 열심히 살아야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네요.

또 어떤 문화생활을 즐기나요?
ㄴ 심야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영화가 사람의 가치관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는 게 점점 힘들어져서 영화를 주로 많이 봐요. 로맨틱코미티는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연애하고 헤어지고 죽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뻔해서 싫어요. 슈퍼히어로가 나오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영화, 시대극, 드라마를 좋아한답니다.

모델 하기 전 모습이 궁금합니다. 
ㄴ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 일을 했죠. 모델 하기 전을 생각하면 중학교 때를 생각해야 하는데(웃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미대에 가려고 하는 얌전한 학생이었어요. 미술부장이나 서기 같은 걸 맡아서 하고 수학책 귀퉁이에 보노보노나 세일러문 같은 걸 그리고 종이를 빨리 넘겨서 만화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놀고 했어요. 그러고 보면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뮤즈가 되고 싶어요. 저의 이름을 딱 들었을 때 포토그래퍼가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감독이 섭외하고 싶어 하는 탑배우가 되고 싶죠. 정말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끝까지 살아남아서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세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거든요.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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