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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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10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사회 이동진 평론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민병록 교수, 심재명 명필름 대표,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등 많은 영화 관계자가 함께했다. 이들은 한 달 전 부산광역시의 보이지 않는 집행위원장 사퇴압박에 국내외 영화계가 한목소리로 크게 반발했던 것을 계기로 모이게 됐다.

저항이 거센 탓 인지 표면적으로는 물결이 잔잔해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부산시는 아직도 인적 쇄신, 내부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어, 현재 내부적으로 공동위원장 체제를 거쳐 위원장을 위임하는 것을 논의하였다고 전했다.

   
 

이날 공청회는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뚜렷한 이유 없이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는 영화제를 들쑤시며 위원장 목줄을 쥐고 흔든다는 참여자들의 비판 목소리로 가득 찼다. 박찬욱 감독은 간섭과 검열이 있는 영화제에 어떤 감독이 참여하려고 하겠냐며, "오히려 그런 영화제에 초청되고 추천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말하며 프로그램 선정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자 동국대학교 영화영상제작학과 민병록 교수는 "영화산업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국제적 망신이자 정치적 테러"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자진사퇴나 공동위원장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선례를 남기면 안 되고, 차라리 절반의 예산이라도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한국 영화산업을 위하는 길이라며 강경한 견해를 밝했다.

임권택 감독은 "일각에서는 '다이빙벨' 상영이 문제돼서가 아니냐는 해석도 하는데, 이전에 북한 영화도 상영한 적이 있고, 별문제도 될 것 없는 영화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일로 개운치 않은 결과를 내는 것은 부산의 수치고, 나라의 수치며, 영화계의 수치다"라고 말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이유가 명확하지 않는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책임론을 이해할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자리는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인 공적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쌓아온 20년간의 역사를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프로그램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대변인을 보내 그간 부산국제영화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영화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율성, 독립성, 좋은 영화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리에 참여한 영화 종사자들과 관객들도 독립성과 자율성이 없는 영화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차라리 지원을 받지 않고 남은 반의 예산으로 영화제를 꾸려가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었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높은 자존심과 가치 중심의 사고를 존경하고, 그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과연 독립이 답인가에는 필자는 회의가 짙다. 만약 독립하게 되면, 당장은 주인의식이 생기고 독립성이 생길 것 같아 보이겠지만, 가장 최전선에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문화예술 사업은 공적자금으로 이뤄져 나가기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게임에서 소외되고, 큰 엔진을 잃게 된다.
결국, 메이저에서는 안되는구나 하는 패배의식이 오히려 더 짙게 남게 된다.

관객들에게도 그 낙인 효과는 크게 남는다. 이것을 뛰어넘으려면 지금껏 해온 것보다도 더 많은 노력이 소요되며, 어쩌면 영영 회복되지 못할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소외됨과 패배의식의 반복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문화예술 분야에 독이 된다.

같은 패턴으로 계속 당한다면 그건 이쪽에서도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가치중심적이며 합리적인 사회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물질 중심적이며 비 합리적인 면이 많은 곳에서 살고 있다. 만들어진 것보다 만들어 갈 것이 훨씬 많은 곳이다. 문화예술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형체가 불분명하고 투자대비 이익을 계산하기가 복잡하다. 하지만 그 파급력이나 산업적 효과는 다른 산업에 뒤지지 않으며, 향후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가장 큰 문화예술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 선두에 영화산업이 있다.

   
   
 

그런 기준에서 사고하고, 근거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숫자와 데이터로 그간의 가치를 시각화하고 행사의 전 과정을 철저히 소비, 산업이라는 시각으로 부가가치 연구와 그에 따른 공격적인 미래비전제시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의 20년 이후의 미래과제는 정치세력의 갑질, 싸구려 진영 논리, 경제성 논리등이 침투하지 못할 다양한 방식의 연구와 그것에 대한 실천적 증명이다. 이것은 타협이나 회피가 아닌, 향후 얻게 될 더 단단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함이며,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이렇게 지켜진 독립성은 이후에 더 피어날 많은 문화예술의 튼튼한 영토가 될 것이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으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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