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순수 힙합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김가현 cherishkkh@mhns.co.kr 아나운서부터 PD까지, 방송을 사랑하는 김가현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당신과의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듭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가현] 화려한 무대 위, 많은 관객 사이에서 교복을 입은 한 참가자가 내뱉은 가사는 신선한 충격으로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굿모닝 엄마, 궁금해 하지마 내가 오늘은 어디로 가는지. 버스비 줘 다른 아줌마들 아들과는 다르니까 떠날래 멀리"

엄마에게 '버스비 줘'라고 말해본 게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

때묻지 않은 가사와 '멋'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랩을 뱉어내고 있는 양홍원 학생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게 고등래퍼지"

으레 힙합은 삶의 발자취를 들려준다. 돈·명예·성공의 3파전이 주가 되는 기존 힙합의 장에, 고등래퍼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가져왔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교복 입은 저 앳된 학생들은 이곳에서 열정과 패기를 뽐낸다.

꿈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학생, 과거의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받은 상처를 랩으로 극복한 학생 윤병호(불리다바스타드), 전투적이고 폭력적인 랩이 아닌 밝고 아름다운 랩을 선보이는 학생 최하민, 김윤호.

그들의 가사에는 선생님이 자주 등장한다. 그때마다 '맞아, 저 때는 선생님이 정말 큰 자리를 차지했지'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덧 기억 저편에 잊힌 선생님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씁쓸함에 빠져든다.

비단 선생님뿐이랴. 그 시절 소중했던 추억들은 각박한 하루 속에서 하나둘 무뎌지고 기억의 저편으로 휘발되어간다.

   
 

고등래퍼를 보며 그 시절 그 모습을 떠올리고 미소 짓는 모습은 새삼스럽지 않다.

참가자들의 순수한 눈물 또한 마음을 뜨겁게 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김규헌 학생이 흘린 눈물, 부모님을 떠올리며 헤딘(조원우)이 훔친 눈물, 소중한 친구를 보며 벅차올랐던 김선재 학생의 눈물, 아깝게 떨어져서 도전을 멈춰야 했을 때 흘린 수많은 도전자의 눈물들.

살다 보면 정말 슬프고 울어도 되는 상황인데도 쪽팔려서 혹은 창피해서 눈물을 꾹 참게 되는 일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점점 그것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실은 모두 속으로 울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렇기에 숨기지 않고 눈물을 내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들의 랩 가사 또한 현실에 맞게 바뀔 거고,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때의 가사와 눈물을 기억해주길. 그 순수함을 잊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고등래퍼는 끝났지만, 그대들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당신들의 도화지에, 그대만의 색깔로 마음껏 색칠해나가기를. 그대들이 만들 다채로운 색의 향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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