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는 누구인가?

   
▲ 홍상수 감독은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가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에 참석했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지난 13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회견장은 탄핵사건만큼 한반도 전체를 들썩이게 하였다.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커플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지난해 열애설 보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기자회견장은 전날 저녁의 삼성동 못지않은 열기로 가득 채웠고, 각 언론은 두 사람의 한 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와중에, 김민희는 향후 행보를 묻는 말에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두지 않는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작업에 굉장히 만족하고, 제가 연기를 할 때 그 과정에만 몰두하고 그걸로 모든 것을 채워지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 홍 감독과의 작업하는 일은 귀한 것이다"고 답변하면서 언론들은 그를 '홍상수의 뮤즈'라고 표현했다. 그중 일부는 홍상수 영화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 영화의 상징적인 존재였을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현재까지 홍상수 감독이 만든 19편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진지한 궁서체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홍상수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자 상징은 김민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 문성근, 옥희의 영화(2010)

문성근 : 출연작(6편) - '오! 수정'(2000), '해변의 여인'(2006),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다른 나라에서'(2012),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자타공인 베테랑 배우 문성근은 2000년에 개봉했던 '오! 수정'에 출연할 당시에는 홍상수 감독의 연기연출에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홍상수를 대변하는 페이소스다(검색포털 연관검색어도 이를 인증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홍 감독의 6편에서 대부분 그가 맡은 역할은 '영화감독' 혹은 '대학교수'인데, 공교롭게도 홍상수 감독은 영화감독과 대학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문성근과 홍상수 감독 두 사람의 외모도 닮아가고 있다.

   
▲ 유준상, 다른 나라에서(2011)

유준상 : 출연작(7편) -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하하하'(2009), '북촌방향'(2011), '다른 나라에서'(2011),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2015),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

'섭외하고 싶은 남자배우' 상위권에 꾸준히 언급되는 배우 유준상, 그는 홍상수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자, '홍상수 감독 최다출연자'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유준상은 항상 홍상수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고, 홍상수 감독 또한 촬영 중 유준상이 제안을 할 때마다 그의 의견을 곧바로 수용해서 반영할 만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유준상이 방송에서 홍상수 감독의 촬영방식을 공개한 바 있으니 한 번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 기주봉, 자유의 언덕(2014)

기주봉 : 출연작(6편) - '밤과 낮'(2008), '하하하'(2009), '북촌방향'(2011),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자유의 언덕'(2014),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2015)

일반 대중들에게는 배우 기주봉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얼굴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이래 봬도 기주봉은 오달수나 이경영 못지않은 '다작 배우'로 그가 출연한 영화 총관객 수만 합쳐도 최소 1,000만을 넘어선다. 홍상수 감독 작품에서는 대부분 조연으로 출연하여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 보이지만, 기주봉은 나올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기주봉은 "홍 감독과 함께하면 늘 변화되는 느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외 홍상수 감독이 좋아하는 배우 리스트에는 김의성, 서영화, 이선균, 정유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은 홍상수 감독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그에게 손가락질 하지만, 홍상수가 영화를 만들어내는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나다. 그렇기에 배우들이 너도나도 출연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게 아닐까?

syrano@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