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질투로 인해 누군가를 음해한다거나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소문을 낸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흥밋거리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된다. 그렇게 '진실'로 믿는 것이 '진실'이 되고 소문이 진실이기를 원한다. 12일에 개봉한 영화 '로즈'(감독 짐 쉐리단)는 아일랜드 유명 작가 서배스천 배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The Secret Scripture'라는 원제를 가지고 있다. 진실이 아닌 소문으로 인해 50년을 정신병원에서 지내야 했던 주인공 '로즈'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배경의 영화이지만, 이야기는 다소 어둡고 무겁다.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5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로즈'는 병원이 이전을 결정하게 되면서 재심사 담당자인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를 만나게 된다. '그린' 박사는 로즈의 성경책 속 그녀가 수십 년 동안 써내려온 드라마틱한 삶을 발견하고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1943년 아일랜드,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이지만 '로즈'는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거친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다에서 헤엄을 치거나, 파티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원하는 상대와 춤을 춘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와 남자들과 눈을 또렷이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당당함에 매혹된 남자들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인 '곤트 신부' 마저 그녀에게 매료된다. 하지만 그녀는 아일랜드의 강경 공화주의자인 영국인 파일럿 '마이클'과 사랑에 빠진다.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이별하게 되고 로즈는 혼자 남겨진다.

 
 

단지 예쁘고 눈에 띄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구설수를 만들어낸다. 질투심에 찬 곤트 신부는 로즈를 성 집착증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정신병원에 편지를 쓰고, 로즈의 이모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믿어버린다. 그녀가 낳은 아이는 곤트 신부의 아이라고,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돌로 살해했다고, 그렇게 그녀의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된다. 50년 동안의 정신병원 감금, 그녀의 진실이라면 그것은 누가 보상해줄까? 진실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한 사람의 미래를 빼앗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사랑을 믿고 기다리는 그녀. 그것은 진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선택권이 없었던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을까? 절찬 상영중.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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