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27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 30대 젊은 성인 남성들이라면 과거에 한 번 쯤 '슈퍼전대 시리즈' 놀이를 놀이터에서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추억을 살려줄 영화가 이번 주에 개봉했다. 1990년대 전세계를 강타했던 '파워레인저'가 '파워레인져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추억의 영화에 놓고,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말한다.

두 사람 또한 90년대 '파워레인저' 세대였을 것이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으로 다시 만나본 소감을 간략히 말해달라.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슈퍼전대 시리즈(혹은 특수촬영물로 불린다)'는 198,90년대 남성들의 동심에 한 자락을 차지했던 장르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후뢰시맨', '마스크맨' 등을 시작으로 '파워레인저 시리즈' 나아가 국내에 순수 제작했던 '벡터맨'까지 안본 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 중 전세계로 뻗어나 황금기를 이룩했던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가 리부트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떻게 나올까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했다. 총 7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첫 편답게 다섯 명의 소년소녀들이 '파워레인져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잘 담아냈던 것 같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는 1994년 KBS에서는 '무적 파워레인저'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바 있는데, 당시 한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폭력성과 선정성이 두드러져 동심을 해치고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킴벌리'를 맡았던 에이미 조 존슨 때문에 동심이 꿈틀거리기도 했다. 사실 걱정이 많이 됐다. '특수촬영물'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일반적으로 대형 괴수와 로봇 간의 최종 결투에서 '모형 옷'을 입고 하는 맛이 있는데, 그저 CG로만 떡칠 되어 나오면 어떨까 우려를 했다. 그 장면을 위해서 이 이야기를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이 TV로 방영되었던 '파워레인저'와 다른 점을 꼽자면?

ㄴ 석 :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다섯 명의 선택받은 '레인져'들이다. '파워레인저'가 TV로 방영할 당시부터 구성원이 다양한 인종, 그리고 적절한 남녀비율 캐스팅을 고수해왔는데, 영화로 옮겨오면서 그 설정은 그대로 가져감과 동시에 10대 소년·소녀들의 인간적인 면과 감성을 덧붙였다. 이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캠프파이어 씬이었다. 우연히 선택받았다는 연결고리로 묶였으나, 서로 친분이 없던 다섯 명은 '레인져'로 변신하지 못하는 고민을 떠앉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섯 명이 캠프파이어 앞에서 서로의 과거사를 털어놓는 장면에 괜히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액션영화에서 눈물샘을 유발할 줄이야!

'레인져' 이야기를 했으니, 그들의 슈트 또한 TV판과 사뭇 달라졌다. TV판 슈트는 심플하지만, 오늘날 다시 돌이켜보니 뭔가 2% 밋밋하거나 평범해보여 슈퍼히어로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리부트된 슈트는 현재와 근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사이버펑크한 느낌에 블링블링을 장착해 "아, 이래야 슈퍼히어로 슈트지"라는 말이 나올만큼 세련되게 진화했다. 이 정도 슈트라면 '아이언맨 슈트' 부럽지 않은 튼튼함과 멋스러움을 장착했다고 생각된다.

 

양 : 비슷한 내용으로 접근하겠다. 이 작품은 사고뭉치와 아웃사이더들로 이뤄진 '레인져'들의 만남을 중심으로 한다. 나름 평범한 고교생을 중심으로 한 원작과는 달랐다. 심각한 사고를 쳐서(그 장면에 나오는 카메라 앵글은 인상적이다) 외출 금지를 당한 '제이슨', 치어리더 내에서 왕따를 당한 '킴벌리', 자폐증 증세가 있어서 놀림을 당하는 '빌리',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잭', 실제 레즈비언인 베키 지가 연기한 시리즈 첫 레즈비언 캐릭터 '트리니'가 주인공이다.

이 과정을 쭈욱 소개하면 사실상 초반부 액션은 보기 힘들다. 예고편에 나오는 액션 장면을 보면 거의 대부분 후반부를 장식한다. 그 혹자는 최악의 마블 코믹스 리부트인 '판타스틱 4'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했다. '판타스틱 4' 역시 설정에만 집중했고, 팬들이 원하는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은 후반부에나 조금 나왔다. 그러나 '판타스틱 4'와 다르게 이 작품은 최소한 시간대를 몇 년씩 넘기며, 개연성을 무시하는 연출은 최소화했다. 그들이 어떻게 힘을 갖고,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좌절을 겪은 후 그 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똘똘 뭉치는 일련의 과정은 '판타스틱 4'보다 낫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의 단점이 있다면?

 

ㄴ 양 : '아이언맨'과 같은 슈트를 우리도 가질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캐릭터와 과도한 PPL을 쓰고 있는 '트랜스포머'를 디스하는 내용이 나온다(물론 이 영화에서도 꽤 중요한 PPL이 등장한다. 마치 PPL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외치는 느낌이다). 이런 자신감 있는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파워레인져스'가 되어야 한다는 정체성을 깨닫고 훈련에 임하는 내용, 다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오히려 차곡차곡 쌓아놓은 흐름을 깨뜨렸다. 무엇보다 빌런인 '리타 리펄사(엘리자베스 뱅크스)'의 활약이 무언가 부족했다. 좀 더 악역의 면모를 살려줬으면 어땠을까?

석 : 아무리 팬심으로 넘어가려고 해도 '조드'와 '메가조드'가 해괴망측하게 변한 건 도무지 적응하기 힘들다. 4개 다리였던 '트리케라 조드'와 '마스토돈 조드'는 무슨 컨셉을 받았는지 절지동물인 것마냥 다리가 3쌍, 4쌍이며, '티렉스 조드'는 앞다리가 실종되었다. 고양이과였던 '세이버투스 조드'는 그냥 네 발 달린 동물로, '프테로닥틸 조드'는 익룡이 아닌 핑크색 전투기가 되어버렸다. 이 정체성 잃은 '조드'들이 '메가조드'로 합체한 모습도 충격적이었다. 이 모습으로 앞으로 남은 여섯 편을 보다보면 이 비주얼에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의 총평을 남긴다면? 

석 : ★★★☆ / 다양하고 감성적인 '레인져', 사이버틱한 '레인져 슈트', 매력적인 '리타', 그러면서도 변함없는 권선징악.
양 : ★★★ / 그래도 이 정도면 '판타스틱 4'보다 재밌었죠?

syrano@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