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의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배우 천우희와 김남길이 함께 있는 모습이 싱그러운 봄날의 멜로인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영화 '어느날'은 둘 사이에 로맨스가 1도 없는 스토리로 병을 앓는다는 것, 장애가 있다는 것에 대해, 존엄사에 대해 보여주는 어두움을 가진 무게감 있는 영화이다.

보험회사 과장 '강수'는 병을 앓고 있던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간다. 회사로 복귀한 그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시력장애인 '미소'의 사건을 맡게 된다. 강수는 사고 조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자신이 미소라고 말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그녀는 거울에조차 비치지 않는다.

시력장애인으로 살아온 미소는 교통사고 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병실에 누워있는 자신이 잠들었을 때만 영혼으로 깨어나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그녀는 모든 것이 신기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볼 수는 없다. 가보고 싶었던 곳을 데려가 주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그들 사이는 가까워질수록 위태로워지기만 한다. 이렇게나 밝고 사랑스러운 미소는 왜 케인 없이 교통사고가 났던 것일까? 그리고 왜 그녀는 강수의 눈에만 보였을까? 

영화 '어느날'은 어쩌면 누구에게든 어느 날 생길 수 있는 사고나 아픔을 담는다.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세상에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강수와 미소가 서로 만날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가 겪었던 아픔을 서로 이해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별을 해보고, 치유받고 싶어 하기도 하고, 지금의 기분을 소통하고 싶기도 한 그들에게는 서로가 꼭 필요했던 것. 판타지이지만 흔한 멜로가 아닌 '소통'이라는 것을 주제로 한 신선함에서 영화 '어느날'은 환상성과 현실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세상을 볼 수 있지만 느낄 수 없고 아무도 날 볼 수 없다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고 모든 이들이 날 볼 수 있지만 세상을 볼 수 없다면, 과연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절찬 상영중. 15세 관람가.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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