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를 올린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을 만나 '지속 가능한 연극'을 꿈꾸다.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2017년 4시즌째를 맞이한 작품으로 김호연의 장편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를 극화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기존 시즌과 달리 오픈런으로 만들어져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에서 1년간 공연될 예정이다.

오영준 역에 권오율, 이호연, 김준희, 김부장 역에 윤성원, 신정만, 싸부 역에 노진원, 지우석, 슈퍼할배 역에 송영재, 김성훈, 추연창, 삼동이 역에 이재영, 황규인, 배천수, 조선화 역에 장희재, 박현지, 권귀빈, 주연 역에 임지민, 정지연, 정밝음이 출연한다.

지난 3일 개막한 이번 작품은 극단도, 제작사도 아닌 협동조합이 만들어 올린 작품이란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대학로'로 상징되는 국내 공연계는 과거 극단들이 운영하는 소극장이 경제적 곤란을 이기지 못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소위 '상업극'들이 차지하는 상황을 우려했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대학로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 전 폐관을 선언한 '소극장 연극의 메카' 게릴라극장이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자본과 규모를 앞세워 탄탄하게 시장을 키우는 것으로 보였던 뮤지컬계도 매년 반복되는 임금 미지급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잭더리퍼', '로맨틱머슬', '불효자는 웁니다', '넌센스2' 등 2016년에만도 크고 작은 작품들이 안타까운 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 가운데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배우와 스태프, 연출 등이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제작비를 투자하고 수익/지출을 정확히 공유하는 협동조합 시스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연극'을 꿈꾸고 있다.

지난 9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의 김민섭 대표, 홍현우 연출, 송영재 배우와 만나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일 개막한 것으로 알고 있다. 1주일 정도 지났는데 공연 올린 소감이 궁금하다.

ㄴ 홍현우 연출: 그때도 소극장이긴 했는데 대학로 소극장이란 게 사실상 아주 작다. 그나마 이 공연장은 좀 크지만, 마포와 달리 세트가 새로 들어왔다. 극장 환경에 맞춰 빠 씬 같은 데서 아이디어가 가미된 세트를 넣고 등, 퇴장로도 한정적이기에 그런 부분에 대한 정리가 많이 달라졌다. '소극장용 망원동 브라더스'를 만들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오픈런으로 공연하게 됐다.

ㄴ 홍현우 연출: 일단 극장 대관은 1년을 잡아놨다. 그럴 거란 생각은 안 해봤지만, 협동조합의 특성상 마이너스로 돌아가는 게 장기가 될 경우엔 아마 협동조합 식구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ㄴ 김민섭 대표: 이전까지 통상 연극, 뮤지컬이 한 사람의 제작자나 연출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모두가 '한 번 해보자' 이런 의지로 출발해서 좀 남다른 것 같다. 다들 '내 것', '잘 돼서 다 같이 행복해지자' 이런 생각을 하고 공연이 출발하다 보니 첫 공연 때도 감회가 남달랐고 지금도 모두가 이전과는 좀 다른 감정이다. 협동조합이니 매출도 모두가 공유해서 하루 공연이 끝나고 나면 매출이 딱 올라온다. 모두가 그걸 보면서 기쁨과 슬픔을 다 같이 느낀다.
연극이란 게 공동체 작업이지 않나. 이 작업이 계속 즐겁게 나면 마이너스가 어느 정도 나더라도 계속 간다는 생각이다. 또 마이너스 폭이란 게 그렇게 크지도 않고. 만약 돈이든 다른 문제든 모두가 불행해지고 슬퍼지기 시작하면 그땐 다른 걸 해보든, 협동조합을 없애든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또 조합의 출발에서 (송)영재 선배가 흔쾌히 수락하지 않았으면 시작되지도 못했을 거다. 선배님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무조건 하자고 힘 팍팍 실어주셔서 가능했다.

ㄴ 송영재: 4년째 매년 하는 작업이다. 초연 때부터 하다 보니 올해도 '당연히 여름에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협동조합이란 취지를 듣고 전 무조건 찬성이라 했다. 나 혼자만의 제작이 아니라 모든 배우와 스텝들. 저희가 배우만 20명이고 스텝까지 하면 40명 정도 된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내 것', '내 가족', '내 극장, 내 작품'이란 의식이 있는 거다.
오늘 아침에도 너무 슬픈 게 어떤 뮤지컬 제작자가 엎어져서 배우들이 페이 못 받았단 이야기가 나오더라. 저희는 협동조합이라 관객이 있든 없든 내 공연이고 내 손해, 내 이득이니까 공연을 하네 못하네 이런 상황은 전혀 없고 다 같이 가는 거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거 우리 1년하고 말 게 아니라 잘되면 극장을 인수해서 평생 해도 되지 않겠나 했다. '망원동 브라더스' 쭉 하다 몇 년 지나면 다른 작품을 올리고 그러면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그리고 협동조합으로 3일 첫공을 올리는데 너무 뿌듯하더라. 이전에 올리던 첫공과는 느낌이 달랐다. 감동도 있고, 배우 한 명 한 명이 더 식구란 생각이 더 들더라. 이전에도 우리 식구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느낌이 더 진해졌다.

ㄴ 홍현우 연출: 초연 때부터 하신 분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 그분들 같은 경우엔 이번에 처음 하시는 분들보다도 감회가 크고, 신경도 많이 쓰신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익숙해질 법도 한데 계속 고민을 더 한다. 만일 한 달짜리 공연이라면 그렇게까지 하기 어려운데 이걸 계속 끌고 가려면 뭔가 더 고민이 되는 거다. 서로들 자발적으로 뭔가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배우들 출연료 미지급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제작 환경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협동조합은 관객, 매출액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수익을 분배한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전까진 제작사 측에서 '얼마 못 벌었다. 돈이 없다' 해버리면 배우들이 알 수가 없었다.

ㄴ 송영재: 저도 배우도 하고, 제작도 해봤지만 그런 부분을 투명하게 했었다. 보통 제작비가 천만 원이라 치면 거기에 개런티가 포함이 돼 있다. 그런데 배우 개런티를 주지도 않고 천만 원을 손해 봤다고 해버리는 거다. 그러고선 배우들에겐 천만 원 손해 봐서 돈이 없다. 미안하다. 이러고 말아버리는 거다. 근데 지금 우리 같은 경우 공연 올리고 9시 좀 넘으면 몇 명이 들어와서 얼마를 벌었고 이런 게 딱 나오니까 이걸 보면서 즐거워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생각하는 데 그거 자체가 너무 좋다.

   
 

그걸 고민하는 것 자체가 기존에 비해 한 발 더 내디딘 것이 아닌가 싶다.

ㄴ 송영재: 과연 개런티를 받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없어졌다. 제작비가 얼마 들고 말고 이런 개념도 아닌 게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가 1계좌에 10만 원씩 최소 2계좌, 최대 5계좌를 넣었다. 다들 각자 넣은 그 돈으로 제작비가 된 거다. 세트, 조명, 음향 등등. 전 어제(8일) 너무 좋았던 게 포스터 붙일 사람이 모자라면 우리가 붙이겠다고 다른 배우가 말하더라. 요즘에는 배우들이 먼저 그런 이야기 꺼내는 게 보기 어렵다.

ㄴ 김민섭 대표: 저희가 협동조합이어도 돈에서 여유롭게 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주로 온라인 홍보 위주로 하고 있는데 배우가 대학로를 지나다녀도 포스터가 안 보이니까 포스터를 만들어 주면 우리가 붙일 테니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하는 거다. 이런 것도 행복하다(웃음).

ㄴ 홍현우 연출: 이 극장도 처음 들어왔을 때 엉망이었다. (송영재: 약간 창고 같았다(웃음)) 무대 쪽 팀에서 세트만 담당했고 쓸고 닦고 페인트칠하고 이런 건 배우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쳤다. 스텝과 배우가 분리된 게 아니라 식구 개념인 거다. 포스터 이야기도 거의 왕고 급인 배우가 '붙일 의향이 있습니다' 이러는데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다 같이 간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뭐 어때 20년 만에 포스터 한 번 붙여보는 거지' 이런 느낌이 된 거다.
재밌을 것 같다. 포스터 즐겁게 붙이고 다같이 모여서 막걸리 먹고. 옛날 선배님들과 연극을 하는 느낌이 있다. 한 번은 극장에서 연습하는데 (영재)형님 오셔서 무슨 이야기 잠깐 하다 연습 안 하고 다 같이 막걸리 먹었다. 요즘에는 '남의 극장'이라서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데 '우리 극장'이니까 그게 되고, 옛날 애기 때 생각이 나더라. 선배님들 따라다니며 술 얻어먹던.

ㄴ 송영재: 그런 자리가 더 소통이 잘 되는 것 같다. 제일 막내랑 저랑 30년 차이가 난다. 그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나. 연출에겐 미안했지만, 연습하던 도중에 '오늘 같은 날은 연습하지 말고 막걸리 파티하자' 해서 다 같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니까 옛날 극단 생활하던 기억도 나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식구, 내 작품이란 생각이 생기니까 배우들이 자진해서 먼저 '포스터 붙이고 싶다'고 이야길 한 게 아닐까.

최근에는 배우들이 제작사나 스텝들과 거리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ㄴ 홍현우 연출: 연극도 약간 촬영 같은 느낌이 된 것 같다. 공연 시간 맞춰서 와서 자기 것만 하고 가고. 촬영은 잘라 붙이는 사람이 있는데 저희는 같이 올라가야 하니까 팀워크가 분명 중요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그런 점이 좀 옅어진 것 같다.

ㄴ 송영재: 이게 완전히 우리 극장은 아니지만, 협동조합으로 해서 공연을 1년간 대관을 했다. 대부분 연극배우가 그런 말을 한다. 커피숍 같은 데서 수다를 떨지 않는 이상에는 '대학로 나오면 공연시간 전에 갈 곳이 없다'고.
그런데 우린 '우리 극장'이니까 아침에 오든 낮에 오든 미리 와서 몸을 풀어도 되고 연습을 해도 되고, 아니면 와서 잠자도 된다.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게 너무 좋다. 마음 맞는 선후배가 있으면 극장에 와서 스터디를 해도 되고. 요즘에는 극장 대관해서 공연을 들어가면 공연이 8시 시작이면 6시에 열어주니까 그 전에는 갈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좋다(웃음).

소극장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인데 '내 공간'이란 건 확실히 중요한 것 같다.

ㄴ 송영재: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이란 게 정말 중요하다. 6시에 여는 극장이면 집에서 5시에 나와야 하는데(웃음) 우리는 '극장에서 몸을 풀까? 오늘은 오랜만에 청소나 할까?'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협동조합이 극단의 가족적인 시스템과 제작사의 자본주의적 시스템의 적절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협동조합을 처음 생각하게 됐는지.

ㄴ 김민섭 대표: 제가 '극장나무 협동조합'이란 걸 과거에 만든 적이 있고,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에 대한 제 생각은 무척 긍정적이다. 다 같이 돈 내서 사업하고, 이익도 나눠 먹고, 망해도 다 같이 망하고(웃음). 그런데 이게 소자본을 투자해서 망하면 망해도 부담이 적다. 제가 계산을 해보니까 공연이 망한다 쳐도 1명당 1달에 1, 20만 원 정도만 손해 보면 계속 공연을 갈 수 있는 거다.
그게 첫 번째였고 두 번째로 '망원동 브라더스'를 선택한 이유는 한 3년 동안 망원동에서 계속 공연을 올렸는데 선배님들이 언제 할 거냐. 오픈런하면 잘 될 거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제작을 제가 시작한 상황에서 잘 끌고 가고 싶고 배우들은 이 공연이 계속되길 바라고 제작자로서 능력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 고민에 빠져있는 시기였는데 (홍현우)연출이 어느 날 갑자기 제게 어느 선배가 '망원동 브라더스' 오픈런 하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저는 '그거 하면 망한다'고 대답했다가 '협동조합으로 해도 할까요?' 물어보니까 흔쾌히 할 것 같다더라. '연출님도 하실 거에요?' 하니까 한다고 하고(웃음). 이 공연 처음 만들 때 극단 제자백가의 이훈경 대표랑 같이 만들었다. 이훈경 대표랑도 이야기했는데 '할까?' 했는데 '글쎄요' 하더라. '홍연출은 할 거 같다는데?' 하니까 '그럼 이야기해보죠' 하고, 다시 (송)영재 선배한테 가서 '할까요?' 했더니 '해! 무조건 해!' 된거다(웃음). 그래서 사고를 쳤다.
구조를 짜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 달에 얼마가 드는지, 어떻게 쓸지 계산만 하면 됐으니. 그리고 1/n으로 나눴다. 한 명이 돈을 너무 많이 내고 많이 가져가면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이 되니까, 또 반대로 망해도 적게 망할 수 있도록 1인당 50만 원까지 한계로 했다. 지금까진 큰 무리 없이 갈 것 같다.
협동조합 만들면서 좋았던 사례들은 배우분들이 '한 달에 술 한잔 덜 먹으면 되지 뭐' 이런 분들도 있고 '이젠 내 집, 내 직업이 생겼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이전에는 작품이 하나 끝나면 '너 이제 뭐해?' 물어볼 때 할 말이 없었는데 이젠 '망원동 브라더스 하지' 말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지점들이 갈수록 좋아질 것 같고 지금은 서로 잘 모르던 사람들끼리 연습을 하다 보니 약간 언어적인 갭이 있다. 서로의 속내는 이런 데 내뱉는 말은 저런 것. 공연이 올라가면서 그게 풀렸고 공연이 올라간 뒤엔 홍보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생겼다. 이걸 예전에는 홍보담당만 가졌다면 이젠 모두가 가지니까 스트레스도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

ㄴ 송영재: 배우들도 그렇고 스텝들도 그렇지만 배우들은 특히 여기에만 매여있지 않다. 트리플 캐스트로 만든 것도 다른 작품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거다. 배우들 입장에서도 편하고 부담이 덜 된다.

ㄴ 홍현우 연출: 실제로 지금 두 작품 뛰는 배우들도 많고, 밖에서 일하고 집 돌아오는 기분으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거다. 스텝들도 마찬가지로 일 겹쳐서 하고 있기도 하다.

ㄴ 김민섭 대표: 이 조합을 만들면서 구조가 참 잘 짰다고 생각한 게 있다. 예전에는 배우와 연출 중심으로 구조가 생겼는데 지금 여기에는 예를 들면 벨라뮤즈(홍보대행사)도 돈 받고 홍보를 대행해줘야 하는데(웃음).

ㄴ 송영재: 자기들이 계좌를 사서 오히려 돈을 내고 홍보를 대행하러 왔다(웃음).

ㄴ 김민섭 대표: 또 지방 공연 프로모터 분도, 광고하시는 분도, 대학로에서 기획하는 친구들도 돈을 내고 들어왔다. 공연을 올린 뒤 판매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조합에 들어와 있어서 각자 제 몫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인 거다. 심지어 조합에 학생단체관람 쪽으로 판매하는 분도 있다.

[문화 人] 지속 가능한 연극을 꿈꾼다…'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 김민섭, 홍현우, 송영재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