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강해인 아띠에터]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우주 생명체와의 만남을 다룬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그리고 우주에서의 재난을 다룬 알폰소 쿠아론의'그래비티'. 이 두 영화를 모두 연상하게 하는 영화가 개봉했다고 한다. 그 주인공은 '라이프'인데, 인류 최초로 화성에서 발견한 생명체와의 만남과 그로 인한 재앙을 다룬 영화다.

하나씩 살펴보면 '라이프'는 우주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덕분에 앞의 두 영화와 '당연한' 공통항을 가진다. 그 옛날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그랬듯, 우주 영화는 지구와는 다른 과학적 현상을 스크린에 보여주며, 리얼리티와 재미를 모두 획득한다. '무중력'의 표현이 대표적인데, 떠다니는 물방울과 중력에서 자유로운 사람과 물건은 우주 영화에 꼭 필요한 이미지다. '라이프' 역시 그런 이미지를 표현한다. 특히, 우주에서 액체가 줄 수 있는 공포를 표현한 부분이 흥미로우며, 새로운 공포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라이프'가 집중하려 했던 건 방대한 우주와 그 법칙이 아닌, 우주선이라는 갇힌 공간이다. '라이프'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다른 우주 영화들과 비교해 그 공간 자체엔 관심이 없다. 다른 영화들이 보여준 수준 그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주선이라는 밀실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극한의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우주라는 공간을 택한 듯 보인다. (그런 점에서 '라이프'의 공간이 바다 밑이었다면, 영화의 주제는 유지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대신, '라이프'는 고립과 단절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공포의 자극제로 활용했다. '라이프'는 다양한 형태의 '단절'을 시작으로 우주선이라는 공간이 주는 폐소공포증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미지의 존재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이 만나 시너지를 낸다,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이런 '호러'라는 소재와 정서가 많은 이들에게 '에일리언'을 환기하게 했을 것이다.

 

 

우주에서 만난 재앙 앞에서 도망치고, 달아난다는 '라이프'의 전개는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와 닮았다. 두 영화는 인간이 우주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비상구를 향해 움직인다는 데서 서로 닮은 데가 있다. '그래비티'의 스톤 박사가 만났던 다양한 장애물이 우주가 던져준 '재난'이었다면, '라이프'는 인간의 호기심이 만든 생명체와 그가 만든 '재앙'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재가 더 자극적이고, 끔찍하다는 점에서 '라이프'가 상업적으로 더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캘빈이라는 생명체로는 '그래비티'의 엄청난 몰입감을 따라가지 못할 듯하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 '라이프'는 '에일리언'과 '그래비티'를 생각나게 한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영화는 '에일리언'의 소재와 장르, 그리고 '그래비티'의 무력한 인간의 이야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영화관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나쁘지 않고 무난하다. 하지만, 앞의 두 영화가 제각각 성취했던 것들을 단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는 못한다. 향을 닮을 수 있으나, 그 맛을 우려내지 못한 느낌. 그래도 두 영화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면, 절대 나쁘지 않으니 영화관에서 보기를 권하고 싶은 영화다.

starskyligh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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