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내 아이에게' ⓒ 극단 종이로 만든 배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 위에 가라앉았고, 1,073일이 지난 3월 23일 세월호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1,091일 만에 세월호는 뭍으로 왔다.

아직 참사원인과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다시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고, 미수습자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행사들이 15일과 16일 전국에서 열린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문화예술계의 움직임 역시 계속되고 있다. 본지에선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극, 영화, 음악, 책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이 있지만, 이번 주말에 살필 수 있는 두 작품을 선택해 소개한다.

▲ '2017 이반검열' ⓒ 서울문화재단

1. 연극 - '내 아이에게'·'2017 이반검열'
먼저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내 아이에게'가 16일까지 성북마을극장에서 재공연 중이다. 2015년 초연된 이 작품은 세월호 미수습자의 어머니 독백과 코러스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참사 이후 가족들이 겪어낸 하루하루의 일상을 하루하루 온전히 보여주면서 사랑하는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가 토해내는 울분들은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또다른 아픔으로 다가선다.

'때로는 슬픔을 눈물로 감당해야 할 때 비로소 공감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연대의 손길과 진실에 다가서려는 의지를 더한다. 이 작품은 실재한 역사적 사실인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할 뿐만 아니라 실제 방송되었던 영상과 음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모노드라마 형식과 다큐멘터리적 스타일의 융합은 '세월호 참사'가 지닌 아픔이 개인의 내면적인 고통을 넘어서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국민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은 현실을 확인하는 새로운 무대 실험이기도 하다.

이어 '이반검열'이 16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재연된다. 이연주 연출은 법, 제도 등 공적 장치로 기준에 어긋난 이들을 감시, 통제하는 국가의 검열 과정을 확인하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목소리와 존재 자체를 지우는 방식이 국가가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혐오가 공기처럼 만연한 사회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당하고 '나중에' 이야기하라며 밀려난 말들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국가의 사과와 정당한 해결을 기다리는 세월호 유족은 '불온세력'으로 치부되고, 세월호 생존자들은 단지 배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남들 앞에서 편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거대 사건의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제 그만하라며 현 체제를 조용히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 연출은 청소년 성소수자와 세월호 유족의 사연을 엮어 약자의 말을 공연 안에 담아냈다.

▲ '4.16 3주기 추모 기획전: 세월호, 다시 봄' 포스터 ⓒ 인디스페이스

2. 영화 - '4.16 3주기 추모 기획전: 세월호, 다시 봄'
13일부터 19일까지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4.16 3주기 추모 기획전: 세월호, 다시 봄'이 열린다. 먼저 다큐멘터리로 15일 오전 11시엔 다이빙벨 투입을 통해 국가 또는 정부라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던 세월호 참사의 본질적 문제를 재조명한 '다이빙 벨', 이어 오후 1시엔 단원고 2학년 4반 故 박수현 군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친구들의 이야기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가 상영된다. 16일 오후 7시엔 유가족들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을 기록한 '나쁜 나라'가 상영된다.

또한, 15일 오후 3시부터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옴니버스 영화 '세월호참사 3주기 프로젝트 -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이 상영되며, 상영 후에는 김일란 감독과 김탁환 소설가와 함께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된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미디어팀'의 촛불집회 현장에 대한 세밀한 기록을 담아낸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 광장'도 16일 오후 5시 상영된다.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극영화도 상영된다. 15일 오후 8시엔 국가권력에 의해 소외된, 오히려 가해자로 내몰리고 있는 유족들의 이야기 '미행', 한 남학생이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무감각하고 냉소적인 시대의식을 보여주는 '이승민, 2015년 2월 28일'이 연속 상영되고, 16일 오후 3시엔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눈꺼풀'이 상영된다. 기획전 입장료는 7,000원이며, 자세한 정보는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관우 'Pray for You' 커버

3. 음악 - 러버소울 '드림'·조관우 'Pray for You'
여성 힙합그룹 '러버소울(Rubber Soul)'이 세월호 3주기 애도곡 '드림'의 뮤직비디오를 14일 공개했다. '드림'은 미디움 템포의 힙합곡으로, 러버소울 멤버들이 세월호 사건이 났을 무렵 자신들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서 만든 곡이다. 추모와 더불어 젊은이들이 느낄 수 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과 걱정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같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어 조관우도 같은 날 'Pray for You'를 발매했다 'Pray for you'는 악기 선율과 조관우의 미성이 돋보이는 소프트 팝 장르의 곡으로, '다신 아프지 않게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Pray for you', '같은 시간 속에 영원할 수 있기를'과 같은 섬세하면서도 위로하는 듯한 가사를 통해 위로의 마음을 더했다.

앨범 재킷은 '영원한 행복'과 '슬픈 추억' 두 가지의 꽃말을 가진 '노란 복수초'를 모티브로 그렸다. 노란 복수초는 이른 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으로, 희생자들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동안 조관우는 꾸준히 세월호 사고에 대한 추모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왔다. 2014년에는 추모곡 '풍등'을 공개하고, 지난 3월 개최된 세월호 3주기 추모 공연 '기억'에 참여했다. 조관우는 "유족들과 희생자들의 마음이 이 노래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희생자들이 더는 아픔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세월호, 그날의 기록'·'다시 봄이 올 거예요' 표지

4. 책 - '세월호, 그날의 기록'·'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16일 세월호 관련 전자책 2종을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배포될 책은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힘)'과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세월호 참사 당시의 선체 안과 밖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생히 복원해 낸 책이다. '세월호 기록팀'이 10개월 동안의 작업 기간 동안 세월호 선원, 해경, 청해진해운 관계자에 대한 재판 기록, 세월호 인허가와 관련된 소송 기록, 세월호 관련 수사·공판 기록 등의 방대한 자료들을 분석했다.
 
함께 배포되는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세월호 생존 학생들과 피해자의 유가족의 속내를 담은 육성기록집으로,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이 서울과 안산을 오가며 세월호 가족과 형제자매, 단원고 생존학생을 만나 인터뷰한 수백분 분량의 녹음파일을 엮었다. 알라딘 전자책팀의 김남철 팀장은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또 세월호의 진실에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료 전자책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무료 대여 형태로 구매일로부터 10년간 볼 수 있으며,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평생 소장판으로 제공된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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