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거요"

과연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로 유명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진작가 로버트 역에 박은태, 평범한 주부 프란체스카 역에 옥주현이 출연하고 남편 역에 박선우, 이상현, 찰리 역에 김민수, 마지 역에 김나윤, 마리안/키아라 역에 유리아, 마이클 역에 김현진, 캐롤린 역에 송영미가 출연한다.

평범한 주부인 프란체스카가 남편과 아이가 없는 3일동안 낯선 이방인인 사진작가 로버트를 만나 순간의 사랑을 나누고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받지만, 결국 가정을 택하는 그녀의 선택을 그리고 있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대극장 규모에 어울리는 내용일지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형 연출의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로버트와 프란체스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무대의 크기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전한다.

우선 관객은 무대와 영상의 아름다움에 눈을 뺏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옥주현이 부르는 첫 넘버 '집을 짓다'에서부터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옥주현의 목소리가 깔리며 서서히 아이오와를 향해가는 영상을 비롯해 짧은 며칠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답게 시간대별로 변하는 하늘 역시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한다.

또 집에서도 작품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방'에 공들인 묘사는 프란체스카가 '날 주방 안에 가두지 말고 빨리 나가줘'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갇힌 그녀를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집 지붕의 아웃라인만으로 표현한 깔끔한 구성 역시 훌륭하다.

다소 답답하게 열려있는 배경 역시 무대라는 프레임 속의 프레임을 만들며 집과 가족이란 공간 안에 갇힌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보여준다.

시각적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저녁 식사 장면에서는 실제 버터를 조리해 냄새를 풍기는 등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이란 점을 활용한 면도 돋보인다.

다음으론 앙상블의 역할에도 호평을 안 보낼 수 없다. 프란체스카를 끊임 없이 쳐다보는 그들은 말 없이도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을 통해 프란체스카의 내면 속 갈등이 극적으로 표현된다.

이런 세련된 연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극과 함께 어울리는 느낌을 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단 한번의 순간'처럼 극을 끌고 나가기도 하는 음악은 그랜드 피아노를 비롯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큰 감동을 선사한다.

두 주연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프란체스카 역의 옥주현은 로버트의 이야기 하나에 울고 웃고,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모습도 훌륭히 연기한다. 로버트가 "떠나자"고 할 때 감동과 사랑과 어떤 복잡한 감정이 뒤엉키는 그녀의 모습은 대극장 전체를 압도한다.

프란체스카 역을 맡은 옥주현은 프레스콜을 통해서 "공연을 보고 나면 적어도 10분 정도는 자리를 뜨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말대로 이런 것들이 모여 쉽게 자리를 뜨기 힘든 묵직한 감성을 전한다.

이 이야기가 흔히 말하는 불륜을 미화하는 건지 아닌지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직 두 사람의 마음, 버드의 마음, 아이들의 마음 등 각자의 처지에서 극을 계속해서 곱씹어보게 만든다.

화려한 쇼뮤지컬의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꼭 봐야할 작품이 아닐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여담으로 이번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특히 국내 뮤지컬 작품들 중 최고 수준의 MD를 만날 수 있다. MD 기근에 시달리는 뮤지컬계로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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