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윤미현 작 최용훈 연출의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윤미현은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출신이다. 2004년 <통조림> 세계의 문학 중편소설등단, 2012년 <우리 면회 좀 할까요?>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 2012년 <텃밭킬러> 한국공연예술센터 <봄작가, 겨울무대> 작품 선정, 2012년 <평상> 서울연극협회 <2012 희곡아 솟아라> 공모당선, 2013 한국문화예술위 차세대예술가선정 <경복궁에서 만난 빨간 여자>, 2014 문화예술위 우수작품지원 <팬티입은 소년> 제작지원 <경복궁에서 만난 빨간 여자>, 2015 대전 창작 희곡 당선 <철수의 난>, 2016 전국창작희곡당선 <크림빵을 먹고 싶었던 영희> 서울문화재단 지원 <궤짝> 서울연극제 희곡선정 <장판>,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철수의 난> 등을 집필 발표 공연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여류작가다.

최용훈 연출은 <극단 작은신화>의 대표로 1986년 <극단 작은신화>를 창단하여 진지한 자세와 열정을 생명으로 순수 연극만을 지향하며 30년간 극단을 이끌어 왔다. 또한 우리 창작극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우리연극 만들기, 실험 단편연극제인 자유무대, 고전을 새롭게 해석함과 동시에 그 가치를 발견하는 고전 넘나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극단을 운영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 한국연극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2016년 2월 공연된 <토일릿 피플>을 연출하며 변기 타고 탈출한 탈북난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부조리 하고 모순에 찬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으며 10월에 공연된 <싸지르는 것들>을 통해 현대사회 상류층의 속물근성과 이기주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는 등 활발한 연출 활동으로 한국연극연출가협회로부터 올해의 연출가 상을 수상한 중견 연극연출가다.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은 노인문제를 필두로, 청소년 실업문제, 독거노인의 지원문제 등 그늘 속에 가려져 있는 난제를 발췌해 희극적으로 그려냈다.

무대는 마치 조형예술작품 같이 보이는 한 주택의 거실이다. 무대바닥을 1m 정도로 높이고, 그 위에 촘촘한 나무로 연결된 마루를 깔았다, 다섯 개의 장을 정면에 나란히 붙여 놓고 그 안에 책들을 꽂아놓았고, 사진틀, 꽃병, 장식품을 올려놓았다. 장 앞으로는 긴 안락의자가 놓였고, 마루의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객석에 등을 보이도록 비치하고, 마루 상수 쪽에는 포근해 뵈는 이불을 깔아놓았다. 장위로 출연자가 올라갈 수 있도록 했고, 장 뒤쪽은 산동네 골목으로 설정되고, 교회에서 노인들에게 동전을 나누어 줄 때 열을 서는 긴 복도로도 사용된다. 배경은 중간이 벌어져, 구름, 희뿌연 하늘, 천둥과 번개 같은 하늘의 변화를 영상을 투사해 나타내고, 배경전체에도 투사된 영상으로 산동네, 전원 등을 나타낸다.

주인공인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작고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김 지미 못 지 않은 미인이라, 여러 번 결혼을 해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할머니처럼 정절을 굳게 지키고, 독거노인을 돌보는 할머니로 설정이 된다. 자식이 없거나 따돌림을 받은 많은 노인들이 빈 병이나, 폐지를 수거하거나, 교회에서 주는 동전을 받아 용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듯, 이 연극에서도 주인공 할머니는 광주리를 이고 다니며, 소외되거나 혼자가 된 노인들을 위한 행상을 벌인다. 할머니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 제공자는 자식들이다.

생신날 자식들이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겠노라 싸움판을 벌인데서 실망한 할머니는 자존과 자립의 길을 택한다. 아들은 집에서 빈둥거리며 텔레비전만 들여다보는 인물이고, 며느리가 오히려 집안 살림에 열정을 보인다. 40세가 다 되어가는 손녀딸은 무직이라, 매일 방바닥에 이불을 덮고 누워 눈치만 보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딸의 쌍둥이 같은 분신이 행동을 같이 한다.

할머니가 달동네 거주 독거노인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며 그들이 필요한 물건을 헐값에 공급하는 것으로 연출이 되고, 손녀 딸 역시 방바닥 생활이 무료해 머리칼에 백색염색을 하고, 노인들처럼 교회 앞에 줄을 서 동전받기를 한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여러 벌의 옷을 바꿔입어가며 여러 차례 동전을 받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할머니는 며느리가 위기에 대처해 준비한 쌀이나 라면을 조금씩 내다 독거노인에게 공급한다.

물론 며느리는 없어지는 식량을 남편에게 혐의를 두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할머니가 조금씩 광주리에 담아가는 것이 발각이 나고 아들과 며느리의 증오의 시선을 받게 되니, 원래 할머니 소유인 이 집과 가구 등의 가재를 송두리째 팔아버리고 할머니가 행방을 감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홍윤희가 할머니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미모를 감추려 해도 미녀 바탕이 어디를 가랴만 연기력으로 모습을 지워나간다. 오영수가 고시원 독거노인, 이영석이 빈둥거리는 아들, 박혜진이 생활 때문에 안간힘을 쓰는 며느리, 이지혜가 손녀, 조영은이 손녀의 분신, 신안진이 독거노인, 박지아 역시 독거노인으로 출현해 각자 개성 넘치는 연기 설정으로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고 폭소를 유발시킨다. 이현주, 김장동, 성동한, 김미란, 이서연, 곽정화, 조민교, 박현주가 앙상블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이엄지가 한 폭의 조형예술 같은 무대를 선보인다. 나한수의 조명, 강기정의 의상, 고재하의 소품, 백지영의 분장, 장윤석의 음향, 조연출 김정민, 무대감독 구준호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윤미현 작, 최용훈 연출의 <광주리를 이고 가시네요, 또>를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연기자와 스텝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친 대중적인 현실비판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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