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서커스 '라 베리타' 다니엘 핀지 파스카 연출 내한 기자간담회 열려

▲ '라 베리타'의 한 장면 ⓒ Viviana Cangialosi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수채화 같은 조명 아래에서 반라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코뿔소' 탈을 쓴 출연자들이 붉은 실타래를 하늘 높이 던져 주고받는 모습이 반복된다.

세계적인 서커스 연출가인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로 한국에 왔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LG아트센터에서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 다니엘 핀지 파스카 연출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27일부터 30일까지 공연하는 '라 베리타'는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후,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우루과이, 브라질, 콜롬비아, UAE, 멕시코, 뉴질랜드, 홍콩 등 세계 20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해, 3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 작품은 공중제비, 그네, 밧줄 타기, 폴 댄스, 저글링, 훌라후프 등 우리가 익숙한 서커스의 다양한 퍼포먼스들을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선보인다. 살바도르 달리의 걸작인 '광란의 트리스탄(Mad Tristan)' 등 그의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초현실적인 서커스가 2시간 동안 이어진다.

이 작품은 70여 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살바도르 달리의 숨겨진 작품인 '광란의 트리스탄'을 배경으로 한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에 머무른 달리가 당시 안무가인 레오니드 마신의 의뢰로 194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막을 그렸다. 높이 9m, 너비 15m에 달하는 이 작품은 공연 후 분실되어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창고 속에서 다시 발견됐고, 경매에 부쳐져 한 익명 수집가에게 팔리고 만다.

▲ '라 베리타'에 나오는 '광란의 트리스탄' ⓒ Viviana Cangialosi

그 수집가는 그림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보다 본래 목적인 공연의 배경막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며, 다니엘 핀지 파스카에게 이 그림을 작품에 사용해줄 것을 제안한다. 신작을 구상 중이던 핀지 파스카 연출은 '광란의 트리스탄'을 목격하고 영감을 얻는다. 이 작품은 초연 후 3년간 달리가 그린 '광란의 트리스탄' 오리지널 배경막을 공연에 사용했으나, 현재 투어 중엔 복사본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스위스 출신 작가이자, 연출가 겸 마임이스트로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캐나다의 양대 서커스 단체로 손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모두 연출을 경험한 바 있다.

또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페막식,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과 패럴림픽 개막식을 모두 연출한 바 있다. 오페라 '카르멘', '팔리아치', '아이다' 등을 연출한 바 있는 능력자이기도 한 다니엘 핀지 파스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다니엘 핀지 파스카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본인 소개와 '라 베리타' 소개를 해 달라.
ㄴ 나는 18개 다른 국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만들어진 세계적인 극단 컴퍼니 핀지 파스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팀은 오페라, 아크로바틱 씨어터, 올림픽 등 각기 다른 장르의 공연을 다 아우르는 총합을 다루고 있다.

'라 베리타'는 달리의 그림인 '광란의 트리스탄'을 다른 사람이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담아낸 적이 있는데, 달리의 삶을 좀 더 철학적으로 보여주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아크로바틱하게 보여주려 했다. 이 공연은 좀 더 많은 관객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하기 위해, 배우와 상당한 대화를 나눴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들은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인 면에서 발견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악몽과 결합해 그림을 표현한다고 본다. 우리 공연에선 그걸 좀 더 가볍게 풀기 위해, 샤갈의 그림을 차용했고, 샤갈의 입장에서 본 달리의 그림으로 공연을 만들고자 했다.

초현실주의 그림의 작품은 사랑, 공포 등 인간의 여러 감정의 일루션을 보여주면서 환상을 갖게끔 하는 힘이 있다. 그 상상한 모든 이야기들을 균형감있게 다루면서, 투명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카다케스에 있는 달리의 집에 찾아가, 자세하게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책을 읽었고, 달리의 작품과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찾아봤다. '광란의 트리스탄'은 달리가 죽기 전에 그린 그림이다. 어떤 책과 삶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여러 자갈을 하나하나 모아서 모자이크처럼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

▲ '라 베리타'의 한 장면 ⓒ Viviana Cangialosi

이 작품을 수집가에게 받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ㄴ 달리의 작품을 발견하고, 그 작품을 발견한 수집가를 실제로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 수집가는 작품을 발견했을 때, 그 뒷이야기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 숨겨진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가지고 있었다. 양탄자의 가로줄, 세로줄이 연결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 이야기는 만남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상상을 얹어서 만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사회에서 '서커스'는 어떤 의미인가?
ㄴ 나에게 있어서 서커스는 미묘하고 섬세한 것이다. 아크로바틱한 서커스 예술은 단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삶이 시작할 수 있는 발견이라 생각한다. 부모님, 가족과 함께한 반짝이는 모든 삶의 순간이 아크로바틱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서커스의 의미다. 

[문화 生] 토리노·소치 올림픽 폐막식 연출가의 평창 성공 조언은? ②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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