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장애인, 학교 폭력, 청소년 성범죄 등 사회 이슈를 담은 영화 '지렁이'(윤학렬 감독)가 금일 개봉한다. 영화보다 더 끔찍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지렁이'의 시작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고 살아가는 부녀의 이야기 같지만, 뇌성마비를 앓는 아버지 '원술'(김정균)과 가난한 편부 가정에서 자란 딸 '자야'(오예설)의 삶은 순탄치 않다. 

길거리에서 속옷을 판매하고 소박한 저녁 식사를 하는 그들은 함께 하기에 행복하다. 자야는 불우한 환경임에도 재능이 있어 교회 성가대에서 배운 노래로 서울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예쁜 외모에 타고난 재능까지 금수저인 학생들에게 질투를 받게 되면서 자야의 학교생활은 쉽지 않아진다. 담배 빵 등의 폭력으로 시작해, 권력자들로 인해 가해자로 둔갑하고 부당한 처벌을 받는가 하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결국, 자야는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왔던 원술은 성치 못한 몸으로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서게 되는데…

 
 

영화 '지렁이'에서는 성경의 한 구절인 "지렁이 같은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사람들아,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니라"가 언급된다. 지렁이는 겉과 속이 같다.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사람들의 속은 겉만큼이나 화려하지도 솔직하지도 않다. 지렁이는 흙 속에서 움직이며 땅에 빈 곳을 만들어 산소를 잘 통하게 해주고, 식물을 먹고 나서 만드는 지렁이의 분변토는 비료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지렁이는 그렇게 도움 주는 일을 하고, 밟으면 꿈틀거리기도 한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 '지렁이'의 제목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무너져가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자야의 모습에 영화는 불편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사회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 빈부에 따른 계층 차이, 학교 내 집단 따돌림과 장애인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귀를 열지도 그들을 제대로 봐주지조차도 않는다. 하지만 이조차도 일부일 뿐, 현실은 더 잔혹하다. 귀 막고 눈 감고 지내다가 걷잡을 수 없게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하는 영화 '지렁이'는 스토리가 무겁고 보기에 괴로운 부분도 다소 있지만,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 전에 방관하지 않는다면 작은 변화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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