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행길의 사라 룰 작 이강임 번역 연출의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사라 룰(Sarah Ruhl, 1974~)은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나서 처음엔 시인이 되려고 했지만 극작가 폴라 보글(Paula Vogel)이 재직하고 있던 브라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 희곡은 폴라 보글의 수업에서 1995년에 썼던 <The Dog Play>다. 시에 뿌리를 둔 그녀의 특질은 희곡에서 그녀가 언어를 다루는 방법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후, 사라 룰은 옥스퍼드, 팸브로크 대학원을 졸업했다.

<깨끗한 집> 으로 미국 연극계에 크게 알려지면서, 2004년 수잔 블랙 번상을 수상하고, 2005년 퓰리처 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2004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올려진 <에우리디케>는 언어의 사용과 이해에 관한 탐구를 다룬 작품이다. <에우리디케>는 그리스 고전인 에우디케와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갖고 사라 룰 자신의 고유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삶과 그 이후의 세계에 놓여있는 진짜 의미를 찾기 위한 탐구를 위해, 삶과 죽음의 세계에서 관계, 사랑, 소통, 투과성을 탐험하는 작품이다. 2005년 워싱턴 아레나 스테이지에서 공연된 수난극(Passion Play) 연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브라운 대학에서 폴라 보글과 함께 공부하던 스물 한 살부터 수난극을 쓰기 시작했지만, 8년 후 마침내 제3막을 끝낼 수 있게 된다. 수난극 연작은 2010년 뉴욕에서 초연으로 올라갔다. 2007년 뉴욕에서 공연 된 죽은 남자의 휴대전화(Dead Man's Cell Phone)로 디지털 시대의 기술과 사람들의 단절을 참가하는 작품으로 2011년 영국에서도 공연되었다. 다른 작품들로는 올랜도(Orlando)와 도시의 데메테르(Demeter in the City)가 있다.

사라 룰의 작품들은 마치 프로이트와 대항하는 심리학이 바탕에 깔려있고, 희극성, 조울증, 우울증, 변신과 같은 보다 더 중세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점들을 직선적인 방법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연극적 공간의 변신을 통해서 인물들의 감정적 심리 상태를 창조하고 있다. 2006년 맥아더 펠로쉽(MacArthur Fellowship)을 수여 받았다. 2009년 버클리 레퍼토리에서 초연 된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는 같은 해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이 올라갔다. 사라 룰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인 이 작품은 성적불만으로 히스테리를 진단 받은 여자들의 치료로 사용하기 위해 발명되었던 바이브레이터의 역사를 탐구하고 있다.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는 2010년 퓰리처 상 최종 후보작이었고, 또한 같은 해 토니 상 최고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연출을 한 이강임은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연극학과 실기석사(MFA),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Theatre & Performance Studies 박사(PhD)학위 출신이다.

한국연극교육학회 학술분과 위원장 및 편집위원, 한국연극학회 감사로 현재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연기전공 교수이자 극단 <행길> 상임연출이다.

1880년대가 연극의 시대적 배경이라 에디슨 (Thomas Alva Edison, 1847~1931)의 직류전기와 전구 그리고 축음기의 발명이 소개가 된다. 전기로 작동되는 바이브레이터(Vibrator)는 사람의 손이나 혀를 뛰어넘는 주파수의 진동을 만드는 기계이다. 생산자들은 처음 시장에 내놓으면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선전했다. 1880년 무렵 등장한 최초의 바이브레이터는 의사들이 진찰실에 두는 의료 기구였다. 성적 해방감을 제공함으로써 여성의 몇몇 질환을 치료하고자 했던 오래된 의료 관행의 일환이었다. 전기기계의 에너지를 활용하게 되면서 사용자 수는 급속히 증가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발칸반도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야전병원들이 바이브레이터를 비치할 정도였다. 이 무렵 전기 마사지사라는 새로운 직군도 나타났다.

놀라운 성행에도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성적 의미를 밝히기를 주저했다. 과거 의사들도 수대에 걸쳐 마사지를 하면서도 오르가슴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른 척했다. 이들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주된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미국, 유럽 등에 국한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각종 성인용품들을 수입하고 있지만, 이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달갑지 않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조차 부실하다.

2014년 개봉한 정범식 감독(47)의 '워킹걸'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백보희(조여정)는 오난희(클라라)와 함께 섹스샵을 운영한다. 그녀는 승승장구하며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는 듯싶지만 일보다 가정을 택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가족과 사랑에 다시 목매이면서 행복해한다.

미국 마텔 사가 제조한 '님부스2000' 제품은 해리포터 마케팅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빗자루 장남감이다. 아이들이 다리 사이에 끼고 놀게 만들어진 것으로, 원격조정이 가능한데다 불까지 번쩍번쩍한다. 무엇보다도 진동 기능이 있었다. 많은 부모들은 불평을 퍼부었지만 제조사의 웹 사이트에는 이런 글도 올라왔다. "감사합니다. 내가 선물한 그 빗자루를 여자 조카애가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하루 종일 갖고 놀아요."

 

무대는 1800년대 코린트식 기둥과 창이 달린 거실이다. 미국의 백악관이 코린트식 건축양식의 대표적 건물이다. 정면에 여섯 개의 코린트 식 문양의 창이 있고 중앙 기둥과 방이 있어 하수 쪽이 진료실, 상수 쪽이 거실이다. 진료실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상을 배치하고, 낮은 장식장과 바리브레이터를 걸어놓는 시설이 있다. 거실에는 긴 안락의자와 흔들의자 그리고 탁자위에 축음기가 놓여있다. 축음기에서는 무곡이나 피아노 연주곡이 들려나오고, 천정에는 백열 등롱이 달려있고 중앙 진료실과 거실을 차단한 문 옆에 스위치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번개 치는 영상이나 눈이 내리는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창출하는가 하면, 마지막 장면은 정면 벽으로 조성된 무대장치를 천정으로 상승시키면서 마치 오로라 현상 같은 쏟아져 내리는 직선형태의 조형물이 천정으로부터 내려와 주택 뒤 정원의 숲으로 설정된다. 19세기 귀족들이 착용했던 높은 모자와 정장, 숙녀복장을 하고 등장하고, 화가가 등장해 캔버스와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린다.

주인공인 의사는 저택에 진료실을 차려놓았기에 거실과 진료실 사이에 문을 만들고, 환자 진료 중에는 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주로 여성 환자의 성적불만으로 인한 히스테리 치료를 한다는 설정이고, 최초로 전기와 전기기구가 만들어지면서 의사는 전기 진동기를 만들어 환자를 치료한다. 침상에 여성 환자의 겉옷을 벗겨 올라가도록 한 후 은밀한 곳을 전기 진동기로 자극을 가해 치료를 하기에, 여성이 쾌감으로 기성을 발하고, 한번 치료를 받은 환자는 계속 치료받기를 원한다. 비록 남편과 동행을 해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는 해도, 남편은 진료실에 들어 올 수가 없으니, 대부분 돌아간다는 설정이다.

의사의 부인은 날씬한 체격의 미녀인 데다가 정숙한 여인이고, 갓난아기를 기르는데, 모유가 부족해 유모를 구한다. 유모가 등장을 하고 유모는 생후 얼마 아니 되어 자식을 저세상으로 보냈기에, 부인의 아기에게 젖을 먹이며 차츰 자신의 아이처럼 정을 쏟게 된다. 부인은 아기를 돌보느라 남편 일에 신경을 쓸 일이 없지만, 가끔 들려오는 여성 환자들의 기성에 차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날, 부인은 비슷한 또래의 여성 환자 덕에 처음으로 바이브레이터에 접하게 되고, 자릿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여성 환자와 가까워진 부인은 축음기에 무곡을 틀어 환자와 춤을 추기도 한다. 부인은 아기를 출산하고 기르는 동안 남편과 멀리했던 성적욕구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남편은 환자치료를 이유로 부인과의 동침을 기피한다. 마침 환자로 등장한 한 남성화가의 활달하고 열정적인 행동에 부인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마음을 살포시 기울인다.

그러나 화가 환자는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유모의 모습에 라파엘의 마돈나 같은 느낌을 갖게 되고, 유모에게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청한다. 의사 부인과 화가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유모는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한다. 의사부인의 화가에 대한 정념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유모에게 마음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될 무렵 화가는 자신의 정념을 고백한다. 그러나 유모는 아기가 이제는 모유를 끊을 때가 되었고, 우유나 음식을 먹여도 된다는 이유로, 젖 먹이기를 끝내고 화가의 사랑을 차분하게 거절하고 이 집을 떠난다.

그런 화가에게 의사의 부인이 바싹 다가든다. 화가는 어느 여성에게나 보이던 행동대로 부인을 다독이며 어루만진다. 이런 모습을 의사가 보게 된다. 화가는 파리로 간다며 의사부부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간다. 모처럼 내외만 남게 된 두 사람, 부인은 남편에게 바이브레이터의 용도를 뭇는다. 19세기에는 어느 병원이나 의원도 그것이 성적쾌감의 도구라는 것을 밝히기를 꺼렸기에 이 극의 의사 역시 부인에게까지 그 용도를 알릴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부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밀착시키기로 결심한다. 마침 그때 정원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배경 장치가 천정으로 올라가고 정원 숲이 펼쳐지면, 두 사람은 눈이 내리는 정원에서 상대를 열정적으로 끌어안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유지수가 의사의 부인 역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최진석이 의사로 출연해 역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극의 대들보 노릇을 한다. 김나미가 미모의 여성 환자로 출연해 발랄 발칙한 연기와 바이브레이터의 기성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진남수가 여성 환자의 남편으로 출연해 모든 남편의 표상인 듯싶은 모습으로 호연을 보인다. 송영숙이 간호사로 출연해 실제 간호사보다 더 간호사다운 연기를 보인다. 이은지가 유모로 출연해 라파엘의 마돈나 같은 유모 역을 해 보인다. 김동곤이 화가로 출연해 성격설정은 물론 연기력에서 탁월한 기량을 드러낸다.

예술감독 프로듀서 최재오, 텍스트 컨설턴트 최성희 김기란, 무대 최보윤, 무대어시스트 임 민, 무대크루 이 은 추동근 김예진, 조명 초보윤, 조명어시스트 윤의선, 조명오퍼 유보민, 조명팀 스테이지 웍스, 영상 윤지웅, 영상오퍼 김경탁, 의상 임예진, 분장 김숙희, 소품 최윤서 김윤지, 음악감독 김지현, 기술감독 김광섭, 작곡 음향 강민호, 음향오퍼 조해은, 안무 최유경, 안무어시스트 구강미, 공연총괄 양기찬, 조연출 무대감독 양정현, 포스터 의상디자인 박정원, 사진 이강물, 홉보마케팅 컬쳐루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행길의 사라 룰(Sarah Ruhl) 작, 이감임 연출의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우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