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문화 人] 지속 가능한 연극을 꿈꾼다…'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 김민섭, 홍현우, 송영재 인터뷰① 에서 이어집니다.

공연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망원동 브라더스'의 기대할 만한 점, 변한 점이 있다면.

ㄴ 홍현우 연출: 이게 아직은 좀 공연이 떠 있는 상태다. 아직도 첫공을 안 한 친구들이 있다. 런을 못 해본 예측할 수 없는 조합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실체가 드러날 거 같다. 러닝타임도 아직 들쑥날쑥하고. 마포(아트센터) 때보단 정서적인 부분 때문에 길게 들어갔던 것도 줄이려고 하고 있고. 예전에는 1시간 40분이라는 '뻥 아닌 뻥'을 쳤다. 관객들이 본 뒤에 길단 이야기도 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1시간 50분으로 올려놨다. 어떤 날은 고무적으로 저희가 의도한 1시간 45분도 나오고.
요즘에는 워낙 빠른 시대라 아무리 재밌고 숨쉬기 힘들 만큼 웃긴 코미디 공연이어도 2시간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극장 의자도 소극장 의자 치곤 불편하진 않지만, 또 편한 곳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압축하려고 끈적이는 느낌도 걷어냈다. 소극장의 느낌은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바닥도 옛날 바닥 그대로인데 새로 안 깔고 저희 작품이 극 중에서 막 맥주도 따고 하니까 냄새 안 날 정도만 닦고 계속 얼룩도 묻히고 밟고 다니면서 세월을 묻혀보려고 했다. 작품이 소시민 중에서도 더 루저의 이야기니까 극장과 매치해보려고 했다.
관객들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압축하고 인간 군상들이 진짜 옥탑에서 뛰어놀 듯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또 저희 공연이 옥탑 외의 장면도 많다. 근데 소극장이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원래 극장에 박힌 기둥을 활용해보려고 했다. 환경친화적이라고나 할까(웃음). 이전처럼 꼭 세트를 끌고 당기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재밌게 봐주시면 귀여울 것 같다.

   
 

마포아트센터는 최신 건물이라 옥탑방 컨셉과는 안 맞긴 했다. 저도 마포구 주민인데 옥탑방이라기엔 엄청 좋은 건물이다(웃음).

ㄴ 송영재: 플레이맥이 사실 연극 공연장이 아니라 강당 같은 개념이라 너무 휑하니 넓어서 작품 취지와 달리 너무 편하게 보는 공간이었다. 지금 극장은 압축이 있어서 관객들도 함께 웅크려서 보는 맛이 있을 거다. 이전에는 편하게 보는 것 자체가 장점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불편해도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다. 물론 배우들의 동선 같은 게 매우 좁아졌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ㄴ 홍현우 연출: 그리고 몇 년을 하면서 선배님들이 만든 웃음 포인트나 애드립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이번에 걷어냈다. 원래 대본이 있는 대로 담백하게 가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워낙 노련한 선배님들이 많은 작품이다 보니 선배님들이 가끔 작두 타는 날이 있다.
그럼 공연이 위험할 정도로 빨리 돌아가는데 관객들은 너무 웃고 가지만 저는 웃음에 휩쓸려서 메시지가 약해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더라. 다른 작품들과 달리 '망원동 브라더스'는 원작의 힘에서 나오는 웃기고 울리는 힘이 있다. 그런데 그게 관객의 웃음을 위해 희생된 면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지금은 선배님들께 죄송하지만 다 걷어내고 대본으로 가자고 했다.
나중에 좋은 애드립이 생기면 쓰기로 하고 가고 있다. 대본이 기본적으로 소설에서 많이 차용됐는데 원작자가 굉장히 위트 있고 지루하지 않게 쓰시는 분이다. 그래서 그걸 우선 살려보고 너무 가라앉거나 지루한 부분이 생기면 그때 가서 고쳐보자 했다. 1년 동안 공연해야 하니까 계속 보완하면서 가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일단 이 작품은 관객들이 봤을 때 '무척 웃겨' 라고 할 공연은 아닐 것이다.
제가 요즘 보기 좋은 건 연세 드신 관객, 부부 관객이 오셔서 무척 재밌게 보고 가신다. 젊은 친구들이 웃는 코드랑 어르신들이 웃는 코드는 완전 다르다. 그런데 사실 제가 생각한 건 어르신들이 웃는 코드에 더 가깝다. 젊은 친구들은 말 그대로 코믹한 장면, 막 맥주 터지는 거 보면서 웃지만, 그분들은 선배님들이 나와서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에 더 반응이 오시더라. 그런 점에선 이전 공연들도 좋았지만, 이번 공연에서 반응도 좋다고 생각한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장점 중 하나는 지역 밀착형 공연이라 중장년층 관객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게 이번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ㄴ 홍현우 연출: 이번에도 계속 와주시더라. 직접 예매를 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음악 같은 건 취향에 안 맞으실 수도 있는데 작품 내용은 오히려 이해가 잘 될 테니까 젊은 친구들보단 이야기나 정서를 흡입하시는 게 더 진한 것 같다. 요즘 대학로에 나오시면 보실 공연들이 참 없다.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 위주고.

ㄴ 송영재: 우리 작품의 정서는 나이 드신 분들이 봐도 '아 저랬지' 싶다. 작품 배경이 IMF 이후에 지금으로부터 10~15년 전이니까. TV에서도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거 보면 그 시대의 정서를 꺼내서 인기가 있듯이 우리 작품도 중장년층 관객들이 보시면 옛날 정서가 떠올라서 더 재밌게 보시는 것 같다. 젊은 관객들이 보기에 '저 때는 저랬구나' 하는 거라면 그분들에겐 '우린 저랬지'가 되는 거다.

최근 전체적으로 배우의 배역도 4~50대 이상 배우들이 활약할 폭이 좁다. 노인 역할 같은 게 거의 없기도 하고, 있더라도 젊은 배우가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배우들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된 것도 장점이다.

ㄴ 홍현우 연출: 보통 희곡에서 할아버지 역할이 주연을 맡지 않는 이상, 할아버지 역할은 작은 배역을 맡고 사라지는 편이다. 그런데 저희 작품은 할아버지가 빠지면 구조가 바뀐다. 주인공 영준이도 그렇고, 김부장과 싸부도 마찬가지다. 삼동이가 그런 면에선 조금 작은 역이지만, '망원동 브라더스'의 합체를 위해 중요한 역이고(웃음).
이런 역할의 비중이 고르게 분포돼있으니 관객 입장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내 연령대가 한 명은 있으니까(웃음). 정말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오셔도 작품에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어린 친구들 공연에 내가 와서 민폐 아닌가'하고 괜히 위축되실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덜하다.

ㄴ 송영재: 제가 공연을 하면서 그전에 젊었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제발 극 중 캐릭터 나이랑 실제 배우 나이가 엇비슷하게 캐스팅하자. '망원동 브라더스' 말고 그 전 작품 할 때도 이런 마음이 좀 맞아서 힘들게 캐스팅해서 연령대를 맞춰서 작품을 올렸는데 너무 좋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대학로 작품 대부분이 그런 나이에 관계없이 만들어지고, 중장년층은 그 과정에서 더욱 소외된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사실 4, 50대 배역들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는데 각색을 해서라도 젊은 배우들이 끌고 가더라. 유명한 작품들도 대본을 보면 대본상에는 분명 4, 50대 캐릭터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젊은 배우들이 한다.

ㄴ 홍현우 연출: 아무리 분장을 해도 실제 연륜이 있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젊은 배우가 따라가기엔 쉽지 않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면 저희 공연에서도 (영재)선배님이 나오시면 기본적으로 중장년 관객들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공연 시작하며 가진 의심이 확 풀리는 거다. 처음에는 웃는 것도 막 젊은 관객들에게 불편할까 조심스러워하시던 분들이 마음이 풀리며 다른 관객들과 함께 웃는다. 제가 맨 뒤에서 공연을 보니까 그런 부분이 보인다.
어제 공연도 어떤 부부가 오셔서 공연을 보셨는데 재밌게 보시고 나중에 사진도 막 포즈 바꿔가며 재밌게 찍고 가시는데 참 보기 좋았다. 사진 찍자고 해도 잘 안 찍고 가는 관객들이 많은데 재밌게 보셨으니 사진 남기고 가시는 거 아닐까.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김민섭 대표: 연극의 새로운 시도가 될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이 만든 '망원동 브라더스'. 가슴 따듯한 연극이다. 꼭 보러 와주시기 바란다.

ㄴ 홍현우 연출: 드디어 '망원동 브라더스'가 대학로에 입성했다. 1년이란 시간을 두고 가는데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지고 발전하는 공연이 될 거다.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공연 사이에서 조금이나마 스펙트럼을 좀 더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옛날 생각 하며 편하게 보실 수 있는 공연 만들 테니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ㄴ 송영재: 연극은 종합예술이라고들 하는데 '망원동 브라더스'는 진짜 종합예술이 됐다. 배우만 보이는 게 아니라 기획, 스텝 등 모든 사람이 보이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작품이 됐다. 관객이 함께하셔야 이 종합예술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실 수 있다.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문득 협동조합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과거를 미화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달콤한 이야기만 늘어놓기에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통해 밝혀졌듯이 현재 공연계가 긍정적이기만 한 상황은 아니기에 '우리', '내 작품'을 강조하는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편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게끔,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가 담긴 좋은 작품을 만들어 관객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에서 공연된다. 덧붙여 월요일에 공연하고 일요일에 쉰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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