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세월호 인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수습자 유가족의 눈물이 진도 팽목항에서 쏟아져 나온 23일. 서울 대학로에서도 안타까운 '군 의문사' 피해 유가족들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5월 19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이등병의 엄마' 제작발표회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에서 열렸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청년들을 잃은 유족의 사연을 담은 치유 연극으로 2,500여 참여자의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한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군(軍) 사망사고 유족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관하고, 고상만 인권운동가가 작품을 쓰고 제작에 참여했다.
 
공연 관계자는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의 청년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며 "그리고 그중 평균 100여 명은 다시 그들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3분의 2는 '자살'로 처리된다. 이렇게 아들을 잃은 유족의 사연을 담아봤다. 이번 연극은 유가족분들이 직접 공연 예술가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가 '그동안 다하지 못한 내 아들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국가와 군은 그동안 아무런 치유를 해주지 못했다. 대신 '아들이 자살했다는 사실만 인정하라고' 집요하게 요구당할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작발표회엔 김현 기획 PD, 고상만 제작 총괄, 박장렬 연출, 김담희, 박찬국, 권남희, 김천 배우, 유가족 등 공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정보와 '군 의문사' 피해 유가족들의 사연 등을 들어본다.
 
▲ 박장렬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ㄴ 박장렬 : 이번 작품은 유가족 어머니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운명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연극계에서 살아온 인생 속에서 아픔이나 부조리 등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당연히 만나야 할 운명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대본을 읽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인간으로 아픔이라는 단어를 안다면, 이 작품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토리펀딩도 인간의 아픔에 대한 이해가 있으므로 진행된 것으로 알아 잘 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야기가 있고, 많은 아픔이 있는데, 예술가로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건 기본이라 생각한다. 그 아픔을 갖추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목소리를 내고 싶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의미는 유가족 어머니와 함께 출연하고 배우와 어머니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머님을 통해 배울 게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심히 잘 만들고 싶은 작품이고, 이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신 유가족 여러분, 고상만 PD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방부 관계자가 이 자리에 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ㄴ 유가족 A : 국방부는 거대한 큰 바위라고 생각한다. 유가족이 아무리 똘똘 뭉친다 하더라도, 국방부의 문을 도저히 열 수 없다. 그래서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분들이 여기 오시는 것이다. 이렇게 제작발표회를 함께 보시면 느낌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분들이 분명 아실 거라 생각하는데, 이곳에 안 오셨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저희의 마음을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하시고 아픔을 함께할 생각이 있다면, 이 자리에 오셨어야 한다. 항상 그분들은 뒷전에서 구경만 하시는데 안타깝다. 저희가 분통이 터져도 그분들에게 전할 길이 없다. 연극을 통해 정말 그분들에게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려줘서, 그분들이 앞으로 억울한 사람 없이 일할 계기가 되면 좋겠다.
 
 
 
유가족 B :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뇌수막염 걸렸는데, 타이레놀을 받지 못해서 죽은 장병의 어머니다. 아직도 이렇게 진상규명이 안 되고 있는데, 우리 애는 죽자마자 유공자가 됐고 현충원에 갔다. 그래서 국가를 위해 싸울 수 없었고, 국방부 대문을 잡고 울어본 적도 없는 꽃길을 걸어와서 이 자리에 온 이유가 있나 싶었다. 
 
군 피해 치유센터 '함께'를 지난해 10월 열었다. 같이 울어야 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열었다. 개소식 때 온 국방부 관계자분에게 "알고 계셨습니까?"라고 물었는데, "솔직히 모른다"고 하셨다. 얼마나 애들이 죽고, 얼마나 많은 가정이 깨져나가야 정신 차릴지 궁금하다. 애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 게 먼저가 아니다. 보호되지 않는다.
 
전쟁 때문에 자식들이 죽었다면 받아들인다.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감추고 은폐한다. 이 애들이 정신병자가 되어서 나왔다고 하면 "걔가 약해서 그렇지"라는 사회적 편견도 돌아온다. 죽어야 하는 운명에서 죽어야 하는 것이 군인의 의무인데, 살 기회를 아들이 놓쳤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이 현주소를 공감하고, 전달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무언들 못하겠는가?
 
유가족 C : 2004년 공군에 입대해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어머니다. 육군도 그런지는 몰랐지만, 평소 아침저녁으로 문안 통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아침에 통화한 후 30분 만에 군에서 연락이 와서 "아이가 잘못됐다"고 전화가 왔다. 남편이 부산에 직장이 있었고, 나는 안산에 떨어져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정불화나 여자친구 관계 등으로 자살 사인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여자친구도 없었고, 가정불화도 없었다. 친구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가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모범적인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초동 수사 때 그런 말들이 나와서 기가 막혔다.
 
군에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믿었다. 다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장례를 다 치르고 난 후에 너무나 억울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2주 후부터 싸우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오게 됐다. 이 자리에 국방부 관계자가 없는데, 공연이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어느 한 분이라도 꼭 공연 봐주셨으면 좋겠다.
 
▲ 고상만 제작 총괄이 제작 히스토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상만 :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진짜 사나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볼 수가 없다. 나는 왜 국방이 예능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다. 웃기고 어이가 없다. 국방은 예능이 아니다. 잔혹한 상황은 하나도 없이, 깨끗한 세트장에서 내무반을 만든다. 체육관에 세트를 만들고 촬영을 하는 것이다. 오디션에 선발된 사람을 세트장에 놓고 연극처럼 연기하고 있다. 그런 국방부에 꼭 이야기하고 싶다. '진짜 사나이' 몇몇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우는데, 왜 죽어간 전우들은 보여주고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냉장고에 19년째 있는 숨진 전우들에게 국방부가 뭘 보여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복무 중 세상을 떠난 군인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것이 여론의 흐름인데, 이걸 반대하고 있는 집단은 대한민국에 단 하나로 국방부다. 국방부만 반대하고 안 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전투를 위한 곳이지, 죽은 전우를 위한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들을 위해 뭘 해달라"는 것은 이념적인 의도를 갖고 하는 주장이라고 국방부 장관이나 헌병대가 이야기했다. 이 연극이 얼어붙은 국방부의 표리부동한 도덕심에 부끄러움을 보여주는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란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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