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고상만 제작 총괄, 유가족, 박장렬 연출, 배우 김담희, 박찬국, 권남희, 김천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 生] '군 의문사' 피해 유가족 눈물로 만든 연극, '이등병의 엄마' ① 에서 이어집니다.

 
작품에 출연한 소감을 전해 달라.
ㄴ 박찬국 : 군대에 전역한 지 올해로 26년 됐다. 이런 이야기를 방송 등 언론 매체를 통해서 들을 때 마음이 아프다. 군대에선 건강하게 제대하는 게 최고인데, 작품의 대본을 보고 나서 관심을 우리가 좀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23일)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는데, 작품 제작발표회를 오늘 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 세월호, 군 의문사에 관한 진실이 활짝 열려서, 많은 사건·사고들이 명확히 밝혔으면 좋겠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 사건을 겪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진심 되게 표현하도록 노력하겠다.
 
김담희 : 고등학교 때, 군대에 간 고모의 큰 아드님이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이후에 이 작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연습할 때 자세는 배우로만 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안의 아픔, 어린 시절 마음에 있던 것, 이제까지 연기하면서 배우고 내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옆에 있는 박장렬 선생님과 함께할 것이다. 아들은 없고, 딸은 하나 있는데, 어머니들의 마음을 앞으로 많이 연구하고, 함께 준비하겠다. 김담희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
 
권남희 : '유족 대표 엄마' 역할을 맡았다. 고상만 선생님의 뜻깊은 여러 사례의 글을 봤다. 정말 어이가 없고, 어머님이나 부모님 입장에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 가슴을 쳤다. 영상을 보니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유족 대표라는 이름에서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공부하고 어머니들께 들을 기회가 있다면 들어서 체화하겠다.
 
▲ (왼쪽부터) 조연출 서이주, 이재영, 김대현, 최지환, 정종훈, 김동수, 권기대 배우가 제작발표회 중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김천 : 여느 무대에 설 때보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무거울 것 같다. 이분들이 원하는 것을 이 작품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매일 하고 있다. 잘못해서 이분들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할까 봐 두렵다. 최대한 그렇게 하지 않도록 이 공연을 만들어갈 텐데, 마음을 같이 나누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알려지고, 이런 일이 없도록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군대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ㄴ 고상만 : 1998년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을 때, 판문점 김훈 중위 사망사건 이후 피해 유족분들이 많이 찾아오셨다. 우리나라 최초로 '군 의문사'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도 군에서 자식을 잃었다고 도와달라고 오셨다. 150여 분이 오셨는데, 내 아들이 나를 두고 그렇게 죽을 리가 없다는 말도 들었다. 군부대에 들어갈 수 없는 아버지들은 증거자료를 찾을 수 없었고, 어떤 어머니는 군대에서 아들이 죽고 난 다음 준 것은 찢어진 편지지 한 장과 군번줄 하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분들을 만나서 참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식이나 부모의 이름도 다르고, 근무하던 부대도 다르지만 "내가 이 비극의 주인공이 될지 몰랐다"가 공통점이었다. 이것을 국민 여러분들이 알아야 한다. 믿을 수 없고, 끔찍한 그 일이 나의 일이 된다는 상상이 될까? 그 억울함이 어떤 건지 알 방법으로 그분들은 "군에서 자식을 잃어보면 안다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외면하는 그 시간에도 이 비극은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데, 인 나라의 현실이다.
 
천인공노할 벌은 지은 나쁜 사형수도 감옥에서 내일 형이 집행되는데, 오늘 죽으면 교도소장 이하로 모두 처벌받는다. 그 사형수조차도 사형 집행 전까지 죽으면 안 된다. 거기서 죽게 되면 형 집행정지로 내보낸다. 그런데 군대는 죄를 짓고 가지도 않았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하러 자기가 걸어서 부대에 간 건데, 거기서 군인이 죽으면, 특히 자해로 처리가 되면 처벌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군인을 징병할 권리가 국가에 있다면, 그 군인이 죽든 살든 국가가 책임져야 죽지 않는다. 정신질환이 있는 친구들도 징병한 후에 빨간약 하나씩 먹다 죽는 경우도 있었다.
 
▲ 고상만 제작 총괄이 제작 히스토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잘못된 제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하면 안 된다. 나는 딸만 있어서 관심 없다는 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딸이 나중에 결혼해서 아들을 낳을 수 있다. 의무복무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 비극은 계속 이어진다. 군 지휘관들은 어떻게 최대한 적을 많이 죽이는 것만 연구한다. 그러다 보니 군인의 죽음은 별 감정이 없고, 그것이 군인의 진짜 길이라고 착각한다. 입대한 그 모습을 그대로 그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 의무다. 군 지휘관도 자기 자식이 죽으면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최근 '하늘나라 편지'라는 사이트에서 한 어머니가 쓴 글을 봤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사랑하는 아들아. 정말 널 사랑한다. 다음 세상에선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말아라. 너도 누구처럼 부잣집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나, 군대에 가지 말고 천수를 다해서 다음 생애에 살아라. 미안하다. 못난 엄마가 네 엄마라서"라는 글을 남겼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알아야 한다. 누구처럼 병역을 피하지 않고, 군대에 간 아들의 명예를 지키지 않고 있는가? 그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유가족 부모들이 가장 미안해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마지막 입대하는 그 길까지 내가 따뜻한 밥 한 끼를 못 해준 것"이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무엇을 해주고 싶냐 했더니, "집에 가서 따뜻한 밥을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다"는 그 어머니,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이 나라 높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주길 바란다.
 
공연 이후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ㄴ 고상만 : 사실 이 연극은 연극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군 인권 정책을 바꾸는 캠페인으로 스토리펀딩을 진행한 것이다. 이 연극을 보시면 유가족이 뭘 원하는지 볼 수 있다. 자리를 나가는 관객은 유가족이 요구하는 두 가지를 알게 된다. 제복을 입고 죽어간 모든 군인에게 국가는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예회복이다. 순직이 된 분도 그렇고, 순직이 안 된 분도 그렇고 똑같은 것이 하나 있다. 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모른다.
 
▲ '이등병의 엄마' 제작진과 유가족들이 제작발표회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국가가 "병역의 의무가 신성하다"며,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하면, 그 아이가 왜 죽었는지 밝히는 것도 똑같은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했고, 그 내용을 연극에 담았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기구가 있었는데, 그 기구조차도 예산 낭비라고 하면서 강제 해체했었다. 국방부에 의해 예산과 인력이 통제되고 있었다. 자기네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건은 중간에서 방해하고, 경과 발표에 차질을 줬다. 국방부로부터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체가 되는 등 민관합동으로 기구가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대선 후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 캠페인과 연계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이 양심이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39,000여 명이 의문사했다고 하는데, 과거에 이런 일이 너무나 많아서 못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애초에 지원을 안 하고 너무 많아서 못 해줬다는 것이 국방부와 나라가 할 이야기일까? 양심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공감을 얻길 기대한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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