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2연패 0순위, 서울고 등 8학교 '우승 도전'

▲ 덕수고를 이끄는 두 축, 정윤진 감독(사진 좌)과 조용준 코치(사진 우).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오는 5월 3일부터 목동 야구장에서는 '제71회 황금사자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대회 겸 2017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황금사자기)' 대회가 열리게 됐다. 2017 고교야구 최강자를 가리는 두 개 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선수권) 중 하나가 열린다는 것은 자못 의미하는 바가 크다. 6월 1차 지명을 앞두고 어떠한 슈퍼 루키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느냐의 여부, 진흙 속에 가려진 진주가 비로소 바다 밖으로 나서게 될 지의 여부가 그러하다.

이러한 가운데, 황금사자의 주인을 가리게 될 대진표도 이미 감독자 회의를 통하여 확정됐다. 다소 흥미로운 대진이 1회전부터 열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다소 전력 차이가 나는 학교가 32강전에서 맞붙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건 간에 본선에 진출한 39개 학교 모두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덕수고, 황금사자기 2연패 '0순위'
서울고, 마산고, 경남고, 성남고, 동산고, 유신고, 용마고, 경북고 '4강 복병'

대진 추첨이 이루어지고 나면, 객관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우승에 도전할 만한 학교들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학생야구에서, 그것도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전국무대에서 객관적인 전력은 늘 '참고 자료'가 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통하여 황금사자기 대회가 진행되는 과정을 가늠해 보는 것도 고교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대진표를 통하여 가장 우승에 가까운 팀을 선택하자면, 단연 덕수고등학교다. 이미 지난해 우승을 경험하면서 적지 않은 3학년 멤버들이 빠져 나갔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인재들이 많아 오히려 작년 전력을 뛰어 넘는다는 평가다. 물론 1회전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광주제일고)를 만나게 되어 다소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지만, 특정 투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경기 내용을 선보이는 것이 덕수고가 지닌 또 다른 힘이다. 양창섭-백미카엘-김동찬 등 덕수고가 자랑하는 '양백김 트리오' 투수진을 비롯하여 사이드암 박동수, 장신 투수 박용민도 마운드에 대기중이다. 내야수 김민기와 양원중, 안방 마님 윤영수가 버티고 있는 타선도 수준급이다. 김재웅(넥센), 박정우(KIA), 강준혁(고려대)이 빠져 나간 자리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이러한 평가에 대해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아니다. 학생 야구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라며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을 보이지만,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까지는 잃지 않았다.

이러한 덕수고의 독주를 막을 만한 학교로는 서울, 마산, 경남, 성남, 동산, 유신, 용마, 경북고가 손꼽힌다. 1회전에서 대전고를 만나는 서울고는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4강에서 덕수고를 만날 수 있다. 이미 서울 권역에서 맞대결을 펼친 끝에 아깝게 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 설욕을 벼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고에는 '야구 천재' 강백호가 있다. 포수, 외야수, 내야수, 투수 등 2루수와 유격수를 빼고 안 해 본 포지션이 없다. 타자로는 홈런 타자, 투수로는 150km를 넘는 속구를 던진다. 강백호 외에도 4번 타자 이재원과 리드 오프 최현준도 있다. 전통적으로 타력이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투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연투 능력이 뛰어난 3학년 주승우를 비롯하여 2학년 와일드씽 최현일-이교훈 듀오가 항시 5분 대기중이다.

1회전에서 전주고를 만나는 마산고는 승승장구할 경우 8강에서 덕수고를 만날 수도 있다. 이 고비를 넘을 경우 황금사자와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에이스 김시훈이 속구 투수로 건제함을 보이는 가운데, '2017 고교야구 유격수 4대 천왕'중 한 명인 재간둥이 공인욱도 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1학년의 몸으로 지난해 홈런포를 가동한 내야수 구장익도 3학년 형님들을 도울 준비를 마쳤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효근 감독의 용병술이 얼마나 빛을 발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부산 윈터리그에서 만난 경남고 전광열, 용마고 김성훈, 신일고 강혁 감독(사진 좌측부터). 세 학교 모두 이번 황금사자기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매년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부산 대표 경남고도 4강권을 노려 볼 만한 학교로 손꼽힌다. 무엇보다도 마운드 높이가 만만치 않다. 에이스 최민준이 건제함을 과시하는 가운데, 2학년 서준원도 한현희(넥센) 버금 가는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경남고 전광열 감독이 둘을 번갈아 기용할 경우, 상대 타선이 2~3점 뽑아내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더 무서운 것은 타선의 힘이다. 4번을 치는 한동희는 이대호의 경남고 시절 타격 실력과 맞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외야수 예진원, 2학년 노시환, 포수 정보근 등도 매서운 타력을 선보이고 있다. 손주영(LG), 이승호(KIA), 문상인(kt)의 공백을 후배들이 잘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경남고와 32강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큰 성남고 역시 만만치 않다. 사실상 이 경기를 잡는 팀이 8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성남고에는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됐던 좌완 특급 하준영이 있다. 앞선 2년 동안 감투상만 두 번(2015 청룡기 감투상, 2016 대통령배 감투상) 받았다. 올해는 더 농익은 실력을 바탕으로 MVP를 차지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하준영과 함께 마운드를 지키는 3학년 유호식, 2학년 손동현도 있다. 또한, 타선에서도 '리틀 설까치' 오혜성을 비롯하여 안방 마님 전경원 등이 이미 지난해부터 풍부한 경험을 자랑했다. 여기에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했던 1학년 최해찬도 2, 3학년 형님들을 도울 준비를 마쳤다.

인천의 강호 동산고는 이미 지난해 황금사자기/청룡기 4강에 이어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하며,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졸업생의 공백을 극복하고, 주말리그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동산고의 핵심 멤버는 투-타를 겸업하는 김정우와 에이스 이도현이다. 역시 지난해부터 마운드에서 힘을 보탰던 경험이 있다. 타선에서는 역시 '2017 고교 유격수 4대 천왕'중 한 명인 한경빈을 포함하여 외야수 장두성과 우경수, 내야수 이대한, 그리고 1학년 장광석이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대진에 따라서 8강에서 경남-성남의 승자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 경기 직후 강귀태 코치와 기쁨을 나누는 동산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1회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유신고와 용마고는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려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만나 상당히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외나무 대결의 승자가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까지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먼저 유신고에는 이성열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인재들이 대거 대기중이다. 이러한 '이성열 사단'의 핵심 멤버로는 속구 투수 김민-김진욱 듀오가 있다. 연고지 kt에서 심혈을 기울이며 지켜보는 김민은 이미 지난해부터 147km의 속구를 던지며, 청소년 국가 대표에도 선발된 바 있다. 김진욱 역시 동계 훈련을 통하여 기량이 일취 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선에서는 '리틀 조인성' 조대현을 비롯하여 '리틀 최정' 남계원이 버티고 있어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

이에 맞서는 용마고 역시 만만치 않다. 비록 유급 규정으로 인하여 1차 지명 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이승헌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전국 무대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이 장기다. 지난해 이정현(kt)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인재다. 이승헌 외에도 사이드암 이채호, 2학년 이찬욱도 마운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타선에서는 '월드 파워 쇼케이스'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리틀 박병호' 오영수가 있다. 언제든지 홈런왕을 노려볼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다. 나종덕(롯데)이 졸업하면서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안방 마님 김현우(2학년)도 타격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두 학교의 승자와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대구 대표 경북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투수 재원들이 많다. 선발 요원으로 좌완 신효승-배창현 듀오, 우완 장신 투수 김태우가 버티고 있고, 2학년 좌완 오상민도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삼성 1차 지명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르는 우완 특급 원태인도 있다. 가장 안정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원태인이 마무리를 맡아 주면서 전체적인 마운드 밸런스가 맞아가고 있다. 타선 역시 만만치 않다. 역시 '2017 고교야구 유격수 4대 천왕' 중 가장 빼어나다는 배지환이 타선의 필두에 서 있으며, 포수 배현호와 거포의 자질을 보이는 2학년 배성열도 라인업 한 자리를 차지했다. 최충연(삼성), 박세진(kt), 곽경문(삼성) 이후 그 동안 인연을 맺지 못했던 우승 경험을 이번에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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