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자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아이들에게 할머니로 이 무대를 선물하고 싶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이들극장에서 연극 '엄마이야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9일부터 5월 21일까지 열리는 연극 '엄마 이야기'는 아이를 되찾기 위한 엄마의 애틋한 여정을 그려낸 안데르센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한 공연으로,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성을 보여준다.

제22회 이해랑 연극상, 제3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동아연극장 작품상 및 연출상 등을 받은 한태숙 연출과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인 김숙희 예술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은 '연극계 대모'인 박정자 배우가 '죽음'을 맡았다. 여기에 '어머니' 역의 전현아, '태오' 역의 김성우, '문지기' 역의 허웅, '괴물물고기' 역의 이지혜, '하카탁' 역의 이정국 배우가 출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김숙희 예술감독, 한태숙 연출, 박정자, 전현아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왼쪽부터) 김숙희 예술감독, 한태숙 연출, 전현아, 박정자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짜 '눈알'이 굴러다니는 등 아동극치고 수위가 높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ㄴ 한태숙 : 오싹하고, 슬프고, 괴상한데, 이야기 자체의 구성이 삶과 죽음 중 죽음의 비중이 크다. 아이가 죽고, 엄마가 아이를 찾아가고자 하는 죽음 자체의 이야기다. 이 연극에서 달짝지근하거나, 아이들을 위해서 '위로'나 '서비스'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어린이극을 매번 다 보지 않았어도, 아시테지 초청 공연이나 외국 공연 중에 인상 깊은 공연을 꼽자면,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주거나, 이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철학적이고 깊은 공연이었다.

김숙희 선생님 덕분에 이 공연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연극'이라면, 아이들이 그렇게 반응이 오겠다는 짐작 아래에서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 주변 사람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연극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꺼릴 것 없이 했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 무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랐다.

한태숙, 박정자라는 연극계 거장과 아동극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ㄴ 김숙희 : 아동극 가지고 예술을 하고 싶었다. 작품을 만들 때, 희곡적인 작품 만들었다. 한태숙, 박정자 두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이번엔 아이들이 극장에서 펑펑 울고 나가게 하자는 마음에서 만들게 됐다. 조금은 울다가, 두렵다가 했다. 저희 아동극 시장이 아이들한테 비위를 맞추는 그런 작품이 태반이어서, 예술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 때부터 예술적인 감각과 철학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 두 선생님과 함께 작업했다.

▲ 박정자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죽음'을 연기한 소감은?
ㄴ 박정자 : '죽음'은 사람이 죽으면 세상 저편으로 데려가는 역할이다. 마지막 장면엔 '어머니'가 눈도, 젊음도 다 주거나 빼앗기고, 아들을 만나러 죽음의 정원에 도달한다. 영혼이 꽃이 된 것인데, '어머니'는 결국 아이를 데려갈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죽음'이라는 역할은 우리와 늘 가까이 있다. 옷을 거창하게 입긴 입었는데, 우리 속에 들어와 있는 죽음 그 자체로 생각해서, 특별하게 오싹하다고 하셨지만, 오싹하게 연기할 생각이 없다. 그냥 같이 놀고 싶다.

메이크업하고 처음 무대에 서는 29일에 개막하면 아이들이 좀 더 배우와 스태프가 그런 유연함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을 12년 전에 한태숙 연출, 김숙희 예술감독과 같이했었다. 어린이극을 한다는 설렘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손녀와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가 있다.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을 할 때는 아이들이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그 아이들에게 할머니로 무대를 선물하고 싶다. 어떻게 할머니를 봐줄지 궁금하다. 한집에 살아서 매일 보는데, "할머니, '엄마 이야기' 속에 나오는 목소리 좀 내주세요"라고 하면, "안돼. 그건 극장에 와서 봐야지"라고 답한다. 손주들뿐 아니라 5월에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통해서 아이들에게 많이 만나고 싶고, 연출의 마음이 극장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면 성공하는 건가 싶다.

작품에 출연한 소감과 박정자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지 들려달라.
ㄴ 전현아 : 2012년 '쉬반의 신발'로 김숙희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도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본인들이 알아서 공연을 골라보는데, 중학생들은 끌려오지도 않고 선택할 수도 있는 위치도 아니어서, 중학생 위한 공연이라는 말에 좋았었다. 1인극이었는데 하면서 정말 어린이·청소년극은 더 정성 들이고,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안데르센 동화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데, '엄마 이야기'라는 단어를 듣고 울컥했다. 솔직하게 과장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다.

▲ 전현아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떤지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 무엇보다 한태숙, 박정자 선생님과 연극을 하는 게 나의 꿈이었다. 만나 뵙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작품을 만나 즐겁게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박정자 선생님과 한다는 것에 겁먹고 있었다. '연극계 대모'라는 별명을 가지실 정도로 큰 선생님이시다. 많이 혼날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는 거야"는 디테일을 잡아주셨고, 선생님도 어머니신데 어머니 경험도 많이 주셨다. 얕게 보고 있던 것들을 많이 짚어주셨다.

같은 안데르센 원작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우르슬라'를 연기했는데, '죽음' 역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였다.
ㄴ 박정자 : '우르슬라'로 더빙을 처음 했었다. 처음 더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인어공주' 애니메이션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자식들이 "엄마, 그걸 꼭 해야한다"고 해서 '우르슬라' 녹음을 했었다. 지금도 그 작품을 아이들이 보는 것 같다. 참 재미있었다. 솔직하게 '인어공주'의 '우르슬라'를 기억해줘서 반갑다. 지금도 그 노래가 생각난다. (편집자 주 : 이후 박정자 배우는 '우르슬라'의 주제가 중 일부를 허밍으로 불렀다) 

'우르슬라'는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빼앗고 다리를 주는 바다 마녀인데, 이 작품에서도 '죽음'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온다면, 다음엔 이렇게 무시무시하지 않은 천사 같은 역할을 기대해본다.

아이들이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는?
ㄴ 김숙희 :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보통 문화의 암흑기라고 이야기한다. 고학년이 되면 공연을 보러오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되면, 자기 혼자 표를 사고 들어갈 수도 없고, 부모님이 데리고 와야 한다. 어린이날이나 가족의 달 행사를 많이 하지만, 연극을 잘 보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은 영화, 컴퓨터와 연극이 뭔가 다른 장르라는 것을 안다. 개그만 하고, 웃기만 하고, 동물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절대공간인 극장에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오래 기억하고 남을 수 있는 것을 하면 참 좋겠다. 여기 데리고 오는 것은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이해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가정의 달에 참 좋은 기회인 것 같다.

▲ (왼쪽부터) 전현아, 김성우, 박정자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에서 모성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ㄴ 한태숙 : 형제애, 모성애, 부성애 등 애정이라는 것은 모두 다 순수한 마음일 때 공감을 주는 것이다. 모성의 강한 힘이 이 작품에서 주목받길 바랐다. 아이가 죽으면 어떤 부모나 그 뒤까지 가고 싶은 것이 모성의 본질이다. 지금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큰 불행에 대해 슬퍼하지만, 3년 전에 아이들도 많이 잃었다. 이겨낼 수 없어서 그 힘으로 자신을 복돋아 주는 것, 끝까지 가보는 것이 모성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이번 역할 캐스팅에서 '어머니' 역할 배우는 꼭 자식이 있는 배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현아 씨가 상당히 저희 조건에 맞는 배우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전현아 : 극중 '태오'라는 아이가 9살이고, 내 아이가 3학년인 10살이 됐다. 이 작품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느냐면, 나는 아이를 어렵지 않게 키웠다. 워낙 순했고, 부모님과 남편이 잘 키워줘서 육아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그나마 신생아 때 모유 수유를 욕심부리고 하려다, 2~3달 정도 잠도 못 자고, 아이도 고생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여성이라는 것보다, 엄마라는 것, 아이를 먹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가슴을 풀어헤치고 살았다. 가슴이 짓무르기도 했던 이런 과정에서 아이의 소중함을 느꼈다. '태오'도 그렇게 키웠을 거라는 생각에 감정선을 잡았다.

어린이극에서도 예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작품 지방 해외공연 계획은 있나? 이 작품을 어떤 시각에서 보면 좋겠나?
ㄴ 김숙희 : 그렇게 장대한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지방 한 군데에서 초청을 받았다. 선생님 일정이 되면 가려고 하고 있다. 이 작품이 텍스트가 많아서 해외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노력해보려 한다. 덧붙여서 말하면, 요새 저희 세대는 "모성이 최고다. 제일 강한 것이다"라고 하는데, 그 모성이 변해가고 있다. 가짜 모성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을 들들 볶아야 모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보고 진정한 모성을 깨달을 수 있는 부모님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 김숙희 예술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이들극장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개한다면?
ㄴ 김숙희 : 우리 극장을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많은 어머님이 대학로에서 걸어오려면, 한참 걸어 올라오는 데도 좋아하신다. 로비도 넓고, 아이들이 쾌적하게 볼 수 있다. 좌석이 아이들 몸에 맞춰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이런 극장이 사실 해외에는 시마다 한두개 씩 다 있다. 저희는 연극사 100년 만에 처음 어린이극장이 만들어졌다.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여기에서 공연되는 모든 공연의 예술감독이라는 직을 둔 이유는, 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분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하겠지만, 그분들과 차별화되는 질 높은 공연과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사고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공연을 올리는 등 차별화되는 모습을 위해서 감독 역할을 맡았다.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