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퍼드 페어리가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권혜림 인턴기자] [문화 人] 셰퍼드 페어리, "예술이 대중에게 닿기를…환경이슈, 무엇보다 중요" ①에서 이어집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하시는데요,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셨나요?
ㄴ 글쎄요 90년대로 거슬러 가보면 그때부터 조금씩 정치적인 행위들을 해왔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요구 받는 모든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라고 항상 장려해왔거든요.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2000년에 조지 부시가 당선이 됐을 때 그 생각을 하게 됐죠. 특히 이라크 전쟁이 났을 때요. 정치적으로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조지 부시 당선 전엔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은 없으셨나요?
ㄴ 그 전에도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있었죠. 다만 이만큼은 아니었죠. 그래서 그 전의 (작품) 이미지들을 보면 권리남용이라든지 경찰들의 잔인함, 사생활 침해 등 뭐 주로 그런 것들이었죠. 그런데 부시가 당선되고 나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는 특정한 주제들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작가님이 평소에 강조하신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ㄴ 민주주의에 참여하기 위해서 첫째로 중요한 건 투표에요. 두 번째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수단을 가지고 있어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도 있고요,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에 따라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뉴스에 칼럼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도 있고요, 예술을 통해서 드러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 중의 하나라도 제대로 (전혀) 하지 않죠. 심지어 투표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모두가 '참여'를 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세상을 조종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은 말할 권리조차 잃어버려요. 그래서 미국의 절반은 투표를 안해요. 무슨 뜻이냐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불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정치의 과정에선 제대로 참여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죠. 무척 불행한 일이에요. 

▲ 셰퍼드 페어리가 문화뉴스와 독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민경 기자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일상적으로 정치적 참여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참여를 적극적으로 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예를 들어서 트럼프에게 많은 표를 던진 백인 중년층 남성들이요.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ㄴ 그런데 그거 알아요? 트럼프가 실제로는 표를 별로 얻지 못했어요. 미국은 대표 선거인단을 뽑아서 주 단위로 표를 던지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이 제대로 안돼요. 실제로 국민 전체 득표수를 보면 힐러리가 트럼프보다 300만표를 더 얻었거든요. 하지만 대통령은 트럼프가 됐죠. 이번 대선 결과는 미국에 얼마나 성차별주의자들이 많은지를 폭로하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여자'에게는 표를 던지기 싫은 거에요. 대신에 단지 남자라는 자격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끔찍한 인간에게 표를 던졌죠. 굉장히 우울하고 맥 빠지는 현실이에요. 원시적이고요.

말씀을 들어보니 작가님은 매우 페미니스트이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탄핵된 대통령은 여성이었는데요.(웃음)
ㄴ 모든 여성이 완벽하진 않으니까요(웃음) 저는 마가릿 대처는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여성이 더 자애롭고 더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요. 모든 일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죠. 그렇지만 미국 정치에서 여성이 더 부각이 됐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얼핏 들으면 힐러리를 지지하시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맞나요?
ㄴ 지지했었죠. 하지만 저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였어요. 제가 (힐러리보다) 버니 샌더스를 더 좋아했던 이유는 그가 월스트리트를 개혁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은행가들과 기업들이 미국 시스템을 너무 많이 좌지우지 하고 있어요. 또 버니 샌더스는 부자들이 후보들에게 돈을 주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선거 자금 운용 방식을 시행하자고 주장했어요. 즉 모든 후보가 같은 양의 돈을 공적으로 기부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었죠. 왜냐하면 지금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기부 받는 모든 후보들은 기업이 (그들로부터) 원하는 게 뭔지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정치 자금에 관한 버니 샌더스의 입장에 매우 동의하고 때문에 그를 좋아합니다.

▲ ⓒ 권혜림 기자

한국도 지금 사람들이 개혁에 관한 관심과 요구가 높은데요, 아시다시피 외신에서도 연일 뜨거운 관심을 보일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바로 대통령의 '탄핵'이요. 국민들의 적극적인 시위를 통해 대통령이 물러나게 된 이 상황에 대해 셰퍼드 씨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ㄴ 저는 항상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알기론 부정부패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알고 있는데… 자세한 정황은 몰라서 뭐라 얘기해야 할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미국의 상황에 빗대어서 생각해보자면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를 해서 애초에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도록 했으면 했거든요. 그래도 늦게라도 잘못된 걸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죠. 저는 트럼프의 당선이 많은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줬을 거라고 생각해요.

트럼프가 당선된 지 얼마 안됐을 때 곧 탄핵이 될 거라는 말이 들리던데 근거 있는 이야기인가요?
ㄴ 아마 트럼프가 법을 어기지 않는 이상 탄핵은 힘들 거에요. (아마 러시아와 관련해서 밝혀질만한 일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탄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선은 됐지만 전체 지지율을 따져보면 35%밖에 안되거든요. 당신 친구들이 그렇게 얘기한 이유는 그만큼 그의 탄핵을 원하기 때문일 거에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럴려면 증거가 필요할 거에요.

혹시 이 포스터를 보신 적이 있나요? 최근 한국의 탄핵 집회 현장에서 대규모로 뿌려진 포스터인데요.
ㄴ 아니요, 이 포스터는 처음 봐요. 얼굴은 본 적이 있지만요. 이 사람이 한국 대통령 맞죠? 근데 여기 밑에 쓰여진 '라임(LIME)'이 무슨 뜻이죠?

드라마 주인공 이름인데요, 신데렐라코드가 들어가 있는 내용의 드라마에요. 전대통령이 이 드라마에 굉장히 빠져있었거든요.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기 위해서 ('LIME'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것 같아요. 

ㄴ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데 현실에선 되지 못한 거군요.

▲ 셰퍼드 페어리, Hope

이 포스터에서 차용하고 있는 이미지의 기원이 작가님의 유명한 작업 중 하나인 Obama의 HOPE 포스터에서 온 거잖아요?
ㄴ 네, Hope 포스터의 변형이죠. 저는 제 Hope 포스터에서 파생된 패러디나 리믹스된 모든 이미지들을 사랑해요, 심지어 제가 그 결과물이 주는 메시지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요.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제가 제 작품을 패러디나 리믹스 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 아닌데 그런 건 있어요. 예를 들어서 HOPE 포스터에서 'Hope'이라는 문구 대신에 'Nope'과 같은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요.

원작의 본래 메시지를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ㄴ 네 맞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런 게 바로 대화고 커뮤니케이션이죠. 정치에서는 대화라는 게 항상 존중 받을 필요가 없지만.. 아니, 언제나 존중 받아야 되는 건 아니죠. 자신이 원하는 걸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대화라는 건) 열려있어야 하죠. 하지만 사람들이 제 작품 이미지를 차용할 때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제 작품의 이미지가 새로운 선언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그럼으로써 제 작품이 '정치적 연설(메시지)' 같은 형태로 연결이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 메시지가 언급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언급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에 그 이미지를 만들었을 때에는 돈이 정말 없었어요. 자원도 없었구요.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어요. 그래서 만약에 어떤 사람이 '제가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네요'라고 말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거에요, '아니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가진 게 별로 없었는 데도 만들어 냈거든요. 당신이 어떤 이미지의 출처를 알고만 있다면 당신도 해낼 수 있어요. 아마도 (그렇게 하려면)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필요하진 않을 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HOPE' 포스터가 오바마 당선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ㄴ 여러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제 포스터가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제가 포스터를 만들 당시에는 오바마의 당선에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하지만 여러 요소가 있어요. 제 생각에 오바마는 매우 감동을 주는 연설가에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죠. 그래서 제가 이미지를 만들었을 때에는 그의 비전과 긍정적인 면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누군가 특정인에게 감정을 느끼길 바랄 때 오직 해야 할 일 하나는 그에 맞는 상징을 만드는 것이죠. 그러면 사람들이 그 상징에 감정이입을 하고 뭔가를 느끼게 돼요. 그 측면에서 저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쨌든 간에 제가 그의 당선에 기여를 했기를 희망하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네

▲ 셰퍼드 페어리, Peace Girl(Make ArtNot War), 2005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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