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전 감독, 불구속 기소 판결에도 야구장에 모습 드러내

▲ 청주고 투수로부터 몸에 맞는 볼 이후 들것에 실려 후송되는 세광고 1학년 홍대인.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8일, 충청북도 보은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보은 스포츠파크가 정식으로 개장하여 고교야구 주말리그 충청지역 경기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 첫 경기에서 대전고가 전주고를 상대로 5-3으로 승리하는 등 비교적 순조롭게 일정은 진행됐다. 개장 경기가 상당히 박빙의 결과로 끝남에 따라서 제2경기 역시 많은 기대 속에서 시작됐다. 세광고등학교와 청주고등학교의 맞대결이 그러했다. 두 학교의 맞대결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시즌을 앞두고 청주고 주축들이 세광고로 전학을 오면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기대와 달리 세광고의 일방적인 우세로 진행됐다. 같은 충청 지역 라이벌이라고는 하나, 코칭스태프 폭력사건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시즌을 시작한 청주고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전력을 구성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5회가 끝났을 때 게임 스코어는 11-2로 콜드게임 종료 분위기였다. 6회 초 세광고 공격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맞이하게 됐다. 바로 그 순간, 청주고가 4번째 투수로 1학년 유재현을 올렸다. 경기 결과가 어느 정도 판가름난 만큼, 저학년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마운드에 선 어린 선수가 '영점'을 잡기란 어려워 보였다. 워밍업부터 제대로 된 볼을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 장 전 감독님!
불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어떻게 오셨죠?

바로 여기에서 '석연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9번 홍재용이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타자 등쪽을 정통으로 가격한 까닭인지, 볼에 맞은 홍재용도 매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팀의 막내격이기도 한 청주고 유재현이 상대 타자를 향하여 모자를 벗어 인사하자, 어느 정도 상황 수습은 됐다. 청주고 응원단에서도 "아직 어린 아이다. 컨트롤이 안 됐을 거다!"라며 애써 본인들의 선수를 감쌌다. 여기까지는 극히 정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타자 국대건이 등장했을 때 상황이 더욱 묘하게 흘렀다. 쓰리 볼 상황에서 또 다시 발 쪽으로 볼이 날아오며, 몸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100% 출루를 선보인 국대건이었기에, 제대로 피하지 않았다면 부상으로 다음 경기 출장도 어려웠을 뻔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억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음 타자 1학년 홍대인마저 쓰리 볼 상황에서 정통으로 발목을 맞자 세광고 코칭스태프들이 먼저 흥분했다. 다분히 고의성이 엿보인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이는 양 팀 코칭스태프의 다툼으로도 이어지면서 협회 관계자까지 경기에 개입하게 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양 팀 감독들을 불러 진정을 시킨 이후에 경기는 재개됐지만, 발목에 투수 공을 맞은 1학년 홍대인의 병원 후송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여기까지가 당시 보은에서 일어났던 양 팀 경기의 '펙트'였다.

그런데, 이러한 '펙트' 뒤에는 몇 가지 사실이 숨겨 있다는 것이 충청지역 야구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지난해에도 대전고와의 경기에서 청주고 선수단이 에이스 전무권을 향하여 방망이를 놓치는 척하며 상대 투수를 맞히려 했던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대전고 등 상대팀 선수나 감독 등의 입에서 나왔다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제보는 두 학교가 아닌, 충청 지역 야구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모 심판위원은 아예 작정한 듯 "손에 미끄러져 방망이가 놓쳐지는 상황이 아니었다. 스윙을 하면서 방망이를 놓치면, 던져지는 방향이 모두 마운드로 향했다. 누군가 일부러 지시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학생야구에서 이러한 정황이 드러난 것부터가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이가 바로 학생 선수 폭력 사건이 문제가 되어 교육청으로부터도 징계를 받은 장 전 감독이었다.

장 전(前) 감독.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부 선수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 문제가 되어 지도자 자격 2년 정지를 당한 것은 물론, 청주 지방 검찰청으로부터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에 놓인 이였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이 이러한 교육청의 결정에 반발, 인스트럭터로 그를 다시 초빙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충북 교육청 인사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학교장에게도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지난 달 26일, 학교장이 교감으로 강등되는 인사 조치를 명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진행된 만큼, 청주고 야구부 폭행 사건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 듯 싶었다.

▲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청주고 장 전 감독이 그라운드 인근에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장 전 감독은 이미 교육청으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에 대한 해답은 청주고 현 감독에 있었다. 심 감독이 장 전(前) 감독과 각별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었다. 현직 감독이 전직 감독에 대해 선수 지도를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장 전 감독을 불렀을 수도 있고, 학부모들의 바람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 인근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펴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제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청주고 현직 감독도 이미 화순초등학교 사령탑 시절에 선수 폭력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전임 감독이 학생 폭력 혐의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새로 임명한 인사 역시 같은 이유로 퇴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왜 이러한 결정을 했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그런데, 일은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보은 스포츠파크에 장 전 감독이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선수단의 경기를 살펴보는 것이 '일반 관중'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여기에 장 전 감독이 와 있다."라는 소식이 전달되자, 때마침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던 프로 스카우트팀의 반응도 한결같았다. '놀랍다'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검찰청으로부터 불구속 기소 판정까지 받은 인사가 어떻게 아직까지 선수단 곁에서 맴돌고 있는 것일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학을 선택한 당시 청주고 주요 선수들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청주고 야구부에 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는 있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이상, 시즌을 앞두고 불거졌던 선수단 폭력 문제는 내내 청주고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1. 왜 전임 감독이 여전히 선수단 주위에서 경기를 지켜 보는가? 장 전 감독은 정말 야구단 운영과 관계가 없는가? 있다면, 청주고 야구부에서 장 전 감독이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2. 폭력 사건이 불거져 장 전 감독이 물러나게 됐는데, 왜 다시 그를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다시 학교로 불러들였는가? 그 '불러들인 주체'는 명확하게 누구인가?

3.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심 감독의 선임 배경이 무엇인가? 심 감독 역시 화순초등학교에서 학생 폭력으로 문제가 되어 해임된 전례가 있다. 이러한 문제가 있던 감독을 선임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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