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펑크 20주년 공연 'SAVE THE PUNK ROCK'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지난 3월 29일 일요일의 홍대! 서교동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대한민국 펑크 역사의 큰 일조를 했던 밴드들이 모였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그리고 '럭스'까지 조선펑크락의 1세대를 이끌며 함께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레진코믹스 브이홀 7주년 기념 'SAVE THE PUNK ROCK' 스페셜 콘서트를 열었다. 

1996년으로 돌아가서,이때즈음부터 활동을 개시한 이 3팀은 벌써 오랜 관록을 자랑하는 밴드가 됐다. 인디밴드 특유의 강력하고 독특한 퍼포먼스로 지난 20여년간 많은 사랑을 받은 크라잉넛, 노브레인, 럭스였다. 

이들이 많은 사랑을 받은 공통점은 무엇일까. '(조선)펑크 락'이라는 장르의 덕이 크다고 본다.

크라잉넛은 1996년 데뷔 후 1집 '말달리자'는 곡 하나로 대중들에게 모습을 알렸다.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같은 거침없는 가사와 그와 어울리게 반항적인 내지르는 보컬은 그 당시 전무후무한 뮤지션이었다. 인디 밴드로서 10만 장의 음반 판매고 기록을 올린 것은 그만큼 인디 밴드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노래방 마지막 곡은 '말달리자' , '다 죽자'라는 곡을 부르면서 목소리를 내질렀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기억하는 노브레인의 처음 모습은 일본 '후지산 락페스티벌'에서 욱일승천기를 불태우며 공연을 했던 퍼포먼스가 뉴스에 나왔던 장면이다. 그 외에도 엄청나게 뾰족한 펑크 머리를 비누를 이용해서 세웠다는 인터뷰도 기억났다. 1, 2집을 들어보면 뭐 이런 보컬이 다 있나 라고 할 정도로 거칠게 들끓는 목소리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다.

노브레인은 2002년 멤버 차승우가 탈퇴한 후로 3집부터는 대중적인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가사로 예를 들자면 1, 2집에서는 '사정없이 사정하리라!'라는 가사가 있는 반면에 그 후에는 '두 눈에서 흐르는 아픔의 눈물은 오늘 밤엔 어울리지 않아'로 바뀐 격이다. 특히 3.5집 '넌 내게 반했어'라는 곡으로 유명해지면서 대중들에게 음악적인 존재감을 심어줬다.   

럭스는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밴드다. 기억나는가, '공중파 방송 성기 노출 사건'!. 물론 본인들이 직접 한 것이 아니고 응원차 나왔던 '카우치'라는 밴드의 멤버가 했던 것이지만 럭스의 첫 공중파 라이브에서 나온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이 퍼포먼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였고, 이 사건 이후로 인디밴드들을 한동안 공중파에서는 보기가 힘들었을 정도로 파급이 컸다. 중간에 밴드가 해체되며 잠시 주춤했지만, 보컬 원종희를 주축으로 다시 밴드 활동을 시작하여 홍대 대표 펑크 락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공연으로 돌아오자. 시작은 함께했지만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줬던 조선펑크 1세대라 할 수 있는 밴드들의 모습을 한 자리에 보는 것은 펑크 락 매니아에게 매우 반가운 공연이었다. 오프닝 게스트는 리플렉스라는 밴드였다.

   
▲ 리플렉스 

이들 역시 "조선펑크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펑크 키드"였다고 밝히고 평소에 존경하던 밴드와 무대를 함께해서 엄청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오래된 밴드들의 모습을 보고 밴드를 시작하게 된 뮤지션들이 홍대에는 꽤 많다. 공연을 보러 왔다가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목표가 되어 도전하게 되고 성공한 이들도 많고 좌절하게 된 이들도 많으며 현재 길거리 공연에서 매진하는 경우도 홍대 거리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럭스 보컬 원종희·럭스 기타리스트

럭스를 시작으로 메인공연이 시작됐다. 이늘은 오늘 함께한 3팀의 밴드 중에서 가장 강력한 펑크를 보여줬다. 노브레인, 크라잉넛 같은 경우에는 펑크 외에도 다른 장르를 접목한 곡들도 많이 있고 대중적으로 듣기 편한 곡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럭스는 이때까지 아주 강력한 펑크 정신만을 고집하며 음악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거친 관객들의 슬램존이 만들어졌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서로 부딪히며 놀기 시작했다. 슬램존에서는 마치 드럼 세탁기처럼 서로 휘말려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며 공연을 즐기는 펑크 매니아들의 자리였다. 럭스 공연의 가장 큰 묘미는 관객들이 스스럼없이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며 관객석으로 뛰어드는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대가 난장판이 아닌가 싶다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이 진짜 펑크였다.

노브레인은 오래된 공연 관록이 있는 만큼 무대를 쉽게 장악했다. 고마웠던 것은 '청춘98'같은 예전 펑크 느낌이 강했던 노래들을 불러준 것이다. 웬만하면 예전 멤버 차승우의 모습이 보이던 곡들을 부르지 않았는데 이 날은 좀 특별한 경우였다.예전 노브레인의 색깔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던 기분이었다. 그리고 드럼 멤버 황현성이 보컬들만 주목받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고 강소주를 마시면서 부르던 '소주 한잔'이라는 곡은 심정이 그대로 묻어 나와서 팬들도 취해서 날뛰는 사람처럼 즐거워했다.

   
▲ 크라잉넛 

마지막 크라잉넛이 나왔을 때는 분위기가 거의 최고조에 달아올랐다. 슬램존에서 기차놀이 그리고 공연을 했던 멤버들도 다이빙을 하며 놀기 시작했고 마치 관객석이 놀이터가 된 기분이었다. 이날은 아마 특별한 펑크 공연으로 만들자고 계획을 한 것 같다. 옛 노래인 양귀비, 군바리230, 펑크 걸 같은 곡들을 많이 불러줬다. 세 밴드가 모두 나와서 합동 공연으로 불러준 '96'이라는 곡은 마치 미친 듯이 뛰어놀던 그 어린 시절들의 기억들을 불러일으켜 추억에 빠지게 하였다. 노래 가사처럼 시한폭탄처럼 놀던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순 없지만, 그 기억에 돌아가 놀고 온 공연이었다. 

▲ 크라잉넛 & 노브레인 합동 공연 '96'. #문화뉴스 아띠에터 스컬(백창훈)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