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이하 밀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뮤지컬 '밀사'는 1907년 헤이그에 파견된 세 명의 특사 이상설, 이준, 이위종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이번 '밀사'에서는 20대의 나이에 7개 언어에 능통한 청년 밀사 이위종 선생을 중심으로 해 헤이그 통역부터 연해주 독립군, 러시아 사관학교를 거쳐 장교로 참전하기까지의 장대한 서사를 그려낸다.

이상설 역에 박성훈, 이위종 역에 허도영, 이준 역에 이승재, 엘리자베타 역에 이연경과 유미가 출연하며 연출에 김덕남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을 필두로 극본에 오세혁, 작곡에 송시현, 음악감독에 강세영, 안무에 김경엽이 참여한다.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 날의 프레스콜은 서울시뮤지컬단 기획을 담당하는 박진아의 사회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는 프롤로그와 '반짝이는 것', '우리는 춤을 춘다', '어떤 세상에서 노래할까', '만국평화회의', '떠나련다', '이 반짝이는 것이', '에필로그'까지 총 5개 장 8개 음악을 선보였다.

연습실 공개인 관계로 의상과 무대 없이 진행되며 주로 음악과 춤에 시선이 집중됐다. 또 대부분 밝은 음악과 안무들이 많이 선보이며 무거운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이지만, 여러 색깔이 녹아든 작품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 좌측부터 강세영 음악감독, 김경엽 안무, 송시현 작곡, 오세혁 작가, 김덕남 연출, 박성훈, 허도영, 이승재, 이연경, 유미 배우.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ㄴ 김덕남 연출: 바쁘신데 불구하고 연습실 공개에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 제가 사실 역사물을 좋아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일본 낭인들이 명성황후를 죽였는데 그 부분이 참 그랬다. 어떻게 한 나라의 궁궐에 낭인들이 들어와서 왕비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힘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의 역사 이야기를 해보겠단 생각을 하고 헤이그 3인의 밀사들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걸 작품으로 다뤄보고자 해서 만들었다.

 

이번 작품 의뢰받은 소감은 어땠는지.

ㄴ 오세혁 작가: 일단 처음에 단장님께서 헤이그 밀사 이야기로 작업해보자고 하셔서 그쪽에 관해 많이 알아봤다. 원래 헤이그 밀사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그중 이우종 열사에 관해 관심이 가더라. 다른 분들도 다 훌륭하시고 셋 중 가장 젊어서 조명이 덜됐는데 알면 알수록 인생의 엄청난 굴곡을 가졌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조선 최고의 인재였고 그런 일에 뛰어들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재였는데 무엇이 그를 움직여서 밀사가 됐다가 연해주로 가서 독립군 장교가 되고 러시아 사관학교에 가서 참전까지 하게 됐나 궁금했다. 그걸 단장님께 더 다루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좋다고 하셨다.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보다 보니 흥미로운 점이 많은 훌륭한 분들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을 합쳤지만, 그 속마음은 다들 서로 달랐던 것 같다. 독립 이후 바라는 그림이 왕정, 공화정 등 여러 모양이 있었는데 원하는 조선의 모습은 다르더라도 하나로 모이는 게 감동이었고 지금 시기가 새로운 시기를 만들어가는 시기이기에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야 할지 또 좀 다르더라도 모여야 하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위해서 글을 썼다.

ㄴ 송시현 작곡: 제 개인적으론 굉장히 신나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음악은 클래식을 중심으로 해서 대중음악과 우리의 민족적인 음악을 조금씩 접목해나가는 과정으로 만들었다. 사실은 제가 작곡가이긴 하지만 배우, 단장, 작가, 음악감독, 안무 선생님들과 함께 여러 가지 의견을 조율하며 함께 만든 작품이라 개인적인 의미가 더 있고 예전을 돌아보면 대극장에서 했던 '청년 장준하' 이후 음악작업 하며 가장 감동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시기에 이위종이란 인물을 통해 어떤 걸 보여줘야 하나. 그를 조명할 이유가 뭔지. 어떤 새로운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있다. 작품의 키포인트가 있다면.

ㄴ 김덕남 연출: 작가님도 같은 생각이라 출발한 건데 사실 헤이그 밀사 사건이 있고 나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자료가 없어서 많이 묻혀있던 이야기다. 저도 학교 때 이준 열사의 자결정도로만 알았는데 파고 들어가 보니 이위종 열사가 눈에 걸렸고 저는 이 이야기의 특색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미완결의 이야기라 하고 시었다. 안중근 열사처럼 적을 제거한 건 아니지만, 이 큰 뜻을 품은 인재들이 경술국치를 통해 대한제국이 없어지지 않고 우리 역사가 쭉 이어져 왔다면 우리나 국가를 위해 큰일을 했을 텐데 역사의 시점이 안타깝게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에 하고 싶었고 그쪽으로 몰아가려고 작품을 정의했다.

ㄴ 오세혁 작가: 저는 아까 말씀드린 두 가지 정도에서 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위종 선생님이 젊을 때부터 철학과 삶의 방식이 정해진 분이었는데 보강해서 다른 방향으로 정리를 했다. 외교관에서 독립군 장교로, 다음은 러시아 사관학교로 들어가는데 저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살아가는 방식이 하나 정해지면 쉽게 바꾸지 못하고 남을 인정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위종이란 청년은 본인의 것이 맞지 않는다 싶으면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분이었다. 또 다음으로 독립운동하고 새로운 조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모인 사람들이 원하는 게 다 다르다. 다 다른 나라를 꿈꾸지만, 그건 나라를 회복 후에 해야 한다며 모이는 과정이 있다. 지금 그런 시기기도 하고 5월 9일(대선)도 있고 한데 그 이후에 공연되지만(웃음)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

 

이위종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을 거 같다. 자기가 알아본 이위종은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ㄴ 허도영: 이번에 작품을 접하며 사실은 저도 헤이그 특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작품 공부 분석하면서 새로운 것도 알게 됐는데 3인의 특사 중에 1명이고 단장님께서 말씀하셨듯 안중근 열사나 다른 위인처럼 현대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되지 않은 인물이라 생각한다. 저도 그랬고. 그런데 알게 되면서 '아 대한민국에 이위종이나 이런 수많은 인재가 많았겠구나. 우리가 모르는 분들도 많았겠구나' 싶으면서 다시 한번 좀 생각을 깊게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어떻게 보니까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노래하게 됐는데 처음 해보는 경험이고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느끼게 됐는데 저에게도 도전이고 위인 분들에게 폐 끼치지 않게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인 특사 중 가장 덜 알려진 인물인데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갔는지 궁금하다.

ㄴ 오세혁 작가: 세 분 선생님의 이야기를 연구하다 보니 그중 이위종 선생의 삶이 가장 굴곡지며 다른 방향을 찾아가는 데서 실마리를 찾은 게 있었다. 계속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놀랍게도 작년에 이위종 선생님의 증손녀께서 러시아에서 이위종 선생님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계시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 오셨더라. 제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으니까 한국에 오셨다는 데 놀랐고 확실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로 연락을 못 드렸는데 공연이 올라가면 연락드려서 한번 그분이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ㄴ 김덕남 연출: 조금 더 보태자면 그분에 대한 기록을 찾으면 많이 나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러시아 사관학교를 거쳐 공산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위종의 업적을 과거 정부에서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기에 특히 더 우리가 그분을 모르는 것도 있다.

 

음악이 주로 경쾌한 느낌으로 선보였는데 어떤 컨셉을 가졌는지.

ㄴ 송시현 작곡: 사실 슬픈곡도 있다. 들려드리지 못한 곡도 있지만. 그래서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시대를 현대 시각으로 보고 싶었던 건 제 개인적 의도라면 의도다. 의도를 갖고 작업한다는 건 웃긴 일인데 고스란히 시대를 재현하는데 나올 수 있는 악기나 의상도 드물지 않나. 이 시대에 어울리는 패션으로 정리해서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좋은 의도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게 제가 가진 소망이다.

 

일제강점기 배경이나 인물이 많이 다뤄졌다. 연출하시면서 그런 유형의 작품들과 차별점을 말해달라.

ㄴ 김덕남 연출: 아무래도 차이점은 중극장보다 약간 작은 엠씨어터에서 한다. 이 작품을 보면 건드리다 보면 명성황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서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변화가 너무 많다. 고민하다가 연극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실험적인 면으로 무대를 구성했고 제가 그간 해왔던 리얼리즘적 성향을 많이 벗어나려고 했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과감히 버리고 음악에 많이 기댔다. 음악의 힘으로 이 작품을 풀어가려고 노력했다.

 

앞서 연출로 참여한 두 작품에선 실존 인물을 다뤘지만,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시대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ㄴ 오세혁 작가: 앞 두작품은 제가 연출로 한 거라 이야기를 잘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 거고 이번에는 작가로서 한 거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넣었다. 음악감독. 연출님이 제게 이야기를 넣거나 빼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신 게 하나도 없다. 쓰면서 저의 자체검열이나 고민이 전혀 없었다. 가사도 쓰면서 내가 너무 거칠거나 노골적인 거 아닌가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대로 작곡해주셨다고 하더라. 큰 차이점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너무 많이 넣어서 정리를 못하겠다. 공연 보러 오시면 알게 될 것 같다.

ㄴ 김덕남 연출: 제가 조금 정리했다(웃음)

 

작품에 임하는 각오나 마지막 말 한마디씩 해달라.

ㄴ 김경엽 안무: 우리는 춤을 춘다며 러시아에서 젊은이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등등 오늘 보신 게 전부는 아니고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연이 이뤄졌기에 남은 기간에 더 완성도 있는 공연 만들겠다.

ㄴ 강세영 음악감독: 아까 단장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음악의 힘을 많이 빌린다고 하셨는데 배우 많은 스태프분들이 도와주셔서 더 좋게 많은 음악이 나올 수 있게 해주신 것 같다. 씬마다 극적 효과음을 주기 위해 밴드와도 많은 고민 나누고 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가사 중에 왜 당신이 죽어야 할 자리에 죽지 않고 왜 이런 가사가 나오는데 공연하다 그 시점쯤 되면 팩트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뭔가 마음이 먹먹하고 그래서 뮤지컬 보러 오셔서 소통하시면 좋겠다.

ㄴ 박성훈: 이상설 역 맡아서 영광이다. 계속 연습하고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무대 위에서 완성된 모습으로 뵙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

ㄴ 허도영: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몰랐던 역사적 사실과 새로운 저희가 음악적인 면도 많기에 두 가지를 모두 다 가져가실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많이 감동하고 가시면 좋겠다.

ㄴ 이승재: 제 개인적 목표는 힘들고 어두운 시대지만, 이준 열사가 밝고 긍정적이고 유머를 잃지 않고 살았다는 걸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ㄴ 이연경: 실제로 이위종의 아내였던 분이고 극 중에선 러시아 혁명 운동을 같이 참여한 굉장히 진보적인 여성으로 나타난다. 극 속에서 제가 이 여성을 분석한 바로는 이위종이 독립운동하는데 가장 가까운 내조자 역을 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이 작품에서 남자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많지 않은 여자 캐릭터로 주연이지 않나. 공연의 밸런스가 잘 맞게 하는 게 또 제 역할이 아닌가 싶다.

ㄴ 유미: 러시아의 혁명가이자 이위종의 아내다. 그래서 정말 열정을 담아 강렬하게 해야 될 것 같다. 힘있게 그런 모습들 보여드려야 할 것 같고 이게 역사극이다 보니 하면서 저도 배워가는 게 많다. 요즘 청소년이나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러와서 우리나라 역사를 잘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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