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맨 끝줄 소년' 단문 감상평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두 개의 판단 사이에 끼여,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다는 '딜레마'의 의미는 이 작품의 초반을 관통한다.

문학 교사 '헤르만'은 학생의 작문 과제를 평하면서 "글 다운 글도 없다"고 주장한다. 글쓰기의 생활화는 중요하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어느 순간 140자 이하의 단문을 쓰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헤르만'은 놀라운 글을 발견한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 '클라우디오'가 필력을 자랑하는데, 그 글도 소년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소년의 글이 더 돋보일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절필을 요구해야 할 것인가? 이 딜레마에 빠진 '헤르만'의 선택과 '클라우디오'의 소름 끼치는 모습을 관극하면 그 해답을 발견할지도, 아닐지도 모른다.

"작품이 어려운데, 어떻게 이 작품을 해석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기자회견 중에도 등장했는데, 고인이 된 김동현 연출의 뜻을 기리며 '리메이크 연출'에 나선 손원정 연출은 "그것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작품도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우문현답을 남겼다.

"문학 글쓰기와 읽기라는 매개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세계를 바라보면서, 사유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현재에 강력하게 연관을 줄 수 있는지, 극장 안에서 바라보는 묘한 연극적 즐거움에 대한 연극"이라고 덧붙인 손원정 연출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작품을 보는 것은 어떨까?
 

   
 

* 공연 리뷰
- 연극 제목 : 맨 끝줄 소년
- 공연날짜 : 2017. 4. 4 ~ 4. 30.
-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작 : 후안 마요르가 / 번역 : 김재선 / 연출 : 김동현 / 리메이크 연출 : 손원정
- 출연배우 : 박윤희, 백익남, 우미화, 김현영, 전박찬, 유승락, 나경호, 유옥주 등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