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국내 4인조 로큰롤 밴드 제8극장은 이미 인디 밴드 계에서 유명한 거물 인사다. 팀명은 첫 번째 극장도 두 번째 극장도 아닌 여덟 번째 극장이어야 했다. 딱 그 정도의 숫자가 밴드명에 적합했다. 수많은 인생사를 그려내는 극장처럼, 제8극장도 희로애락 가득한 우리네 인생사를 덤덤하게 때론 기쁘게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제8극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나꼼수 FTA 특별 야외공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북 콘서트 '의자놀이'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공연에 출연하면서 방송 섭외나 타 행사 참여 제의가 사라졌다. 리더 서상욱은 "2010~2011년까지는 수입이 괜찮아 동생 학비도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 이후 갑작스럽게 방송 및 행사가 취소됐다. 그 후 2년간 50만 원 정도밖에 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음악꺼리 번외 방송에서는 제8극장의 어려웠던 시기와,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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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편집장· 마포 FM_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픽업쇼DJ)
▶ 패 널 : 래피 (가수, 음악감독), 박소연 (문화뉴스 MHN 기자)
▶ 게 스 트 : 제8극장 (멤버 서상욱, 임슬기찬, 함민휘, 김태현)

▲ (왼쪽부터) 김태현, 임슬기찬, 서상욱, 함민휘

"민주주의를 언급할 수 없는 광장이 의아했다"

제8극장이 처음부터 정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아니다. 밴드에서 기타를 담당하는 임슬기찬은 "정치 얘기를 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보드, 기타, 베이스,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멤버 함민휘는 "어렸을 때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무대에 서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점점 (정치에)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보컬‧기타 담당이자 '제8극장' 리더 서상욱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때를 회상했다. 당시 제8극장은 '우리는 이긴다'라는 곡으로 붉은 악마 공식 응원 앨범에 참여했다. 서울시청에서 김한석이 MC로 나선 '그리스전 경기 응원전'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김한석이 제8극장에게 공연 열기를 띄우기 위해 '시원한 디스'를 부탁했고, 서상욱은 "그리스가 민주주의 발원지이나 그 이후 존재감이 없다"라는 답변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 답변을 서울 시청에서 발언할 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시청 행사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권고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PD와도 상의했지만 결국 그리스 축구대표팀 감독 나이가 많은 점을 디스하며 응원 행사를 마쳐야 했다.

"엄연히 민주주의 선거로 뽑힌 이명박 정권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가 이해되지 않았다. 축구 경기 상대편인 그리스를 놀리자는 의도인데 자기검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제8극장이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아졌던 것은, 그때의 일이 큰 계기가 됐다.

▲ 1집 '나는 앵무새 파리넬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나꼼수, 쌍용차 사태… 그리고 제8극장

이후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의 제의를 받아 다양한 사회 참여 행사 무대에 올랐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어떤 무대든 감사하게 노래했다. 그러나 나꼼수(나는꼼수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사태, 언론 파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행사 섭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았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 번 관련 행사를 수락하고 나니 지속해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리더 서상욱 부모님이 오랫동안 사회 운동을 했던 것도 멤버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제8극장은 콘서트에서 어떤 노래를 불렀냐는 질문에 '낙오자의 밤'이라는 곡을 소개했다. 1집 '나는 앵무새 파리넬리다!'에 수록된 '낙오자의 밤'은 광우병 파동을 은유적으로 비유한 노래다.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불타는 맹세로 노래 부른다. 오늘 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등 혁명적인 가사가 인상 깊다.

2012년 5월 19일에 열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3주기 콘서트'는 2017년 4월 현재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행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행사이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한 문재인 후보는 "제가 앞장서서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희망을 드리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때 탁현민 교수는 제8극장에 대해 "제8극장은 이런 추모 공연 나오고 나서 공연 섭외가 없다고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제8극장은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3년째인 지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과 함께 보고 싶어 하니까 행복하다"고 답하며 시민의 박수를 받았다.

▲ 트리퍼 사운드 제공

제8극장이 말하는 대선 너머의 사회

"히트곡이 있던 가수가 아니니까 헷갈리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손이 압력을 넣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밴드 인기가 떨어진 것인지. 제8극장이 별로라서 섭외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제8극장은 아티스트들이 외압을 받아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인기가 떨어져서 행사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외압이 작용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8극장은 공연 기획 자체가 사라졌다고 방송 취소를 통보받았지만 후에 제8극장이 아닌 다른 팀이 무대에 선 것을 발견했다. 의아함이 남는 사건이다.

행사 섭외가 사라지자 밴드 유지가 어려워졌다. 정규 2집을 발매할 돈이 없어 크라우드펀딩을 받기도 했다. 함민휘, 김태현은 군대에 있었기에 차라리 사정이 나았다. 다른 멤버들은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 기타 레슨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다행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 금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모였고, 이 돈으로 빚도 갚고 2집 앨범도 발매했다.

5월 대선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제8극장 멤버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나눴다. 임슬기찬은 "지난 세월, 놀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놀 수 있는 환경이 되게 (새 대통령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드러머 김태현은 "버티는 느낌으로 밴드 활동을 해 왔는데, 맘 편하게 음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민휘의 한마디는 단호했다. "적폐청산 부탁드린다"며 새 대통령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서상욱은 "예술가의 입을 막은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감옥에 가거나 총을 맞았다"고 답변했다.

제8극장은 과거 문재인‧심상정 등 현 대선 후보와 한자리를 지켰다. 2011년 '나꼼수 FTA 특별 야외공연'에는 심상정 후보가 제8극장 공연 이후 자리에 올라 "초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야할 곳은 간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때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제8극장은 그들과는 다른 공간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아티스트로서 '촛불을 드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과 접촉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 아래서도 제8극장의 소신 있는 목소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제8극장은 오늘 23일(일) 홍대 클럽 네스트나다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다. '제8극장 숙소 이사기념 어쿠스틱 단독공연'은 4시 30분부터 입장 가능하며, 공연 시작은 오후 5시다. 재즈 기타리스트 이지호, 싱어송라이터 공세영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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