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예선 참가작 구로지부의 송윤석 작 연출의 조선 땅 집시로소이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송윤석(1964~)는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예술경영 전공 석사,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석사과정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박사 출신의 배우, 극작가 겸 연출가로 현재 극단 예휘의 대표이자 서일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다.

극단 예휘의 <니나의 스탠드마이크> <로라의 유리동물원> <택배상자> <카페 꽃타로> <사리타>, <네 여자 이야기>, <헝겊인형의 꿈>, <황금도자기>, <슬픈 무녜까>, <유리동물원>, <조선 땅 집시로소이다>, 극단 여인극장의 <아름다운 여인의 작별>, 극단 김금지의 창단공연 <다섯 하늘과 네 구름 동안의 이별>, <선셋 대로>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조선 땅 집시로소이다>는 일제강점기가 시대적 배경이고, 거리에서 작업을 하는 조선의 시인, 화가, 무용가들의 처지와 일상을 그려낸 작품인데 마치 무성영화시대의 찰리 채플린 영화를 보는 듯싶은 느낌의 연극이다.

무대는 일제 강점기에 적산가옥을 닮은 나무판자로 된 벽과 창문 하나 그리고 지붕을 뜯어내어 세운 것 같은 조형물을 무대 여기저기에 배치하고, 가지가 여럿 달린 나무, 방향표지가 여러 개 달린 막대, 그리고 목제 개나 고양이 인형이 배치되고, 나무 봉에 여러 폭의 글자를 적은 종이를 달아놓고 출연자가 한 장 한 장 젖혀 장면변화를 알린다.

무대 앞쪽 중앙에는 원형의 무대가 자리를 잡았다. 하늘에는 날짐승 같기도 하고, 자라나 거북이 모습을 닮은 둥근 달이 걸려있다. 소형 거북선 모양에다 닭 머리가 달린 수레를 끈을 당겨 끌고 다니고, 기상의 변화나 감옥의 철문 여닫는 소리는 녹음으로 처리된다. 조선 사람은 간편한 한복이나 두루마기를 입었고, 일본인 순사나 헌병은 정복차림으로 등장한다.

 

도입에 유럽의 집시음악이 들려나오면서 조선 땅의 집시 여인이 등장해 춤과 기이한 발성의 노래를 부르며 무대중앙 객석 가까이에 있는 소형의 원형무대로 올라간다. 무대 좌우로는 한지로 된 고 책자 같은 시집을 들고 시인이 자리를 잡고, 무성으로 시를 읊는 동작을 취한다. 그 건너편에는 화가가 이젤과 물감 통 그리고 붓통을 들고 등장해 역시 캔버스가 아닌 황색 한지에 그림을 그린다. 3인 3색의 특색과 개성이 창출이 되면서 행인이 등장해 무대를 가로지르며 시인 가까이에 놓인 구걸 통에 돈을 꽂아 넣고 지나간다.

시인이 돈을 챙기면, 집시 여인은 자신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기 때문에 준 돈이라며 시인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나 시인은 고개를 젓고 돈을 주머니에 챙기려 든다. 바로 그 때 집시여인의 모친인 듯싶은 인물이 주걱을 휘두르고 등장한다. 집시여인은 모친을 보자마자 번개 같이 도망을 치니, 모친은 화가와 시인의 머리를 주걱으로 구타를 한 후 집시여인이 도망을 한 방향으로 뒤따라간다.

3인의 거리예술가의 동태를 살피는 순사가 등장을 하고, 뒤 따라 헌병도 등장한다.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을 필두로 방방곡곡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고, 도시락 폭탄을 품고 다니며 이를 기회가 닿으면 적장이나 적 수뇌에게 투척하려는 인물이 등장을 하니, 이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 듯 검문검색이 시작된다.

집시 여인은 모친이 등장하면 도망을 치듯 순사와 헌병이 등장하면 마찬가지로 재빨리 행방을 감춘다. 순사와 헌병은 집시여인이 독립운동가인 것으로 오인하고 추적을 시작한다. 거기에 집시여인이 미모를 갖춘 여인이기에 음심까지 품고 뒤를 쫓는다. 이런 모습을 찍는 외국인 사진기자의 모습도 보인다. 극의 종반에 집시여인은 잡혀 들어가 고초를 겪는다.

대단원에서 출연자가 해방을 알리는 종이표지를 내보이지만 집시여인은 옥사를 했는지, 처형을 당했는지,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도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를 않는다, 허공에 뜬 둥근달만 커다랗게 빛을 발하는 모습을 시인, 화가, 독립운동가, 집시여인의 모친, 동료, 그 외의 출연자들이 관객과 함께 쳐다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엄지용, 윤석호, 이은정, 김태윤, 김종대, 임상성, 전덕배, 조경숙, 김종섭, 김혜영, 출연진들이 무성영화시대 동작, 또는 곡예단의 피에로와 흡사한 연기로 일관하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다만 연기자들의 대사만 명확했다면 극의 금상첨화가 되었을 텐데 불명확해 아쉬운 느낌이다.

무대감독 공인식, 조연출 황태선 김민주, 조명 윤용현, 음향감독 김강운, 무대디자인 정갑희, 의상 라키, 분장 박팔영, 기획 심경숙 장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구로지부(지부장 채정규)의 송윤석 작 연출의 <조선 땅 집시로소이다>를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출력으로 해서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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