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의 59회 출연자는 무대장치제작소 쇼앤아트 전계식 대표이다. 전 대표는 1983년 (재)한국문화재단 리틀엔젤스 예술회관 음향실근무로 공연계에 몸담았다. 이후 국내외의 여러 공연장을 다니며 음향감독으로 활동하였고 2000년 무대장치 제작회사 '종합무대'에서 장치제작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뮤지컬, 오페라, 무용, 연극 등 수백여 작품의 제작에 참여하였다. 2009년 5월 (주)쇼앤아트의 공동설립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1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59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클릭)

 

 

플스 59회 게스트, 쇼앤아트 전계식 대표

Q. (주)쇼앤아트의 연혁과 제작했던 주요 작품을 소개해 달라.
 ㄴ 2009년에 설립하였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 뮤지컬 영웅의 초연을 제작해서 지금까지 맡아오고 있고, 2012년에 있었던 핵 안보 정상회의 축하공연의 무대를 제작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대표작으로는 오페라 박쥐, 천생연분이 있고 뮤지컬로는 살짜기 옵서예, 위키드, 프랑켄슈타인, 지킬앤하이드이고, 연극 조씨고아, 창극 오르페오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정동극장의 무용극 '련', 전북문화재단에서 제작한 '심청', 경기도립무용단의 '달하'의 무대장치를 만들었다.

Q. 장치제작을 대행하는 회사가 생겨난 것이 언제부터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일을 맡게 되는가?
ㄴ 대략 90년대 초쯤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전에도 무대장치 제작을 하는 곳이 있었지만, 제작소라 칭하기엔 다소 부족한 시스템이었다. 90년대에 국내에 대형 뮤지컬이 수입되면서 전문제작소의 개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무대장치 제작은 주로 공연의 제작책임자(PD)나 디자이너 등의 인맥을 통하여 의뢰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공개입찰도 많이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국내에선 국립오페라단이 1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입찰을 통해 장치제작업체를 공모하였고, 그 이후 다른 공공기관도 조달청을 통하여 이와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여주에 위치한 무대장치제작소 쇼앤아트

Q. (주)쇼앤아트에는 어떤 파트가 있는가? 더불어 무대장치를 제작할 때 공정도 설명해 달라.
ㄴ 각각의 파트인력이 구분된 회사는 사실 별로 없다. 우리 회사는 그나마 규모가 큰 편이어서 제작공정에서 파트별로 진행된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무대장치를 제작하는 분야는 목공, 철공, 조형, 작화, 재봉 이렇게 크게 5개 파트로 나뉜다. 재봉파트가 따로 있는 이유는 극장의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극장은 무대 가로가 20m 높이가 10m 이상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배경막을 천으로 만드는데 그 면적을 한 번에 커버할 수 있는 통으로 된 천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천을 재봉질하여 넓게 만들고 그 위에 작화해서 배경막을 완성한다. 또한, 나무와 천은 방염처리가 필수기 때문에 그 과정도 거친다.

무대장치의 공정은 일차적으로 디자이너의 도면을 받아 전 직원이 제작방법을 논의하고, 기술적인 검토를 한다. 이 기술검토는 제작소의 기술(제작)감독이 주로 하는데 완성된 장치의 사이즈를 예측하여 차량탑재 및 무대에 들어갈 때 장치반입구의 크기 등과 맞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또한, 무대의 위쪽엔 장치를 매달 수 있는 배튼(batten)이 있는데 하중을 지탱하는 정해진 무게가 있으므로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여 실제로 제작하는 방법이 담긴 도면을 만들고 각 파트별로 선행 작업을 한다.

작업의 순서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철공과 목공이 선행되고 그 위에 조형한다. 그리고 조형과 재봉이 완성된 후에 작화가 이루어진다. 조형은 철공과 목공작업 이후에 진행하지만, 선행공정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최종적으로 마무리는 대부분 작화파트에서 하며 각 파트에서 진행되는 세부과정도 따로 있다.

Q. 구성원은 전공자인가?
ㄴ 대부분 그렇다. 요즘엔 무대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입사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조형 및 작화 파트의 인력들만 주로 전공자였는데 최근에는 대학 무대미술학과에서 철공이나 목공작업도 다 배우고 나온다. 힘들게 제작해서 올린 무대가 성공하고 공연이 잘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우리도 함께 희열을 느낀다. 그것이 없다면 일하기 힘든 직업이다. 우리 구성원들도 예술가이다.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무대장치제작

Q. 제작일정에 많이 쫓길 것 같은데 어떤가? 보통 대형작품 제작에 드는 제작 기간은?
ㄴ 요새는 사실 대목이라고 할 만큼 바쁜 시즌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항상 일정에 쫓긴다. 대체로 아주 특별한 작품이 아니고서야 한 달 이상의 기간만 주어지면 그나마 여유를 갖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대형작품인데도 2~3주 안에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니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Q. 제작협의를 할 때 만들기 까다롭거나 예산에 안 맞을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ㄴ 사실 이 인터뷰에 오기 전에도 공연단체에 우리가 제시한 견적에 대한 이유를 전화로 설명하였다. 디자인이 나오고 그것에 맞춰 우리가 견적을 제시하고 계약합의를 거쳐 실제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 제작금액에 대한 조율과정이 길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제시한 견적금액과 공연단체에서 예상한 것이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깎을 수 있는 금액의 한계가 있다 보니 그럴 땐 디자인 조정을 해서 작업량을 줄여야 한다. 애초부터 예산을 협의해 디자인이 진행되었으면 더 좋을 텐데 디자인을 마음껏 해놓고 이후에 예산조정을 하려니 디자이너도 두 번 작업해야 하고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될 때가 많다.

디자이너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 점은 디자이너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그 점을 존중하고 최대한 구현하려고 한다. 그 점에서는 큰 마찰은 없는 편이다. 오히려 초보 디자이너들에게는 우리가 샘플을 마련해서 먼저 제시하거나 재료사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위키드' (샤롯데씨어터, 설앤컴퍼니) 무대장치제작

Q. 얼마 전 국공립단체에서 제작한 대규모 무대 세트들이 폐기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ㄴ 무대장치를 폐기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큰 비용을 들이기도 했고 우리 입장에서도 공들여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공연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의 경우는 한 작품을 계속 반복해서 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공연이 끝난 무대장치는 대부분 서울 외곽의 컨테이너 혹은 일반창고를 빌려서 보관하지만, 보관비용과 공공기관의 행정시스템 때문에 없애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진짜 근본적인 이유는 예술기관의 단체장이 새로 부임했을 때 자기 이전에 했던 작품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임단체장의 작품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탓일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새로운 작품업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Q. 대표로서 회사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ㄴ 회사를 설립할 때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선구적인 제작시스템을 갖추자'라는 목표를 세웠고 구성원들도 무대미술인으로서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사명감이 있다. 이제는 규모나 기술 면에서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다음의 목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운영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직원들이 고생한 만큼 인센티브를 챙겨주고 충분한 휴식기회도 만들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독보적인 제작 퀄리티를 갖추어 제작의뢰가 쇄도하는 회사가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공연단체로부터 제작의뢰를 받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중국 측의 제안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지만, 견적이 안 맞아 포기했었다. 중국의 무대제작회사보다 우리가 작업속도가 빠르므로 인건비에 대한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 데 문제는 운송비용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까지 배로 실어 보내는 데도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고 이미 우리는 어떤 작품의 무대도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으므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플스 59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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