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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4월 상반기 K 인디차트는 '팔레트' 같다. 여러가지 색을 가진 음악이 모여 보기 좋은 하나의 판을 만들고, 어떤 색의 조합이 아름다울지 고민하는 설렘의 순간을 선사한다.

정준일의 '더 아름다운 것'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 기간 동안 차트 1위를 지켰던 볼빨간 사춘기는 2위에 머물렀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가 전하는 익숙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규리 시인의 앨범 소개처럼, '담백한 음성과 정직한 발성'에 묻어나는 정서는 듣는 이에게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3위에는 안녕하신가영의 '그리움에 가까운'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 앨범을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계절 사이를 노래한 1년 간의 여정'이라고 소개한다. '단편집'은 계절 사이마다 발매하는 4장의싱글 앨범이다. 겨울-봄-여름-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까지, 그간의 곡들을 모아 '단편집-그리움의 가까운' 으로 발매했다. 또 하나의 특별한 지점은, 앨범과 함께 에세이집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을 출간했다는 것. 이 책은 앨범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책의 차례가 '단편집'의 곡목과 같은 제목으로 이루어져있다.

도재명 '토성의 영향아래' 가 4위에 진입했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토성의 영향아래'의 나레이션은 청자를 곡 안으로 이끈다. 이 앨범은 '음악'에 대한 질문을 하게한다. 도재명은 시에 멜로디를 입혀 아름다운 '무엇'을 만들어낸다.

5위에는 ‘로다운30’의’B’가 이름을 올렸다. 공연을 통해 '로다운 30'의 호흡을 경험한 이들이라면,차트에서 보는 그들의 이름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로다운 30'은 블루스와 하드록에 그 기반을 두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한다. 이번 앨범은 2집 발매 후 5년만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로다운 30'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곡의 리듬을 먼저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리듬만으로도 이들 음악의 탄탄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위에 이름을 올린 정준일은 '보고싶었어요'와 'Lo9ve3r4s'로 7위와 9위에 각각 재진입 했다.10위에는 The Black Underground의 'I  Am The Noise'가 이름을 올렸다. The Black Underground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편의 실험적인 미술 전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앨범소개를 통해 '고뇌하는 아웃사이더들을 위한 앨범'이라고 전한다. 이어 "샤를르 보들레르에서 비롯된 반역의 사조와 아르튀르 랭보의 견자 시론으로부터 발현된 철저하게 조속하지만 철들지 못하는 젊은 영혼을 위한 앨범"이라고 덧붙였다.

22위에는 조이트로프의 'Half Decade'가 이름을 올렸다. 조이트로프는 2009년 결성된 팀으로, 모서리 (보컬) 이국원 (베이스)로 이루어진 팀이다. 우선 이 앨범은 보사노바, 재즈, 삼바 등 장르의 다채로움 덕분에 '듣는 맛'이 있다. 여기에 보컬 '모서리'의 담백하지만 깊은 음색이 앨범에 힘을 더한다.

23위 부터 잔나비, 실리카겔, 언니네 이발관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자세한 차트 순위는 위의 이미지와 미러볼 뮤직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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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준일 ' 더 아름다운 것'

정준일을 향한 기다림에는 안정감과 믿음이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을 우직하게 이끌고 나가는 음악가다. 이번 앨범 '더 아름다운 것' 또한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는 선물이 됐다. 이 앨범을 아직 접하지 못한 이들은, 앨범 소개를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누리 시인의 한편의 시와 같은 글은 앨범을 더욱 완전한 것으로 만든다.

이 앨범에서 정준일의 보컬과, 악기와 배경음의 세심한 배치 또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수록곡 '집이 있었지'의 기타, 관악기, 건반 소리 조합은 아직은 선선한, 이른 아침에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어떤 날을 추억할 때, 그 날의 날씨나 바람의 움직임, 공기의 냄새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 추억은 아름다운 것일 수도, 슬픈 것일 수도 있다. 이 앨범은 전자에겐 더 짙은 아름다움을, 후자에겐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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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재명 '토성의 영향아래'

도재명의 '토성의 영향아래'는 사려 깊다. 그리고 느리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 타이틀 곡 '토성의 영향 아래'는 한편의 시다. 도재명의 낮은 읊조림은 멜로디와 호흡하고, 이는 듣는 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앨범 소개에 실린 윤성현 라디오 PD의 말처럼, "회색빛 청춘의 고독, 무력감, 포기, 부끄러움, 가난의 어휘들을 단 한번에 직면"하게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다. 각자의 삶의 알레고리. 지나간 일들과 현재의 일들, 또 그 시절에 우리를 스쳐갔던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이 '나'와 '나의 삶'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된다. 그 고리의 모양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챌 수 있을 때, 우리는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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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녕하신가영 '단편집-그리움에 가까운'

음악에서  '계절'을 다루는 일은 평범하지만 가장 진실하다. 계절의 흐름은 시간의 총체적 흐름이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완벽한 비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언제나 똑같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계절 안에서 또 다른 자신만의 계절을 만나게 된다. 그 계절에 만난 사람, 걸었던 길, 계절과 같거나 다른, 저마다의 온도 같은 것들이 모여 나만의 계절을 이룬다.

이 앨범의 주된 정서는 '그리움'이다.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은 그리움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결국 그 그리움은 '그리움'이라는 단어 자체로 설명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 'K-Indie Chart'는?

국내 인디 음반의 유통과 흐름을 보여주면서 음반 시장의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음반 차트다. 차트는 매월 2회(격주) 발행되며, 1300k, 민트샵, 바이닐,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의 음반 판매 집계를 토대로 제공된다.

[K인디차트 집계 및 제공] 미러볼뮤직
[글] 박소연 기자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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