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어느날' 천우희 "남길 오빠의 '허리 영화' 이야기 듣고 결정했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미소'가 '강수' 눈에만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ㄴ시사회 때에도 말했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전혀 관계없는 남한테만 보였다. 둘 다 서로 아픈 부분을 가지고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기에 서로의 눈에 보인 게 아닌가 싶었다. 간절함이 필요했고, 서로에게 필요했던 존재였다.

처음에 '강수'가 '미소' 병실을 방문했을 때, 놓여 있던 돌을 만져서 그런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ㄴ미처 생각지 못했다. 새로운 해석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웃음)

▲ 어느날 한 장면

극 중 '미소'와 '강수'의 관계가 연인 같은 감정이 없는 것 같다. 각본상에서도 연인 같은 감정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하는지?
ㄴ일절 없다. 지난주에 극 중에서 조금이라도 연인 같은 감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내부적인 이야기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그런 이야기가 존재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 작품을 선택 안 했을 지도 모른다. 연인관계라는 게 이 영화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도 아니고, 꼭 남녀 둘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 감정이 이뤄진다는 건 사실 고정관념이다. 꼭 남녀의 감정을 하나로 딱히 구분 지을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현실 속에서도 그렇듯이.

그렇다면 손을 어루만지거나 부여잡고 하는 장면에서 조심스러울 수도 있었겠다. 조금만 더 지나치면 그런 감정이 느껴질 법도 했을 테니까.
ㄴ그랬다. 감독님도 그 뒷부분에 있어서 편집에 신경 쓰셨을 것이다. 당시 내 기억에는 그 장면에서 애절하게 바라보는 게 있었고, 연기의 톤이 조금 다르기도 했었다. 마지막 장면을 영화로 보면서 감정의 농도가 짙었던 장면을 안 쓰셨던 것을 보면 감독님이 조심스럽게 편집하신 것 같다.

'어느날'이 삶과 죽음을 다룬 이야기이다 보니 가치관 변화가 있지 않았나?
ㄴ이런 질문을 받거나, 혹은 영화를 찍을 때마다 항상 생각이 바뀐다. 사실 이 문제는 어떤 선택이 가장 맞다, 그르다 할 수 없으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 상황에 대해 놓이지 않는 이상 쉽게 함부로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마지막 선택에 대해 우리끼리도 의견이 분분했고, 관객들 사이에서도 분분할 거라 생각된다. 호불호나 찬반 등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그거에 대해 당연하다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 어느날 스틸컷

'어느날'을 촬영 끝나고 나서 아쉬웠던 점은 있는지?
ㄴ인생연기를 못했다는 점? (웃음) 워낙 촬영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 조급해하면서 찍었던 건 아닌데, '조금이나마 더 여유롭게 찍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물론 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데, CG나 마지막 장면도 조금 다급하게 촬영했다. 조금 더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바닷가처럼 오픈된 장소에서 촬영했을 당시, 내 느낌엔 분명 톤이 튀지 않았나 싶어 주변에 물어봤는데 다들 괜찮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그 장면에 여러 가지 CG를 썼는데도, 감독님이 내 목소리 톤을 그대로 쓰셨다. '다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어느날' 촬영 당시 모습을 전부 다 기억하다니 대단하다.
ㄴ'어느날' 뿐만 아니라 이전에 찍었던 영화들도 다 기억이 난다. 이 작품을 마친 후, 전작들을 다시 보면 그 기억이 약간 흐려질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다 기억나고 촬영현장 당시 느낌도 정확하게 기억난다.

전작까지 다 기억한다고? 놀랍다. 그런데 기억이 난다고 함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테이크나 NG가 별로 없어서 기억 남는 거 아닌가?
ㄴ그럴 수도 있는데, 테이크가 많이 가더라도 기억난다. '이렇게 해야지' 하고 계획해서 기억난다기보단, 연기했기에 기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공주'에서 경찰서 장면에서 테이크가 꽤 많이 갔고, 이수진 감독님이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 간의 아주 작은 초 하나까지도 합을 신경 쓰셨는데, 그때 그 감정들이 지금까지도 다 기억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물어보겠다. 그동안 맡아왔던 캐릭터는 하나같이 범상치 않고, 당신이 택한 영화는 내용이 깊이가 있고 스토리도 탄탄한 게 많았는데, 단편적인 건 싫어하나?
ㄴ꼭 그렇진 않다. 단편적인 것도 좋아하고, 이번 영화처럼 소소한 것도 좋아한다. 다만 그동안 나에게 잘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동안 맡아왔던 것들은 뭔가 미션이 주어지는 느낌들이 많았다. 가끔은 '나한테 이런 면도 있는데 안 궁금한가?'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에 비해 왜 나는 어려운 것만 할까?' 생각도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안 했을 텐데 이것 또한 내 선택이다. 내가 찾았던 것 또한 내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역할이었던 것이었기에 이런 작품들이 더 끌렸던 것 같다.

자신만의 캐릭터 후유증 극복하는 방법은?
ㄴ딱히 후유증은 없다. 연기했다고 해서 그 연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캐릭터를 안고 간다고 해서 우울감을 느끼거나 하진 않는다. 그 날 했던 연기는 웬만하면 그 날 정리하는 편이다. 다만 개봉할 때나 시사회 할 때는 조금 복잡미묘하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것을 남의 손에 넘겨준다는 느낌이 든다. 딸을 시집보낼 때 이런 기분 아닐까 싶다. 그래서 보내기 싫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꼽는 천우희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로 눈물연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꼽았다. '뷰티 인사이드'나 '한공주' 등 여러 작품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였다. 감성 연기를 할 때, 추구하는 철학 등이 있는지?
ㄴ내가 영화에서 많이 울었나? (웃음) 특별한 철학은 없다. 눈물연기라고 해서 '눈물을 흘려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단, 오히려 감정 연기를 할 때 반대로 생각한다. 연기라고 생각하면 어떤 것을 해소하거나 분출할 수 있는 데 반해, 현실에서는 모든 감정을 숨기거나 참는 경우가 많다.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 때문에 참을 때도 잦은데, 그 참으려는 감정에 이겨내려고 한다. 그 감정을 내재하고 있으면 표정을 애써 감추어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듯이, 연기로도 똑같이 하면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까?

 

과연, 이래서 사람들이 천우희를 '믿고 보는 배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엄청 부담스럽다. 나를 믿고 본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 믿고 본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낀다. 작품 선택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막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입장에서 도전을 많이 해보고 싶어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타이틀에 대해 혹여나 실망감을 안겨주는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원래 성격이 단순명료한가?
ㄴ누구나 다 그런 것처럼 어떤 경우에는 상당히 쿨한 면이 있고, 한편으로는 며칠 동안 고민할 때도 있다. 다만 성격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있다. 그렇다고 막상 딱 잘라서 말하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다. 일반 사람들과 비슷하다. (웃음)

혹시 밝은 캐릭터를 해볼 생각은 없는지?
ㄴ항상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렇다고 어두운 걸 꺼리진 않는다. 나는 항상 다양한 캐릭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분들이 '이제 그만 우울한 거 했으면…' 등의 반응을 보여서 분위기를 여러모로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가 아닌 다른 면에서 외부적으로 보인다면 상관없는데, 그동안 줄곧 작품으로만 계속 사람들에게 비치고 있다. 지인들은 실제 내 성격을 알고 있기에 "넌 이런 사람이 아닌데, 어두운 사람이 아니라 이런 면을 보여줘야 하는데" 라며 작품의 성격으로 굳어져 가는 모습을 걱정한다. 그리고 나의 팬들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보고 싶어 하는 게 많아지는 것 같다. 다음 역할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도 많고. 좀 더 다채롭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화 人] '어느날' 천우희 "TV 출연 관심 많다. 하지만…" ③ 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