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구아구의 창단공연 이대영 예술감독 김태수 작 정재호 연출의 이구아나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이구아나(Iguana)는 멕시코, 중앙&남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 및 폴리네시아(피지, 통가 등)에 서식하는 초식 도마뱀류. 그러나 새끼 때는 충 식도 꽤 하며 자랄수록 초식의 비율이 커진다. 종류가 상당히 여러 가지인데 애완용으로 많이 길러지는 녹색 이구아나 및 작은 안틸레스 이구아나, 코 뿔 이구아나 및 이구아나 과에 속하는 다른 속의 일부 도마뱀(갈라파고스 섬의 육지이구아나, 바다이구아나 따위)까지 한데 묶어서 취급한다. 성체가 되어서도 독특한 형태를 유지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길러지는 파충류 중 하나다.

이구아나와 관련된 작품으로는 1964년에 제작된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 원작, 존 휴스턴John Huston, 1906~1987) 감독, 리처드 버튼 (Richard Burton, 1925~1984), 수 라이언(Sue Lyon, 1946~), 에바 가드너(Ava Gardner, 1922~1990), 데보라 카(Deborah-Kerr, 1921~2007) 주연의 명화 <이구아나의 밤(The Night of the Iguana) >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시나리오 작가였으면서도 대문호들의 작품을 영화화하기를 즐기던 존 휴스턴이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을 영화화한 걸작이다.

김태수는 대전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PR광고학과 출신의 극작가로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강사이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칼맨> <홍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최근 공연된 작품으로는 2012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뮤지컬 <울지마 톤즈> 2013 연극 <미스터 옹을 찾아라>, <바리야 청산 가자>,<일지춘심을 두견이 알>, <트라우마 in 인조>, <나의 숲은 푸르렀다> 2013-14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등 다수다.

정재호는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연극 국극 뮤지컬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연출가로 서울문화예술대학 교수다. 극단 광장, 극단사조에서 조연출, 무대감독, 연출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연극현장에서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걷고 뛰어왔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으로 일 해왔다. <팝페라 WHITE LOVE> <황진이> <카프카의 변신> <바우덕이> <백애> <들뜬도시> <일곱난장이> <I am 신데렐라> 등을 연출했고, 이번에 창단한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다.

무대는 아래위로 된 이층 구조이고, 아래는 작가의 집 거실 겸 서재이고, 1m 높이의 단 위에서는 작가의 소설내용이 사극처럼 펼쳐진다. 위층벽면은 세로로 연결된 촘촘한 나무이고, 아래층 서재에는 책장과 장서 앞에 컴퓨터 노트북이 놓인 책상이 있다. 어항처럼 생긴 조형물 안에 이구아나가 들어있다. 무대 전면은 주점, 여론사 사무실, 사극 등장인물의 무대, 여성 해설자의 단어 설명 장소로 사용된다.

연극은 소설가인 주인공이 조선왕조 초기의 사관(史官)을 통해 세자들 간의 왕권다툼으로 인한 살육장면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태조 이성계와 후에 태종이 된 이방원, 방간 방석 형제의 이야기를 사초를 참조해 집필한다. 소설가는 사초의 내용대로 집필을 하는가, 아니면 사초 뒤에 숨겨진 진실을 캐어내는가를 두고 고민을 한다.

태종과 책사 하륜의 이야기가 연극의 내용 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륜이 일찍이 이방원과 독대해 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반대세력도 살상해야 한다고 아뢰며 이 일로 해 상위(태조 이성계)께서 놀라시더라도 등극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라 하니 임금이 말이 없었다.

연극은 이와 함께 복선으로 1979년 12.12 사태의 진실규명이 극의 구성요소가 된다. 12·12사태는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등을 체포한 사건이다. 일본에서는 숙군 쿠데타라고도 한다.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은 12.12 군사 반란으로 군부 권력을 장악하고 5·18 광주의 민중봉기를 강경 진압한 후 1980년 9월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주인공은 등극을 위해 형제를 살육해 후에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를 집필 연재해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러자 여론사의 편집국장이 500년 전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위에 오르기 위해 형제까지 죽인 처참한 태종의 행적과 비견되는 1979년의 12.12 숙군 쿠데타와 연관된 칼럼집필을 요청한다. 주인공인 작가는 표면에 나타난 사실을 참고해 칼럼을 쓰는가,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어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혀낸 글을 기고한다.

그러자 사방에서 동요와 항의가 해일처럼 치솟는다. 여론사 폐쇄의 협박까지 들오오니, 편집국장은 작가에게 사과문을 요구한다. 거부할 경우 소설연재를 중단하겠다며... 주인공인 작가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작품에만 골몰한 나머지 아내에게 무심해 암에 걸린 사실조차 모른 주인공은 만일 자신이 사과문을 쓰지 않을 경우, 수입원 중단과 함께 아내의 치료비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병행했던 소설에서의 사관이 왕의 요구대로 실록을 쓰겠노라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의지를 꺾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동시에 소설가가 깜빡 잊고 먹이를 주지 못해 이구아나도 죽는 것으로 연출된다.

이일섭이 주인공 소설가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원근희가 태종의 심복 하륜으로 등장해 역시 명연을 편다. 언론사의 편집장으로 이은향, 정아미가 더블캐스팅 되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곽인호가 주인공의 친구로 출연해 성격배우 역할로 갈채를 받는다. 임은연, 주인공의 아내 역, 이런 미모에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가 있었다니...이 여배우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김예기가 태종으로 출연해 결출한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배찬태가 사관으로 등장해 역시 호연을 펼친다. 천용철과 함상훈이 왕세자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이선재가 해설자로 등장해 깜찍, 발랄, 귀여움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예술감독 이대영, 기술감독 황호연, 연출스텝 이강윤 송훈상 권혁우, 무대감독 정혁진, 조연출 최혜주, 음악 박광배, 음악 전혜인, 조명 최명석, 무대 김예기, 분장 박팔영, 진행 김기령 정다은 이현정, 그래픽 유창화, 기획피디 김 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이구아구의 이대영 예술감독, 김태수 작, 정재호 연출의 <이구아나>를 기억할만한 수준급 창단공연작으로 탄생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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