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인도 탈출기' 윤상원 강찬 손수현 박준 인터뷰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무인도는 우리에게 어떤 곳일까.

보드게임 속 무인도는 처음에는 강제로 몇 번을 쉬어야 하는 불편한 곳이지만, 나중에는 힘든 삶에서 도망치는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무인도는 상황에 따라 각자에게 가지는 의미가 다르다.

지난 2일 공연을 마친 연극 '무인도 탈출기'는 극단 '섬으로 간 나비'의 작품으로 신림동 지하 창고 방에서 생활하는 취준생 봉수와 동현이 편의점 알바생 수아의 제안으로 상금 500만 원을 타기 위해 연극을 만들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동현의 제안으로 시작된 장난 같은 즉흥극이었지만, 어느새 봉수와 수아는 북태평양의 무인도에 불시착해 현실에서의 삶까지 돌아보게 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무인도를 천국처럼 여기는 봉수와, 잠시 쉬었다 갈 뿐인 장소로 생각하는 수아의 이야기는 어느새 극 중 극을 넘어 진심으로 각자의 삶과 겹쳐진다.

이렇듯 '무인도 탈출기'는 특별하지 않은 공간인 연습실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무인도는 어디쯤이고, 나는 지금 어디쯤 있을지 되돌아보게 한다.

역대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된 이번 인터뷰는 지난 3월 30일. 한창 공연 중이던 연극 '무인도 탈출기' 의 윤상원 연출과 강찬, 손수현, 박준 배우를 만나 이뤄졌다.

세 명의 동갑과 한 명의 연장자로 구성된 넷은 실제 서로의 친분이 두터워 작품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찰떡궁합이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찾기 힘든 지금이란 시간을 관객과 함께 열심히 헤쳐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

 ▲ 좌측부터 박준, 손수현, 강찬 배우, 윤상원 연출.

이름을 바꿨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ㄴ 강찬: 배우에게 이름이란 마치 브랜드나 상표 같은 거로 생각했어요.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그 사람의 첫인상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잖아요? '무인도 탈출기'의 '봉수'같은 경우도 왠지 봉수스러운 느낌이 딱 뇌리에 스치는 것처럼요. '의식'도 좋지만, 더 심플하고 명확한 의미를 새기고 싶었어요. 많은 이름을 추천받고 고민했는데 '빛날 찬'자가 기억하기도 쉽고 의미도 좋은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죠.

어느새 공연이 막바지인데 공연이 올라간 소감을 전한다면.

ㄴ 박준: 저는 일단… 처음에는 좀 걱정됐어요. 이전에 했던 공연이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새로운 친구들과 하면서 같은 장면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불필요한 걱정이었죠. 공연 중반이 지나갔는데 점점 호흡이 잘 맞아가는 것 같아요.

ㄴ 손수현: 첫 연극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연한 걱정'이었죠. 뭐가 걱정인지도 모르는데 그게 더 걱정됐거든요. 다행히 다른 배우, 연출님이 용기를 주셨어요. 공연은 연습과 달리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즉발적인 재미도 생기고, 공연 기간이 더 길다면 새로운 걸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쉬워요. 공연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해요.

ㄴ 강찬: 저는 연출님과 사실 학교 동기라서 그간 올린 공연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많이 봤어요. 이전의 두 가지 '무인도탈출기'도 모두 봤죠.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메시지도 밝고 긍정적이라 특히 더 기억에 남았던 작품인데 이번에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고 하게 됐죠.
저도 뮤지컬은 몇 작품 했지만, 연극은 처음이고, 좁은 공간에서 70분을 꽉 채워야 하는 점이 조금 부담스러운 도전이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창작 작품답게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조금 틀어지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며 극이 좋아지는 경험을 얻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ㄴ 손수현: 그게 새로운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만드는 과정이 있고 그게 결과물로 나타나는 시간이 있는데 연극은 관객 앞에 즉각적으로 내놓게 돼요. 관객 반응도 매번 다르고 그 반응을 받아 저희 연기도 또 달라지고요. 이런 과정이 제겐 새로운 쾌감으로 다가왔어요.

연극을 처음 하는 배우들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의 작품이다. 관객과 정말 코앞에서 공연하는데.

ㄴ 손수현: 처음에는 정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강찬 배우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무대 뒤에서 제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는데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큰 공연장에선 해본 적이 없지만, 저는 소극장에서 해서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극 무대에 생소한 배우들인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세 명을 조합해서 '무인도 탈출기'를 올리게 됐나.

ㄴ 윤상원 연출: 우연히 서윤미 연출님이 대본을 보시더니 '사이레니아' 올렸던 극장에서 해보면 재밌겠다며 저희와 극장을 연결해 주셨어요. 그렇게 1월에 갑자기 프로덕션이 만들어지고 강찬 배우와 박준 배우를 먼저 캐스팅했어요. 이후 강찬 배우가 손수현 배우를 소개해줬어요. 재밌어 보이는 조합이었죠.
제가 그동안 주로 에너제틱한 작품을 많이 했는데 작년에 '라흐마니노프', '나무 위의 고래'를 겪으면서 이완된 상태에서 편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오히려 에너지가 꽉 찬 것보다 더 세세히 들린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이 배우들이라면 그런 느낌과 잘 융화될 거로 생각했죠.
이전 시즌과는 결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손수현 배우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나머지 두 분도 함께했죠. 저희가 모두 또래라서 수평적인 구조로 동료로서 함께 만들며 의미 있는 작업이 된 것 같아요.

TOM 연습실A를 실제 공연장으로 쓰는 과정은 어땠는지.

ㄴ 윤상원 연출: 처음에는 공간도 작고, 객석도 없고, 조명도 쓰기 어려운 상황인 거에요. 그런데 거기 맞춰서 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마치 '무인도 탈출기' 같았어요. 우리 연극도 상상하고, 말로 때우고, 소품을 조금 쓰면서 진행되니까요. 그래서 즉흥 연기를 하기에는 평범한 극장보다 더 잘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강찬 배우가 손수현 배우를 소개해줬다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소개해줬는지.

ㄴ 강찬: 처음에는 윤상원 연출과 가볍게 통화하다가 '무인도탈출기' 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오케이했는데 내용도 봤고 3인극이란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다른 두 배우는 어떻게 할지 물어봤어요. 전에 했던 박준 배우는 할 것 같은데 여배우는 오디션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손수현 배우와는 드라마 '블러드'에서 처음 만난 친구인데 제 주변 친구 중 연기 고민도 많이 하고, 잘하고픈 욕심도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는 많이 해봤지만, 연극을 해본 적은 없어서 이걸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을 거로 생각했고 저희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해서 다리를 놔줬죠.

ㄴ 윤상원 연출: 저는 1월에 미팅하면서 2월 말이나 3월부터 연습 들어가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손)수현 배우가 "다음주부터 시작하냐"고 묻더라고요.

ㄴ 손수현: 전 너무 걱정됐거든요. 첫 연극이고 제가 사실 에너지가 밖으로 뿜어 나오는 사람이 아니에요. 정적인 편이죠. 연극은 뭔가 온몸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 같아서 내가 그걸 어떻게 할까 싶었어요.
연극은 제게 음악으로 치면 '클래식' 같았죠. 대중가요는 익숙해도 클래식은 뭔가 배워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런 겁도 났고 연극 경험이 없어서 이 작품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많이 용기를 주셔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전 '무인도 탈출기'도 출연했는데 새로운 배우들과 연습하며 느낀 감정이 궁금하다.

ㄴ 박준: 저는 초반에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이미 해봤던 작품이니까. 캐스팅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이때 스케줄 있어? 없으면 하자' 이런 식이었고요. 그런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니 다른 재미가 나왔어요. 사람마다 연기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전과 다른 반응이 나오니까 저도 다른 반응이 나오게 됐고요. 손수현 배우는 처음에 걱정이 많아서 '걱정 말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어요.

ㄴ 손수현: 제가 진짜 걱정이 많아서….

ㄴ 박준: 연습을 끝내고 집에 가도 될 것 같은데 계속 더 하자고…(웃음).

ㄴ 윤상원 연출: 보통 연극, 뮤지컬 배우들과 작업할 땐 이야기보단 일단 행동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팀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정리되지 않던 것들이 정리되는 장점이 생겼죠.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지나칠 정도로 말로만 연습한 적도 있어요(웃음). 저는 이번 삼연에서 큰 변화가 생긴 계기가 그 대화가 아닐까 했어요.

엔딩도 손수현 배우가 내놓은 아이디어로 많이 각색됐다고 했는데 이전 시즌과 비교하면 어떻게 바뀐 건지.

ㄴ 손수현: 연기는 어쨌든 리액션이잖아요. 상대가 제게 이런 반응을 보였을 때 '수아'로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런 느낌이라서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어떤가요"하고 물었죠. 이런 이야기를 잘 안 받아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윤상원 연출님이 많이 열려 있는 분이셨죠.

ㄴ 윤상원 연출: 처음엔 많이 닫혀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연출은 전체적인 움직임을 본다면 배우는 자기 캐릭터의 흐름을 보잖아요. 그걸 존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가면 오히려 좋아지겠다 싶은 지점이 많아서 대사를 우선 모두 넣고 나서, 사족 같은 대사를 쏙 뺐죠.
이전 시즌과 비교하면 대사 자체는 많이 늘지 않았지만,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던 부분을 인물끼리 부딪치는 지점으로 만들어냈죠. 전에는 '봉수'가 '수아'에게 일방통행이었다면 이젠 소통하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에 '수아'가 선택을 하는 지점도 작품의 인상적인 부분이다.

ㄴ 손수현: 저도 좋았어요. 거기에 '나는, 나는…'이란 대사가 쓰여있는데 정말 어려운 거예요. 단 두 마디인데. 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말 입이 안 떨어지는 말인데 잘 만들어주셔서 열심히 했습니다(웃음).

ㄴ 윤상원 연출: 저번 시즌에는 '즉흥'이란 점에 포인트를 줬다면 이번에는 현실(극)과 극 중 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이전에는 모든 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에 대한 것을 강조했어요. 우리가 여기 빠져들면 안 되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연기를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뭔가 더 찾아진 게 아닐까 싶어요.

ㄴ 강찬: 이게 좀 어려운 지점이 무인도에 떨어져 생존하는 과정은 결국 극 중 극이잖아요. 실제가 아니고 놀이를 하는 중인데 그 안의 캐릭터가 지닌 감정에도 충실해야 하는 그런 두 가지 혼선이 있어요. 내가 그럼 지금 '봉수'의 감정이 중요한지, 극 중 극 속 '자연인'의 감정이 중요한지.
너무 극 중 극에 빠져들면 어디 무인도 로케이션도 아니고 자취방에서 상상만으로 이뤄지는 것들인데 그 두 개의 지점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ㄴ 윤상원 연출: 결국 끝까지 정확해지진 않았어요. 해본 것 중에 가장 잘 보이는 것들로 선택한 것 같아요. 오히려 명확히 그 경계를 그어버리면 재미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보통 배우도 극 중 인물에 이입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이 취준생이란 점에서 공연이 끝나면 취준생이 되는 배우의 실제 처지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강찬 배우는 '정글라이프'의 '피동희'에 이어 또다시 회사원을 꿈꾸기도 했고. 그래서 '무인도탈출기' 속의 인물들은 20대 청년을 상징하는 인물 같으면서도 또 배우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내 캐릭터는 어떤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ㄴ 강찬: 처음에 연출님이 전화가 왔을 땐 남자 역 둘 중 뭐가 더 끌리는지만 물어봤어요. 연출님은 제가 '동현'이 더 잘 어울릴 거로 생각했대요. 그런데 배우들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 있지만, 그렇기에 나랑 다른 역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서 '봉수'가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뭔가 과장된 것보다 릴렉스하게 대사를 툭툭 치는 걸 더 좋아해서 처음 연습에 들어가니까 '동현'과 '봉수'가 아니라 '동현'과 '동현' 같은 거에요(웃음). 둘 다 시니컬하고, 멋있고. 그래서 뒤에 고백하고 무너지고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외형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파마도 했고, 양말이나 안경까지 신경 썼어요. 내 편한 방식보단 캐릭터에 맞춰 접근하려고 했죠. '찌질'한 대사도 더 넣고요. 기존 대본도 무척 재밌는 상태였지만 그 상태론 제 연기로 잘 설명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넣었죠.

ㄴ 손수현: 저는 연출님 이야기처럼 그냥 남들 기준에 맞춰 살려고 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봤어요. 돈이 많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캐릭터로 생각해서 접근했어요. 자기가 편한 대로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사실 능력이잖아요.
돈 많으면 좋고, 잘생기면 좋고, 스펙 좋으면 좋고,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게 편한 느낌? '수아'라는 인물 자체는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무인도에 떨어진 뒤에 변하잖아요.
처음에는 '동현'이 이야기를 던져주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동현'은 뒤로 물러나죠. 그렇게 '봉수'랑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끝에 '동현'이 "네가 만든 이야기잖아. 네가 선택해야 해"라는 이야기를 듣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 '선택'을 하는 인물요. 
그러고 나서도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할 때도 대단하고 진지한 꿈이 아니에요. 그냥 무인도에서 어느 순간 연기가 재밌어진 거죠. 누군가는 이렇게 그저 화려하고 멋져 보여서 배우를 꿈꿀 수도 있잖아요. 하다 보니 의미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저는 '수아'가 극이 끝날 때까지는 그런 느낌에 머물러 있으면 했어요. 극이 끝난 뒤에는 정말 배우의 꿈을 진지하게 가질 수도 있겠지만요. 사람은 '무인도' 같은 작은 계기로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요. 전 그래서 극 중 극이 끝난 뒤 자취방에 며칠 동안 찾아가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연기는 재밌고 배우는 멋지고 화려하고 좋으니까!' 싶어서 여배우가 되겠다며 다시 찾아온 거죠.

ㄴ 박준: '동현' 같은 경우는 이전 시즌에 오타쿠는 아니었어요. 저는 그냥 '방에서 상상하는 사람'이었는데 오타쿠란 설정이 들어가서 좀 더 풍부해졌죠. 그런데 저는 사실 현실에서는 '동현'처럼 살면 망할 것 같아요(웃음).
꿈도 있고, 이상주의적인 면은 좋은데 '동현' 역을 하며 제 삶을 반성하게 됐죠. 얘처럼 살면 안 되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웃음). 상상하는 점은 좋지만, 행동은 하지 않잖아요. 극에서도 주변 사람이 한껏 치켜주고, 그러고도 다른 목적이 생기고 나서야 움직이니까. 재미있는 캐릭터죠. 
재밌는 대사도 많이 넣었어요. 예를 들면 "급식도우미?"나 '봉수'가 "이제 그만 보내줘야 할 것 같아" 하면 "뭘 보내줘? 사귄 적도 없잖아. 연애를 해봤어야 연애사가 있지" 이런 것들. 다 연출님이 잘 써놓은 거에 거기에 살짝 후추만 뿌린 거죠(웃음). 그리고 '동현'이 좀 자유로운 영혼이니까 맨발로 연기하는데 초반에는 발이 너무 시렸어요.

ㄴ 윤상원 연출: 박준 배우도 원래 작년에는 '봉수'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박준 배우 이야기가 말이 되면서도 너무 안 되는 말이었어요. "나는 너무 '동현'과 똑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때 공연 했던 지수환 배우가 '동현'을 하고 박준 배우가 '봉수'를 하면 안 어울릴 것 같다는 강력한 생각이 들어서(웃음).

ㄴ 박준: 뭔가 좀 캐릭터랑 저랑 교집합이 많았어요. 대사도 제 말투 같았고요. 윤상원 연출이 절 위해 만든 건가 했죠(웃음). 그런데 배우 입장에선 캐릭터와 실제의 제가 너무 똑같으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매력이나 스펙트럼을 넓힐 수가 없으니 고민이 됐어요. 물론 막상 하니까 '동현' 안에서 또 다른 게 나오더라고요. 저와는 생각만큼 비슷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어떤 점이 다른지.

ㄴ 박준: 저는 사실 '원피스'를 본 적이 없어요.

ㄴ 강찬: 해명한다(웃음).

ㄴ 윤상원 연출: 원래는 '에반게리온'이었어요. '아스카'.

ㄴ 박준: 저는 '에반게리온'도 본 적이 없어요. 만화는 '드래곤볼', '슬램덩크'가 마지막이죠.

ㄴ 윤상원 연출: 사실 포스터는 제 소장품입니다.

ㄴ 박준: 피규어도 일본 가서 사 온 거래요.

ㄴ 윤상원 연출: 더 있는데 저만큼만 꺼내놨어요. 떨어지지 않게 테이프로 붙여놓고(웃음). 사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제가 일정 부분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원래 연극 전공이 아니었어요. 그 전에는 뭐든 열심히 하는데 왜 열심히 하는지는 몰랐었죠. 그런 모습이 '봉수'에게 들어 있죠. 연극과로 넘어간 뒤에는 혼자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동현'에게 들어갔죠. '동현'은 상상하지만 행동하지 않고, '봉수'는 왜 열심히 사는지 모르겠고, '수아'는 남들 기준에 맞춰 살고 자기 꿈이 없는 사람. 이게 작품 처음 컨셉이었어요.
극 중 극이 아닌 극도 열린 결말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제는 셋 모두 결핍된 부분을 '오즈의 마법사'처럼 채워가는 계기가 생긴 것 같아요. 계속 그 계기를 찾아가는 작품이길 원했는데 지금은 극 안에서 정리가 좀 되면서 끝나는 것 같아요. 당장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고 이제 변할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지만요.

 

공연에선 열린 결말로 정확한 답을 하지 않지만, '수아'의 극 중 극 속 선택은 어땠을지. 봉수를 데리고 갈지, 남을지 고민하지 않나.

ㄴ 손수현: 저는 (무인도를) 나갔을 것 같아요. '봉수'와 '수아'에게 무인도의 의미가 다를 수 있겠지만, '수아'에겐 어쨌든 나가야 하는 곳인 거죠. 대사에도 있거든요. '사람이 산다는 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건데 여기 있는 건 그저 도망가는' 행위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나가려고 했을 것 같아요. 돈 때문은 아니고요(웃음).

ㄴ 윤상원 연출: 에필로그에 없던 대사가 들어갔어요. '수아가 며칠째 여길 안 온다'고. 사실 저는 '수아'가 나갔을 거라고 명확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나갈 수도, 남을 수도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수현 배우가 이야기해줘서 '봉수'와 '수아'에게 무인도의 의미가 달라졌고, '수아'가 무인도를 나가면서 자취방에서도 나가서 며칠이 지났겠구나 싶었어요.

ㄴ 손수현: '봉수'가 '수아'에게 말해요. "나가면 뭐가 달라지냐. 예전처럼 남들 사는 거 쫓아가고 싶냐. 여기는 다르다"고. 밖으로 나갔지만, 그 말을 들은 '수아'도 어떤 게 맞는지 정신 차릴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문화 人] '당신의 무인도는 어디인가요'…연극 '무인도 탈출기'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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